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꺼내는 법을 배우는 중이에요

말보다 먼저 나온 마음

by 예슬하다

한 친구가 있다.

처음 만났을 땐 수줍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던 아이였는데, 잠시 후 조심스레 꺼낸 첫마디는 “타요야! 반가워!”였다.

타요


이 친구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은 이름이었다. 타요 이야기를 시작하면 이 친구의 눈은 반짝인다.

수업 시간에도 늘 타요 장난감을 곁에 두고 이야기를 만든다.

“비켜줘! 나 먼저야!”
“위험해, 속도를 줄여야 해!”


혼자서도 역할을 바꿔가며 대사를 주고받고, 이야기를 이어간다.

어느 날은 타요가 터널을 지나가다 갑자기 멈추고, 스피드가 뒤에서 덜컥 부딪혀버리는 장면도 있었다.
둘 다 다친 듯 쓰러져 있는데, 아이는 작은 견인차를 들고 와선 말한다.

“걱정 마, 내가 도와줄게.”




그런데 이 아이는 말로 자신의 생각을 꺼내는 데엔 아직 서툴다.


이미 외운 대사는 또렷하게 말하지만, “도와주세요” 같은 간단한 부탁조차 한참 망설인 끝에야 겨우 말할 수 있다. 장난감을 꺼내달라고 말하지 못하고 선생님의 팔을 끌어당긴다.


그래서 우리는 연습을 시작했다.

“선생님, 이리 와봐요.”

이 한마디를 꺼내는 데에도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천천히, 정말 천천히 그 말이 익숙해지자, “타요 내려주세요”라는 말도 따라왔다.
“이거야?” 물으면 “아니요”, 원하는 걸 꺼내면 “네”라고 대답하기도 한다.


어떤 날은 내가 장난감을 천천히 내려주자, 아이는 “선생님!!!” 하고 감정을 실어 다시 불렀다.
정확한 문장이 아니라, 마음이 먼저 나오는 순간이었다.

나는 속으로 박수를 쳤다.

단순한 요구가 아니라, 감정을 담은 표현이었다.

그건 말보다 더 말 같았다.


가끔은 “고마워용~” 하고 애교 섞인 말투도 곁들인다.


책에서 배운 말이 아니라, 이 아이의 마음속에서 흘러나온 표현이다. 그럴 때면 나는 속으로 생각한다.
말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마음을 꺼내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는 거라고.

표현은 결국 마음을 담는 그릇이니까.


지금도 이 아이는 타요를 옆에 두고 이야기를 만든다. 하지만 그 이야기 속에는 이제, 혼자 힘으로 부르는 ‘선생님’이 있고, 도움을 요청하는 ‘이리 와봐요’가 있고, 진짜 원하는 걸 가리키는 ‘이거 아니에요’가 있다.


언어는 조금씩, 마음은 단단히 커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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