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급한 마음보다 중요한 것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시기.
부모님의 얼굴에는 걱정이 한 겹 더 내려앉는다.
"글자를 모르는데 괜찮을까요?"
"감정을 잘 이해 못 하는데 학교에서 친구들이랑 잘 지낼 수 있을까요?"
물론, 그 질문에는 사랑이 담겨 있다. 내 아이가 잘 적응했으면 하는 마음. 남들보다 부족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그래서 부모님은 조금이라도 더 채워주고 싶어 한다.
잘 모르는 감정어를 더 많이 알려주고, 글자를 빨리 익히게 하려고 한다. 그러다 보면 정작 아주 기본적인 것들은 순위에서 밀리기도 한다.
마치, 책상 위를 한가득 채워 놓고는 가장 중요한 교과서를 깜빡한 것처럼.
나는 이 시기에 ‘기초’를 이야기하고 싶다.
복잡한 감정 단어를 아는 것보다, 수업 시간에 착석해 집중하는 힘이 먼저다. 교사가 말할 때 그 말이 자신에게 하는 이야기임을 알고, 지시에 맞게 행동할 수 있는 것이 기본이다.
수업이 40분 동안 이어지는 것을 견디는 힘.
작은 글씨를 쓰고, 가위질을 하며 손의 움직임을 조절하는 능력.
지문을 읽고 그 안에 담긴 뜻을 이해하고, 질문에 답하는 힘.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 해내는 자세.
이게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학교 준비’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걸 많은 부모님이 놓친다.
“지금 치료실에서는 잘 앉아 있어요.”
“하면 잘 따라와요.”
맞는 말이지만, 그건 지금 누군가 곁에 있기 때문이다. 말해주고, 다시 알려주고, 힌트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교는 다르다.
말은 한 번이고, 곁에는 수많은 아이가 있다. 내 아이가 정말 그 한 번의 말로 움직일 수 있는지를 부모님도, 우리도 함께 바라봐야 한다.
감정 교육도 마찬가지다.
‘얄밉다’, '부끄럽다', '후회한다'를 외우는 것이 아니라 그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상황을 겪고, 표현하고, 반응하는 것이 먼저다.
친구가 왜 속상했는지를 알고, 어떻게 해야 친구가 좋아질지를 아는 것은 단순한 감정 단어 이상의 복잡한 사고다.
그래서 나는 센터에서 아이들이 기본 체력을 기르고 가정에서는 경험과 상황을 통해 감정을 채워주면 좋겠다고 말한다.
‘과자를 먹으려고 했는데 동생이 다 먹어버렸을 때’ 같은 작고 현실적인 순간들이 아이의 마음과 말, 이해력을 키운다.
사실, 어떤 것이 필요한지는 부모님이 제일 잘 안다. 아이와 하루를 함께 보내고, 무엇이 힘든지, 어떤 날 잘 웃는지를 아는 사람은 부모님이니까.
다만, 지금 이 시점에서 어떤 것에 더 무게를 두어야 하는지 잠시 멈추고 생각해 보면 좋겠다.
학교에 가는 일은 단순히 ‘입학’이 아니다.
누군가의 말에 반응하고, 줄을 서고, 기다리고, 책을 펴고, 과제를 끝내고, 누군가와 함께 지내는 일이다.
내 아이가 “얘들아, 우리 같이 하자!”라는 말에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을까. 한 번의 말로 행동할 수 있을까.
친구의 말에 귀 기울이고, 자신의 마음을 말할 수 있을까.
지금 너무 조급한 마음이 들었다면
그 마음을 살짝 내려놓고 기초부터 천천히, 차근차근 준비해 보면 좋겠다.
눈에 띄지 않는 과정 같지만 그게 가장 단단한 준비다. 학교에 간다는 건, 준비물 몇 개를 넣는 일이 아니라 스스로 해내는 마음을 길러주는 일이다. 그 마음을 함께 만들어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