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5월 4kg의 우량아를 순산했다. 내 나이 30살의 이야기이다. 여자로서 혼기가 꽉 차기 전에 결혼을 했고, 바로 그다음 해에 출산을 했다. 출산 당시 몸무게만 보더라도 큰아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등치가 남달랐던 아이, 출산한 병원에서도 조리원에서도 신생아의 등치로는 당연 1등을 먹었다. 등치만큼이나 울림통도 컸다. 겁 많은 아이라 울기도 많이 울었고, 울기만 하면 그 울음소리가 쩌렁쩌렁 울려서 모두들 놀랐다. 아이가 울 때면 누가 봐도 내 아이임이 틀림없었을 정도였다.
아이는 자라면서 성장발육이 남달랐다. 또래에 비해 더 큰 등치를 가졌고, 에너지 또한 남들 두 배는 훨씬 넘었다. 에너지가 넘치던 아이는 걷기보다는 뛰기를 즐겼고, 조용히 있는 시간보다는 소리 지르는 시간이 많았다. 높은 곳에서 뛰기, 물건 던지기, 뺏기, 밀치기 등, 관심을 끌기 위한 행동으로 위험함을 일삼았다. 그로 인해 아이들이 다치기도 했고, 본인이 다치기도 했다. 본인의 역량을 최대치로 발휘하는 두 배로 힘든 아들이었다. 아이를 좋아하시는 시어머니께서도, 아직 젊으신 친정엄마께서도 아이가 3살이 되던 해부터는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고 하실 정도니 미운 3살 노릇을 톡톡히 하는 아이였다.
태어날 때부터 컸던 아이, 자라면서 남들보다 더 큰 등치를 자랑하던 아이, 고집이 세고 자기주장이 강했던 아이. 그런 아이는 3살 때부터 남다름의 지수가 최고조에 달했다. 3살 때부터 아이의 행동은 급격히 폭력적으로 변했다. 주위의 아이들을 때리기 시작했고, 보복심리 또한 크게 나타나 아이들을 때리거나 응징하며 공격받은 것에 대해 꼭 되갚아 주었다.
어느 날 가족 모임으로 어른들과 함께 카페를 갔다. 주문을 하려고 줄을 서 있던 중 앞에 있던 아이가 우리 아이의 팔을 한 대 때렸다. 아무 이유 없이 한 대 맞은 아이가 상대방 아이를 향해 손이 올라갔다. 그 순간 우리 아이의 손을 잡으며 내가 말렸다. 아이는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나는 괜찮다며 아이를 진정시켰다. 그렇게 사건은 일단락되었고, 주문한 커피가 나오고 어른들의 이야기가 계속되었다. 한 참 이야기를 하던 중 잠깐 사이에 아이가 후다닥 뛰어가는 것이 보였다. 난생처음 가본 카페였는데... 아이는 목적지를 정확히 알고 있었던 것이다. 아이는 맞은편 대각선으로 앉아 있는 아까 자신을 때렸던 여자아이에게로 돌진했다. 결국 그 아이를 한 대 때리고 돌아오는 것이 아닌가... 어른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향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고 보복을 하러 간 것이다. 정말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키즈 카페에서의 일이었다. 아이가 뛰어다니며 놀던 중 마주 오던 아이와 어깨를 부딪쳤다. 서로 뛰어가다가 우연히 부딪히며 지나가던 상황이었다. 아이는 부딪치고 지나간 아이를 일부러 찾아가 한 대 때리고 왔다. “왜 그랬어?”라고 물었더니, 상대방 아이가 자신의 어깨를 치고 지나갔다는 것이었다. 같이 부딪히는 상황에서도 우리 아이는 공격을 받았다고 여겼고, 그 후 보복을 한 것이다. 아이의 보복 심리는 다른 아이에 비해 크게 작용했다. 어떤 상황이든 자신이 공격을 당했다고 느끼는 모든 일들에 대해서 꼭 보복을 해야만 직성이 풀렸다. 그러다 보니 여러 가지 상황들 속에 잦은 트러블이 생겼다. 어떤 상황이 되었든 아이의 폭력성은 늘 문제가 되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아이의 난폭성 또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관심받기 위한 행동을 위험하고 난폭하게 표출해 냈다. 높은 곳 위에서 뛰어내리는 것은 기본이었고, 물건을 집어던지거나, 커다란 물건을 들고 휘두르는 등 위험한 행동을 많이 했다. 그런 아이의 행동에 어린이집 창문이 깨지기도 했고, 친구들이 다치기도 했다. 아이의 난폭한 행동은 또래 친구들에게 위협이 되기도 했다. 관심받기 위한 행동임은 알고 있으나 그 수위가 높았고, 그것이 문제가 되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선생님들께서는 힘들어했다. 그 어디에서도 우리 아이의 행동은 환영받지 못했다.
4kg의 ‘우량아’였던 그 아이는 자라면서 무한한 에너지를 가지게 되었다. 등치만큼이나 힘이 센 아이로 성장을 했다. 성장 과정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 폭력성과 난폭성은 단체 생활에서 큰 장애물이 되었다. 또한, 힘 조절이 잘되지 않았던 어린아이가 생각 없이 휘두른 주먹에 다치거나 우는 아이들이 늘어나자 아이의 성향을 문제 삼는 선생님과 부모님들도 계셨다. 요즘같이 아이들이 귀한 시대에 자기 자식이 다치는 것을 좋아할 부모가 어디 있겠냐 만은, 본인들의 자식 사랑에 우리 아이를 병원으로 내몰아가는 분들도 계셨다. 이해는 가지만 엄마로서 아이에 대한 나쁜 소식은 늘 가슴 치는 울분이 되었다. 나에게도 하나뿐인 소중한 아이인데, 왜 우리 아이만 이렇게 남다른 성향을 가졌는지 그동안의 나를 자책하고, 원망도 많이 했다. 잠시도 아이에게서 관심을 끊을 수 없게 만드는 상황들이 너무 많았고, 그 상황들은 날이 지나면서 더더욱 많이 나타났다. 정말이지 아이의 남다름은 엄마인 나에게 너무 가혹한 숙제였다.
4kg의 아이를 순산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하늘이 노랗게 변하고, 정신 줄이 나갈 만큼이나 힘든 진통을 겪었다. 아이를 낳은 후의 산후 고통은 말로 다 할 수 없을 만큼이다. 그렇게 힘든 고통을 겪으며 아이를 낳았는데, 아이가 커가니 남다른 성향이 육아를 하는 내내 내 발목을 잡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지금의 고통이 아이를 낳은 그날의 아픔을 잊게 만들어 주니 말해 뭐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