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괜찮아"라고 말해줬다면

by 유라

하루를 열심히 살아내고 집 가는 길에 내 몸을 지하철이나 버스에 올리면 그제야 약간의 안심이 밀려온다.

음악이나 영상을 틀어 이어폰으로 두 귀를 한껏 막아 세상과 나를 단절시켜 본다. 핸드폰으로는 일하느라 보지 못한 카톡과 개인 일을 보면서 쉬지 않고 어떻게든 효율적으로 움직여 본다.

"오늘은 또 뭐 먹지?"

"너무 피곤하다."

"오늘은 운동 가야 하는데."

"오늘 그거 공부해야 하는데."등등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수많은 해야 할 것들이 나를 쉬지 못하게 한다.

그러다

"집에 가서 아무것도 안 하고 자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면 갑자기 몸에 모든 힘이 빠져나가며 쉬고 싶다는 생각이 머리를 지배한다.

그러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지?"라는 생각이 들면 오늘 하루 동안 열심히 살아왔던 스스로를 칭찬하기보다는 내일도 똑같은 하루일 것이라는 생각에 한숨부터 나온다.

핸드폰을 끄고는 창밖을 바라본다. 밤이지만 밝게 켜져 있는 불, 빠르게 움직이는 사람들이 나에게 마치 "너도 쉬지 말고 움직여!"라고 말하는 것만 같다.

머리가 조금씩 아파온다. 갑자기 갖고 있는 걱정과 문젯거리들이 나를 삼킨다.

"올해는 더 돈을 모아서 조금이라도 큰 곳으로 이사를 가야 하는데."

"운동해서 살 빼야 하는데."

"나이를 먹으니 피부도 관리해야 하고."

"근데 세상 자극적인 게 당긴다."

"내 인생은 어떻게 흘러가는 거지?"

핸드폰에서 진동이 느껴진다. 저장된 이름을 보니 동생이다.

"언니, 뭐 해? 집 가고 있어?"

"응. 집 가는 중, 왜?"

"그냥. 밥 먹었나 해서. 이제 밥 먹으려고 하는데 언니 아직 안 먹었을 것 같아서. 안 먹었으면 우리 집 와서 먹을래?"

"아직 버스야. 오래는 통화 못하고, 카톡으로 하자."

그리고는 동생에게 카톡을 보냈다.

'아직 밥 안 먹었으니까 집으로 갈게.'


버스에 내려 동생의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하니 된장찌개와 달걀볶음밥이 먹음직스럽게 준비되어 있었다.

"언니, 왔어?"

"응. 냄새 장난 아니네."

"거의 다 했으니까 이제 먹자. 손만 씻고 와! 언니 근데 무슨 일 있어?"

"아니? 무슨 일 없는데?" 말을 끝마치자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뭐야? 언니 무슨 일 있네! 왜 그래? 무슨 일이야?" 동생은 깜짝 놀라하던 모든 것을 미루고 나를 쳐다보았다.

"이상하다, 힘든 거 없는데. 왜 눈물이 나오지?"

동생은 그런 나를 쳐다보며 아무 말 없이 안아주었다.

"괜찮아. 괜찮아. 그냥 울어. 울어도 돼. 실컷 울어. 다 울 때까지 내가 옆에 있을게."

말이 떨어지자 눈물은 그칠 새 없이 흘러 밥과 국은 먹을 수 없을 만큼 차가워졌다. 눈물을 그칠 때까지 동생은 말없이 옆에서 토닥여주었다.

"언니, 괜찮아? 괜찮으면 이제 밥 먹을까? 밥이랑 국 데울 테니까 밥이라도 먹으면서 천천히 얘기해 보자."

"아냐, 진짜 괜찮아. 나도 모르게 그냥 괜찮다는 말을 들으니까 눈물이 나왔어. 이제 실컷 울어서 괜찮아."

데워진 밥을 먹으며 우리는 대화를 나누었다. 괜찮다고 말해준 동생 덕에 기분이 한결 나아진 채로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얘기해 주었다.

괜찮다. 괜찮다. 정말 다 괜찮다.

수,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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