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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링 Mar 31. 2017

연인이기 때문입니다

나와 당신



자꾸만 보고싶고 그립고

눈 앞에서 아른거리는 이유는

우리가 연인이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내 차가운 마음 한 구석에서

따뜻하고 작은 그대만의 땅을 만들었습니다.

내 마음의 공간에서 나도 모르게 그대에게

한 평의 땅을 내어주었습니다.

그 땅에서 그대는 무얼했는지,

그 땅이 어디 있는지 나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마음 한 켠이 자꾸만 따뜻해지는건

내 마음 속 어딘가에 발을 딛고 있는 그대 때문일 겁니다.

아마도 그대는 그 땅에서 가장 따뜻한 바람을 만들었고,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꽃을 가꿨겠지요.


우리는 연인입니다.


우리의 철없던 사랑은 이별이 되었고,

뒤늦은 후회 속 이별은 다시 만남이 되어,

그리고 다시 사랑이 되었습니다.

그대가 남기고 간 내 마음 속 작은 땅은

그대가 가꾸지 않아 황량한 사막이 되었습니다.

사막 한가운데 작은 편지가 있었던걸

나는 애써 외면했습니다.

이제서야 다시 여린 새싹이 돋아나는,

따뜻한 바람이 부는 그 곳에서 그 편지를 펴봅니다.


그래도 사랑한다고 적혀있습니다.


우리가 헤어져 많은 슬픔에, 짙은 고독에,

회색빛 그리움에 시달린 건

우리가 연인이기 때문입니다.

오랜 이별의 지난한 시간 속에서도

작은 희망을 가지고 서로를 생각한 건

우리가 어쩔 수 없는 연인이기 때문입니다.


그대는 내 마음속에서

또 다시 한 평의 땅을 가꿉니다.

이 세상 모든 그리움들이

노래를 부르는 곳이 있다면,

아스라히 빛바랜 기억들이

되살아나는 곳이 있다면,

망각 속으로 흩어졌던 향기들이 다시금 그대와 나의 코 끝을 간지럽힌다면,

그 곳은 아마 그대가 가진 내 마음 속 한 평의 땅에서 일겁니다.


그렇게 그리움들의 노래가 눈물나게 아름답고,

기억들이 아름다운 일상이 되고,

그 향기가 우리 곁에 머무는 이유는


우리가 연인이기 때문입니다.


Shakespeare & Company, Fr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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