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사의 이유와 지금의 나
민수기 29장의 말씀을 묵상하며 제 마음은 자꾸 답답해졌습니다.
수많은 제사, 수많은 짐승, 절기마다 반복되는 번제와 속죄제—
그것을 읽다 보니 문득,
“하나님은 왜 이렇게까지 하셔야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우리의 삶은 많은 것이 달라졌지요.
우리나라만 해도 조상 제사를 줄이고,
그보다 사람과 마음을 더 중요하게 여기려는 흐름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구약시대의 이스라엘에게는 왜
그처럼 반복적이고 구체적인 제사를 명하셨을까—
그 이유가, 오늘 따라 더 궁금하고 또 아릿하게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곰곰이 다시 떠올려보니,
하나님은 ‘제사 자체’를 기뻐하셨다기보다는
그 제사에 담긴 ‘마음’을 원하셨던 것 같습니다.
하루하루 하나님을 기억하길,
범한 죄를 미루지 않고 돌이키길,
감사를 잊지 않고 삶의 중심에 하나님을 모시길—
하나님은 그 마음의 질서와 방향을 세우기 위해
그토록 많은 제사의 틀을 허락하신 건 아닐까싶습니다.
그러니 이스라엘이 아직도 하나님을 온전히 알지 못하고
변화되지 못한 이유도 어쩌면,
‘형식’을 지키면서도 ‘마음’을 놓쳤기 때문일지 모르겠습니다.
그건 지금 우리에게도 늘 경계해야 할 부분이지요.
지금 우리는 제사를 지내지 않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지금도 ‘우리의 마음’을 바라보십니다.
작은 기도, 잠시 머무는 침묵,
사랑하려 애쓰는 순간, 나를 내려놓는 용기—
이 모든 것이 하나님께 드려지는
새로운 시대의 제사이자 살아 있는 예배가 아닐까요?
그렇게 생각하니 답답했던 마음이 조금은 풀려갑니다.
오늘도 나의 작은 고백과 침묵의 눈물이
하나님께 향기로운 제사가 되기를,
조용히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