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돌아올 수 없는 퇴사의 다리 위에]

by 미미야

되돌아가지 않겠다고

마치 뭐라도 된 듯한 마음을 억누르기 싫어서,

배수의 진을 친 장수가 된 것처럼,

저는 퇴사를 선택했습니다.


그 자리에 더 머물러 있으면

무너질 것만 같은 불안,

이곳에서 나가야만 살 수 있을 것 같은 위기감이

저를 밖으로 밀어냈습니다.


백일을 갓 넘긴 둘째를 품에 안은 아내는

방향도, 좌표도 잃어버인 저를

말없이 응원해 주었습니다.


마침내, 캐나다 대학원의 입학 허가서가 도착했습니다.

동굴 끝에서 미약한 빛이 스며오는 듯했지만,

하지만 그 빛은 곧 꺼졌습니다.

유학 비자가 거절되었다는 통보가

어둠을 다시 들이밀었기 때문입니다.


함께 준비하던 동기들이

개강일에 맞춰 하나둘 출국하던 날,

저만 홀로 한국에 남았습니다.


돌아갈 수 없는 불타는 다리 위에서,

흔들리는 마음을

기대 하나 없이 눈물로 삼켜야 했습니다.


그날의 불빛도, 울음도, 고독도

시간 속에 가라앉은 채

말없이 자리를 지켰습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 깊은 바닥에서부터

언젠가 건너야 할 다리가

다시 천천히 떠오르는 듯했습니다.




keyword
일요일 연재
이전 16화[미운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