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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미야 Feb 02. 2019

재수를 마친 딸에게, 아빠가

지난 6개월간 어떻게 지내왔는지 잘 아는 아빠이기에, 이번 결과에 상관없이 수고했다는 말을 전해주고 싶구나. 아침 7시 반부터 저녁 12시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반복되는 쳇바퀴 같은 일상을 무던히도 참아내며 이겨내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아빠도 느낀 점이 많단다.


아침마다 웃으면서 학원에 같이 갔었고 밤늦게 만나서 돌아올 때도 힘들지 않고 기분 좋은 모습을 보여주어서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단다. 아빠도 야근하거나 몸이 처지는 날이면 일찍 일어나기 힘들었지만, 깨우지 않아도 알아서 매일매일 학원 갈 준비를 하는 너의 모습을 보면서 덕분에 같이 힘을 냈던 날도 많았다.


아침에 학원에 같이 가는 짧은 시간, 그리고 집으로 오는 밤길의 차 안에서 이런저런 대화를 많이 나눌 수 있었기에, 아빠는 그 시간이 행복했고 또 고마웠단다. 한 학기를 다니다가 반수를 하는 입장이라서 자유롭던 생활에서 벗어나서, 획일적인 학원 환경에 적응하는 것도 쉽지 않았을 것이고, 대학을 다니던 동기들의 소식을 듣기도 했을 텐데 말이다. 재수라는 것은 보장되어 있지 않은 길을 걷는 것이라서 결과에 대한 조바심을 내지 않을 수 없었을 텐데, 이런 상황들을 잘 이겨냈다는 것만으로도 아빠는 민형이가 많은 것을 얻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과보다 과정에서 승리했다는 것을 알기에, 아빠는 민형에게 고맙고 또 고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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