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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소담유리 Jul 06. 2020

마음먹은 대로 안 되는 것이 육아다

인생의 가장 큰 어려움

아이를 낳기만 하면 내가 바라는 대로 잘 커 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드라마 속 주인공처럼, 텔레비전에 나오는 연예인처럼, 신문에 나오는 성공한 누군가처럼 그렇게 남들과는 다른, 남들보다 더 빛나는 삶을 살아갈 수 있을 줄 알았다. 아이는 무한계 인간이라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는데 내 뱃속에서 나 온 내 아이인 만큼 더 잘 되리라 믿었던 것이다. 평범한 아이를 평범하지 않은 그 누군가의 인생을 대입시켜 육아를 시작했다.      



 <‘남부러 울 것 없는 아이로 키워야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줄 거야. 기필코 좋은 엄마가 될 거야.’ 어쩌면 나는 내가 ‘나쁜 엄마’가 될까 봐 불안했는지 모른다. 어려서부터 부모님께 불만이 많았고, 그래서 늘 무엇에도 만족하지 못했다. 이런 형편없는 내가 엄마가 되어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육아서를 열심히 읽었다. 훌륭한 부모는 자녀들을 어떻게 키웠는지 배우고 싶어서였다.> 김유라 작가님의 ‘아들 셋 엄마의 돈 되는 독서’의 일부분이다.     


 나도 그랬다. 많은 육아 지침서를 읽고, 육아에 관련된 기사들을 찾아보고, 강연을 들었다. 그 속에서 아이를 잘 키우는 방법들을 배우고 싶었다. 아이를 잘 키운 부모의 역할을 배웠어야 했는데 나는 조금 빗나가, 아이가 어떻게 컸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영재로 자란 아이들의 엄마가 ‘좋은 엄마’인 것 같았다. 그들처럼 똑같이 따라 한다면 내 아이도 영재가 될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좋은 엄마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여기저기에서 알아낸 좋은 것들만을 모아서 짜 맞추고, 나만의 틀을 만들었다. 그 틀에 내 아이를 집어넣고, 찬란하게 빛 날 아이의 미래를 상상하며 엄마 혼자만의 행복한 꿈을 꾸었다. 나와는 다른 아이로 자라길 바라는 마음이 너무 커 빗나간 육아를 하게 했던 것이다.     


 알고 보면 모든 엄마들이 육아를 힘들어한다. 육아 지식이 풍부한 사람도, 아이가 둘이라 이미 육아를 경험해 본 사람도, 알고 보면 나름의 힘듦을 모두 조금씩 가지고 있다. 아이를 뱃속에 넣고 가졌던 마음가짐이나 잘 키우고픈 마음이, 미래의 내 아이의 모습을 상상하며 가지고 있던 환상들이 아이를 육아하면서 많이들 무너진다. 육아라는 것이 절대 내가 마음먹은 대로 쉽게 따라와 주지 않기 때문이다. 결혼에 대한 환상이 결혼 생활을 하면서 깨어지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모든 엄마들이 육아의 시행착오를 겪는다. 신생아 때 힘들게 하는 아이, 커가면서 힘들게 하는 아이, 사춘기를 힘들게 나는 아이, 성인이 되어서도 힘들게 하는 자식이 있기도 하다. 그래서 신생아를 키우는 엄마는 어린이집 다니는 아이를 둔 엄마가 부럽고, 유치원 다니는 아이의 엄마는 초등학교 학부모인 엄마가 부러운 것이다. 또한 성인이 된 자식을 둔 부모는 전혀 신경 쓸 것이 없어 보여 편해 보이지만 속사정은 알 수 없다. 이처럼 아이는 언제, 어느 시점에, 어떠한 모습으로 엄마를 힘들게 할지는 알 수 없다. 육아는 보통 엄마의 기준으로 생각하고 판단해서 모든 것들을 결정하게 된다. 아이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이 엄마이기 때문이다. 그런 엄마의 판단이 옳은지 그른지는 타인의 삶과 비교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먼 훗날 내 아이가 성인이 되어 얼마나 행복하게 살고 있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나는 그랬다. 아이를 향한 엄마의 야무진 꿈은 아이를 키우면서 수많은 시행착오 속에 수없이 수정되고, 지워졌다. 아이가 희생하고 있다는 것은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진행되었던 아이의 성장 스토리, 그 속엔 엄마의 그릇된 욕심이 가득했다. 아이의 인생에서 엄마란 그저 조연에 불과한데, 주연인 양 인생 전체를 쥐고 흔들어 놓으려 했다. 주인공의 사전 동의도 없이 말이다. 하지만 아이는 내 욕심대로 커주지 않았다. 오히려 남들보다 더 느렸으며, 늘 실수를 달고 살았다. 남들보다 느리게 커가는 아이가 답답했고, 실수를 연발하는 아이에게 화가 나 미칠 것 같았다. 엄마의 욕심이 100이라면 아이는 50도 따라와 주질 못했다. 그러니 엄마 마음은 늘 활화산같이 부글부글 끓었고,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럴 수도 있는데... 아이니까 당연히 그럴 수 있는데...’라는 생각이 든다. 내 욕심은 늘 아이를 다른 아이와 비교해 부족한 면만을 찾았고, 아이를 바보로 만들었다. 쓸데없는 엄마의 욕심을 일찍이 좀 내려놓았으면 좋았을 텐데... 부족했던 나는 내려놓음이 그렇게 힘들었다.


 

그렇게 살얼음판을 걸으며 살았던 그 시간들 속에 아이와 나는 불행했다. 나도 힘들었고, 아이도 힘들었다. 지나고 보니 매 순간 나는 끊임없이 노력했지만, 그것은 그저 내 욕심일 뿐이었다. 육아가 내 마음대로 될 거라는 헛된 꿈을 꾼 것이다. 나는 그것을 7년의 육아 끝자락에 깨달았다. 참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래서 요즘은 그 힘든 내려놓음을 실행하는 중이다. 어차피 우리는 ‘이래도 걱정, 저래도 걱정’ 하는 엄마들이 아닌가? 우리 엄마가 그랬듯 걱정하며, 불안해하며, 미안해하며 육아를 하겠지만 그래도 아이들은 잘 큰다. 내 맘대로 육아가 안 된다고 아이를 다그치거나 자신을 질책하지 말자. 누군가의 육아서는 참고용이지 실행용이 아니다. 명심해야 할 것은 아이는 절대 육아서 그대로 커주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개개인 모두가 다른 성향을 가졌음을 인정해야 한다. 본인의 속도대로 큰다. 그것을 속상해하지 말자. 그리고 제발 엄마가 너무 똑똑해 지지는 말았으면 한다. 엄마의 박학다식 육아는 아이를 지치게 만든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기억하자. 내가 마음먹은 대로 되는 건 내 인생 하나뿐이다. 아이의 인생은 아이의 것이니 내 마음먹은 대로 쥐고 흔들려는 마음은 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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