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퍼지는 것도 재능이라면 나는 특출난 사람이었다. 슬프면 슬픈 대로, 영영 슬플 기세로 바닥을 찾아 헤매기 시작한다. 살아보자고 일어서는 게 아니라 나를 더 슬프게 할 수 있는 것들을 찾고, 기억해 내고, 추락할 곳을 찾아 휘청인다. 그 무렵은 왜 그러느냐고, 왜 계속 슬픈 음악을 듣고, 슬픈 문장을 찾고, 슬픈 걸 쓰냐고 많이 들었었는데 나는 내가 슬픈 걸 부디 알아달라 그런 것도 아니고, 누가 좀 살려줬으면 해서 그런 건 더더욱 아니었다. 그럴 수밖에 없어서, 그러는 것밖에는 할 줄 몰라서 그런 거다. 살겠다고 움직이는데 어떤 방법이 있겠냐마는 세상에는 정말 그런 걸 모르는 사람도 있다. 아직 살만해서 그런 건 아니고, 굳이 열심히 살 필요가 없어서 그러는 것도 아니고, 정해진 시간에 밥을 먹고, 자야 할 때 자고, 다른 사람 눈도 신경 써야 하는 일종의 법칙이 다 소용없고 딱 슬픈 것만 해낼 수 있을 때가 있다. 몇 년 후, 점쟁이가 되었을 땐 사람이 영영 같을 수는 없다고 배웠었는데 그 말을 누구나 힘든 순간이 오고, 누구나 내내 행복할 수는 없고, 누구나 한 번쯤은 바닥을 친다는 말로 이해했고 사람은 정말 그러했다. 한창 슬펐던 그땐 살아서 겪을 슬픔은 이때 다 겪는 것 같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때 그 생각도 점이었을까 그때보다 힘든 적은 정말 없었던 것 같다. 나도 영영 같진 않았던 셈이다. 누구나 제 손에 난 상처가 가장 아프다곤 하지만, 만약 세상 인연도 다 끊고 점쟁이가 되어야만 해서 겪었던 마음이라면 나는 그때 그 마음이 누구든 이해할 그릇쯤은 만들어 줬다고 생각한다. 이게 오만이고, 자만일 수도 있겠다만 그렇게 생각해야만 이 일에도 자신감이 붙는다. 나는 점쟁이가 된 지금도 미세한 슬픔을 옆구리에 끼고 사는 기분인데 언제든 울어줄 수 있는 사람이어야만 해서 그런 것 같다. 나는 사람들이 내 앞에서만큼은 편하게 울었으면 좋겠다. 우는 것도, 죽을 기세로 슬퍼하는 것도 인생에서 꼭 필요한 일이고, 누구나 평생에 걸쳐 받을 고통이 정해진 거라면, 지금 일찍이 앓아두는 것도 축복일지 모른다고 말해주고 싶다. 영영 같은 사람은 없다. 어떤 터널도, 어떤 축제도 반드시 끝은 있다. 당신의 끝이 온통 화사하기를, 있는 힘껏 다시 시작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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