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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수빈 Your Celine Jul 31. 2021

몸을 한번 더 꼬아 긴장감을 유지하기

나는 누구일까요


  늘 느슨한 건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 숨을 들이쉬고 온 몸에 팽팽한 긴장을 유지하는 순간을 기다린다. 숨을 후 하고 내뱉으면 내 안에 가늘고 긴 것들이 가득 들어온다. 


  나는 실과 같은 자락들을 붙잡아야 한다.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해야 할 일의 양이 적으면 몸을 한번 더 꼬아 긴장감을 유지하곤 한다. 온 근육이 단단한 느낌이 들수록 편안함을 느낀다. 일을 느슨하게 처리하는 이들은 금방 저 아래로 풀어지고 만다. 그렇게 영 탐탁지 않은 결과물들이 지속되면 세계에서 버려진다. 안다. 나도 언젠간 그들처럼 저 아래로 떨어지고 말 거란 걸. 


  그렇지만 아둔한 성격의 사람과 함께라면 꽤 오래 붙어있을 수 있다. 지난번에는 최장 5일을 함께했더랬다. 그의 왼쪽 손목을 가볍게 붙잡아본다. 보통 오른손잡이가 많아서 자칫 오른손을 거슬리게 했다간 뿌리침을 당할 수도 있다. 기억이 나는 건 그녀의 반복되는 모습들. 유독 더운 여름날이거나, 국물 요리를 먹을 때면 고개를 양옆으로 두 번 흔들었다. 나는 그런 모습을 주시한다. 


"짧게 잘라주세요." 

"무슨 일 있으세요? 너무 아까운데."

"스타일을 바꿔보려고요."


  스타일은 나도 바꿔줄 수 있다. 나는 그녀의 굵게 굴곡진 긴 머리가 좋았다. 가까이 가면 부드러운 샴푸와 톡 쏘는 에센스 향이 섞여 매력적이었다. 1년 7개월 동안 자란 긴 머리를 싹둑 자르는 건 누구에게나 파격적이다. 나에게도 그런 일이었다. 그 짧은 머리들이 아래로 아래로 자라날 때까지 기다리는 게 최선을 다하는 마음이었다. 그렇게 1년이 지나 그를 다시 만났다. 나는 늘 마지막에 머무른 자리에 있을 뿐이었지만 한결같이 단번에 알아보진 못한다. 


"어딨는 거야 진짜. 맨날 사라지지 왜?"


왼쪽 손을 잡은 벅찬 마음에 힘을 가득 주고 몸을 부풀렸다. 점점 더 점점 더 팽팽하게, 조금만 더... 

툭. 


멘탈인지 전부인지 모를 것이 끊어지는 소리와 함께 세상 밖으로 튕겨 나가떨어졌다. 

힘을 가득 주면 더 이상 힘을 주지 못할 만큼 풀어져버린다는 걸 그땐 알지 못했다.



"그래, 내 이름은 머리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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