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고온이 언제였냐는 듯
1.
겨울치고는 계속 너무 따뜻해서 눈은 기대도 안 한 이번 겨울. 그제 진눈깨비를 봤다.
갑자기 영하 10도를 찍은 날이기도 하고. 어제도, 오늘도 굉장히 추웠다.
난 힙스터라 내복을 안 입는다고 주장했던, 그 날의 기억이 어렴풋하다.
지금은 엑스트라 웜 없이는 밖에 나갈 엄두가 안나는 서른 살의 나.
2.
시험이 저번 달 11일에 끝났으니, 아직 한 달도 안되긴 했다. 그래도 얼추 회복은 될 줄 알았건만.
아직도 충분히 쉬었다는 느낌이 안 든다. 이래서 공부는 어렸을 때 해야된다는 건가. 할매할배들이 겪는 시험후유증은 다 이런 건가. 나는 할매치고 체력이 좋은 편일 거라 확신하는데도, 사람 몸이 이렇게 회복이 안 될 수가 있나 싶다.
3.
그래서 정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먼저 약속 잡지 않았다. 먼저 연락이 오면 거절하진 않았다.
그랬는데도 이번 주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단 하루도 빠짐없이 저녁 약속이 있다. 불평하는 건 아니다.
주위에 이렇게 좋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지금 그들과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어 근데 너무 힘들다.
체력 좋은 편이었는데 분명히. 입 털 힘이 없다. 밖에서 밥 먹는 게 지겹고. 엄마 밥 먹고 싶고. 오늘 목요일인데.
4.
이번 달에 무진기행 필사를 끝내려고 했는데 딱 하루 쓰고 펜을 안 잡았다.
이런데 무슨 글을 쓰겠다는 건지?
5.
넷플릭스에 지브리 스튜디오 영화들이 들어왔다.
토토로를 한 번도 제대로 본 적 없어서 이번에 봤는데. 왜 지브리 지브리 하는지 알겠더라구요?
근데 이 영화, 1988년작이다. 토토로는 그럼 나보다 몇 살 많은 거야?
유투브로 멍멍이 야옹이만 보다가 지브리로 힐링하니 새롭다. 안 본 사람 있으면 강추.
미야자키 하야오의 상상력에 새삼, 새삼 감탄.
6.
내일은 오랜만에 ntlive! 보러 국립극장 나들이!
오늘은 고속터미널 나간 김에 엘러리 퀸 한 권을 사들고 왔다. 독서 다시 시작해야지.
토요일부터는 중국어 다시 시작이다. 죽는 건 아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