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체력이다. 엄마의 체력이 얼마나 좋은가에 따라 육아의 질도 달라진다. 육아를 하면서 정말 힘든 것은 매일의 일상에서의 아이와 벌이는 체력전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방전되는 나의 체력, 아이는 지치지 않고 계속해서 뛰는데 어느 순간 나는 누워있다. 그동안 나는 운동신경도 좋고, 튼튼하다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내가 저질 체력임을 육아를 하면서 절실하게 느꼈다.
신생아 때는 아이의 손발이 되어 ‘일거수일투족’ 감시하고, 모든 것을 아이에게 맞춰 줘야 한다. 아이의 신호에 따라 먹이고, 씻기고, 소화도 시켜주고, 대소변도 받아내며, 잠도 재워 줘야 한다. 초점 없는 아이의 눈을 맞추며 웃어주고, 노래도 불러주고, 아이를 안고 춤도 춰야 한다. 엄마는 아이가 잠을 자 주지 않는 이상 화장실도 한번 제대로 갈 수가 없다. 제시간에 밥을 먹기도 힘들고, 잠도 새우잠이나 쪽잠을 자야 한다. 어디 외출이라도 하려면 아기띠를 해야 한다. 허리와 어깨에 무리를 준다. 신생아부터 돌이 지나서 까지도 안고, 업고 다니는 경우가 많으니 10kg 이상이 된 아이를 안고 다닐 때면 쌀가마니를 지고 가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출산을 한 엄마는 몸의 변형과 함께 이 모든 것들을 이겨 나가야 하므로 체력 약하면 신생아 육아도 힘들다.
아이가 돌 때쯤 되면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진다. 걷기 시작하고, 뛰기 시작한다. 굉장히 활발하고 활동적인 아이로 변한다. 한 단계 한 단계 업그레이드가 될 때마다 엄마의 할 일은 더욱 많아진다. 걷기 시작하는 아이와는 같이 걸어주고, 뛰기 시작하는 아이와는 함께 뛰어 줘야 한다. 몸으로 놀기를 좋아하는 시기도 찾아온다. 그 시기에는 엄마가 안아주면 다리로 가슴까지 걸어 올라가기도 하고, 목마를 타기도 한다. 업어주면 엄마의 머리채를 힘껏 끌어당기기도 한다. 엎드려 청소를 할라 치면 어김없이 등으로 올라타 엄마는 말이 되어야 한다. 쉬고 싶어 누워있으면 내 몸은 운동장이 된다. 밟기도 하고 주먹으로 내려치기도 하며, 앉아 쉬기도 하고, 비행기가 되어 아이를 태워 줘야 한다. 가끔 난타 공연도 한다. 이 모든 것이 아이가 작을 때는 그래도 견딜만하다. 그러나 아이가 몸무게가 15kg 이상 되고, 키가 100cm 이상 되면 정말이지 힘들어진다. 하루 종일 아이와 있으면 보통 2~3번은 체력이 방전되는 것 같다. 특히나 남자아이라면 더 할 것이다. 엄마는 방전된 체력을 다시 끌어올리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린다. 하지만 아이들은 늘 에너지가 가득 차 있다. 이상하게도 아이는 할 줄 아는 것이 많아지면 질수록 체력이 더 넘쳐나 에너자이저가 된다. 반대로 엄마는 아이 뒤치다꺼리와 고강도의 육아로 더 힘들어하며 체력이 고갈되고, 누구나 쉽게 자신이 ‘저질 체력’ 임을 경험하게 된다.
아내: "당신에게 행복을 선물하고 싶어."
남편: "그래서 당신은 행복했어?".
아내: "행복해도 육체는 힘들어. 마음이 행복한 거지."
가수 겸 연기자인 양동근이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처음 나오던 날, 육아에 대한 부부의 대화 내용이다.
대화 내용에 깊이 공감한다. 아이를 키우는 동안 행복한 일들은 무수히 많다. 아이가 뒤집기를 하면 기쁘고, 걷기 시작하면 대견하다. ‘깔깔깔’ 거리는 아이의 웃음소리를 들으면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아이가 오물 조물 밥을 먹는 모습은 너무나 귀엽다. 아이가 말을 하기 시작하며 어른들로서는 따라 할 수 없는 혀 짧은 소리에 사르르 녹는다. 엄마, 아빠를 부르며 해맑게 웃으며 뛰어와 안기면 벅차오르는 감동을 준다. 행동 하나하나가 너무나 사랑스럽다. 그렇게 딸바보, 아들바보가 된다. 그렇지만 행복해도 육체는 힘든 것이 사실이다. 행복하기에 육체가 힘든 것을 참고 견디는 것이다. 엄마는 육체가 힘들지만 아프면 안 되는 사람이기에 참고 또 참는다. 남편이 출근을 하고 나면 집에서 아이 밥을 먹이고, 놀아주고, 간식도 챙겨주며, 청소에 빨래까지 해줘야 한다. 아이의 일거수일투족을 책임져야 하는 엄마는 늘 좋은 체력을 유지해야만 한다.
나는 육아의 체력전에서 많은 낭패를 겪었다. 출산과 동시에 갑상선 암 수술을 했으니, 나의 몸 상태는 그야말로 ‘저질 체력’ 그 자체였다. 출산으로 인해 찐 살들은 갑상선 암 수술로 더더욱 빠지지 않았고, 몸의 변형이 심하게 오다 보니 여기저기 아픈 곳들이 늘어났다. 또한 갑상선 암 수술 후 호르몬제를 복용했는데 매일같이 다른 나의 신체 바이오리듬을 똑같은 양의 알약 두 개로 맞추어야 하는 것이라 그날그날 약의 효과는 달랐다. 수치상으로는 정상 범위 내에 들어갈지 모르지만, 내 신체 바이오리듬은 확실히 깨져 있었다. 이런 나의 몸 상태는 모르고, 육아에 대한 열정 하나만은 대단히 높았다.
아이가 커갈수록 밖으로 나갈 일들이 많이 생겼다. 공원을 가기도 하고, 놀이동산이나 물놀이 등 아이들을 데리고 갈만한 곳을 일부러 찾아다녔다. 에너지 넘치는 남자아이라 더더욱 밖으로 많이 나갔다. 집에서 쿵쿵거리고 뛰는 것보다는 밖에 나와서 마음껏 뛰어놀았으면 하는 것이 아이를 향한 엄마의 마음이었다. 그러나 나는 한 가지를 깜빡했다. ‘아이가 걸으면 엄마도 걷고, 아이가 뛰면 엄마도 뛰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넓은 곳에 나온 아이는 마음껏 이곳저곳을 누비고 다녔다. 우리 아이는 걷는 일이 거의 없었다. 얼마나 잘 뛰는지 따라가기 힘들 때가 많았다. 따라가다 보면 숨이 턱턱 막히기도 했다. 사람들 많은 곳에서는 가끔 아이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식은땀을 흘리는 일도 있었다. 비가 오거나 날씨가 좋지 않을 때엔 키즈 카페 나들이를 자주 했다. 실내에 있는 키즈 카페는 아이들의 천국이었다. 늘 아이들로 북적였다. 아이들이 가지고 놀만한 장난감들이 한가득 있고, 체력소모를 할 수 있는 기구들이 많았다. 그래서 키즈 카페에 가면 엄마는 편히 앉아서 쉴 줄 알았다. 그런데 아이의 폭력성이 자꾸 문제를 일으키니 할 수 없이 아이를 따라다닐 수밖에 없었다. 좁은 공간을 비집고 따라다니면서 제재를 하기도 하고, 같이 블록 놀이도 해주면서 아이가 노는 2시간을 엄마도 함께 쉴 틈 없이 채웠다. 키즈 카페를 다녀오면 몸은 ‘천근만근’ 이였다. 내 체력은 진짜 바닥을 치고 있었다. 그렇게 아이와의 바깥 활동은 뭘 하든 내 체력이 따라가 주질 못하고 방전되기 일쑤였고, 쉬어 줘야 하는 타이밍에 아이의 에너지는 식을 줄 모르니 화를 내는 경우도 수없이 많았다. 육아를 하면서 체력으로 아이에게 밀려 화를 낼 줄은 아이를 낳기 전 상상해 보지도 못했던 일이다. 화를 내면서도 뒤돌아 생각해보면 참 안타까운 일이었고, 아이에게는 참 미안한 일이었다.
“육아의 기본은 체력”이다. 육아의 체력전에서 아이를 이길 만큼의 체력을 가진 엄마는 좋은 엄마가 될 수 있다고 말이다. 우리 사회는 여성들에게 아이를 낳으라고 하면서 가장 기본이 되는 ‘체력증강’에는 관심이 별로 없는 듯하다. 임산부에게 아이를 잘 낳기 위한 운동을 추천할 뿐이지, 아이를 낳고도 그 체력을 유지할 수 있을 만한 운동을 추천해 주지는 않는다. 아이를 가지기 전부터 필요한 것이 기초체력을 튼튼히 하는 것임을 말해주는 곳은 한 곳도 본 적이 없다. 엽산제를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체력을 키우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이를 낳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이를 잘 기르는 것도 중요하다. 아이를 잘 기르는 기본이 체력에서부터 나온다면 당연히 ‘체력증강’에 많은 힘을 써야 할 것이다. 아이를 가질 계획을 하고 있다면 적어도 1~2년 정도는 기초체력을 튼튼히 할 것을 권한다. 그 체력이 밑바탕이 된다면 육아가 좀 더 수월해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