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당신
자꾸만 보고싶고 그립고
눈 앞에서 아른거리는 이유는
우리가 연인이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내 차가운 마음 한 구석에서
따뜻하고 작은 그대만의 땅을 만들었습니다.
내 마음의 공간에서 나도 모르게 그대에게
한 평의 땅을 내어주었습니다.
그 땅에서 그대는 무얼했는지,
그 땅이 어디 있는지 나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마음 한 켠이 자꾸만 따뜻해지는건
내 마음 속 어딘가에 발을 딛고 있는 그대 때문일 겁니다.
아마도 그대는 그 땅에서 가장 따뜻한 바람을 만들었고,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꽃을 가꿨겠지요.
우리는 연인입니다.
우리의 철없던 사랑은 이별이 되었고,
뒤늦은 후회 속 이별은 다시 만남이 되어,
그리고 다시 사랑이 되었습니다.
그대가 남기고 간 내 마음 속 작은 땅은
그대가 가꾸지 않아 황량한 사막이 되었습니다.
사막 한가운데 작은 편지가 있었던걸
나는 애써 외면했습니다.
이제서야 다시 여린 새싹이 돋아나는,
따뜻한 바람이 부는 그 곳에서 그 편지를 펴봅니다.
그래도 사랑한다고 적혀있습니다.
우리가 헤어져 많은 슬픔에, 짙은 고독에,
회색빛 그리움에 시달린 건
우리가 연인이기 때문입니다.
오랜 이별의 지난한 시간 속에서도
작은 희망을 가지고 서로를 생각한 건
우리가 어쩔 수 없는 연인이기 때문입니다.
그대는 내 마음속에서
또 다시 한 평의 땅을 가꿉니다.
이 세상 모든 그리움들이
노래를 부르는 곳이 있다면,
아스라히 빛바랜 기억들이
되살아나는 곳이 있다면,
망각 속으로 흩어졌던 향기들이 다시금 그대와 나의 코 끝을 간지럽힌다면,
그 곳은 아마 그대가 가진 내 마음 속 한 평의 땅에서 일겁니다.
그렇게 그리움들의 노래가 눈물나게 아름답고,
기억들이 아름다운 일상이 되고,
그 향기가 우리 곁에 머무는 이유는
우리가 연인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