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타고
풀 잎사귀에 붙어있던 가냘픈 물방울들이
바람을 타고 날아온다.
지금 막 피어난 풀의 향기를 담고
녹아버린 눈송이의 영혼을 모아
누군가를 위로하듯이 그렇게 날아온다.
바람이 적당히 가벼운 밀도로,
조금은 따듯한 온도로,
코 끝을 스치고 지나간다.
그 온기에 지난 사랑이 되살아나고
그때의 설레임이 떠오른다.
겨울 내내 우리의 이야기는 바람에 실려 사라지고 우리는 다시 푸르른 들판을 기다린다.
누구나 사랑을 꿈꾸듯이
너무나 당연하게 봄의 바람이 불어온다.
괜찮을거라고, 지난한 겨울을 잘 견뎠다고,
봄을 품은 그 바람이 이야기한다.
그렇게 봄이 왔다.
사랑의 계절이 왔다.
색연필로 그리는 그림에세이, 그림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