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돌아가지 않겠다고
마치 뭐라도 된 듯한 마음을 억누르기 싫어서,
배수의 진을 친 장수가 된 것처럼,
저는 퇴사를 선택했습니다.
그 자리에 더 머물러 있으면
무너질 것만 같은 불안,
이곳에서 나가야만 살 수 있을 것 같은 위기감이
저를 밖으로 밀어냈습니다.
백일을 갓 넘긴 둘째를 품에 안은 아내는
방향도, 좌표도 잃어버인 저를
말없이 응원해 주었습니다.
마침내, 캐나다 대학원의 입학 허가서가 도착했습니다.
동굴 끝에서 미약한 빛이 스며오는 듯했지만,
하지만 그 빛은 곧 꺼졌습니다.
유학 비자가 거절되었다는 통보가
어둠을 다시 들이밀었기 때문입니다.
함께 준비하던 동기들이
개강일에 맞춰 하나둘 출국하던 날,
저만 홀로 한국에 남았습니다.
돌아갈 수 없는 불타는 다리 위에서,
흔들리는 마음을
기대 하나 없이 눈물로 삼켜야 했습니다.
그날의 불빛도, 울음도, 고독도
시간 속에 가라앉은 채
말없이 자리를 지켰습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 깊은 바닥에서부터
언젠가 건너야 할 다리가
다시 천천히 떠오르는 듯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