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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율쓰 Apr 09. 2020

요리중독

프랑쓰 솰람 되코 시퍼요

(표지사진은 구글에서 프랑스요리 검색하면 나옴. 근데 저게 뭔 음식이지?)


1.

문득, 때때로, 요리하고 싶어 견딜 수 없을 때가 온다.

일정한 주기로 오는 건 아니고. 정말 그냥 가끔 그럴 때가 있다.

이럴 때는 하루 종일 요리 생각 밖에 안난다. 왜 이런지는 나도 모른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그 때가 왔다.

엊그제 알리오 에 올리오와 감바스부터, 그저께 라자냐, 어제는 프랑스식 양파 스프, 오늘은 뵈프 부르기뇽과 솔 뫼니에르. 코로나 시국에 요리로 세계여행 시작.


문제는, 내가 양파 다지는 것도 매우 어설픈 초보임에도 우리 가족이 먹을 5-6인분을 항상 해내야 한다는 것.

나름대로 요리 센스가 아주 없는 편은 아니라서, 양을 좀 많이 해도 딱히 망한 적은 없다.

그런데. 어제 오늘한 뵈프 부르기뇽은. 와우. 요리를 좋아하는 나의 마음을 다시 돌아보게 했다. 아직도 양 어깨가 아퍼. 흐앙. 그래도 맛있었다.


우선 내 요리 철학은, 절대 망하지 않는 요리를 하자는 것.


2.

우선 내 요리 철학은, 절대 망하지 않는 요리를 하자는 것.

품이 많이 들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소위 노가다 요리라도 복잡하지 않은 음식들을 택하는 편이다.

메인으로 참고할 레서피를 하나 고르고, 다른 레서피 세네개 정도 훑어본 후 맘에 드는 부분들을 절충해서 요리한다.



3.

엊그제 한 원팬 알리오 에 올리오감바스.

https://www.youtube.com/watch?v=paaD-3MnUBY (감바스)

https://www.youtube.com/watch?v=t-yH0NzAPIg (원팬 알리오 에 올리오 w/페퍼론치노)


유투버 국가비가 쉽게 할 수 있는 레서피를 많이 올려 최근에는 그녀의 채널을 많이 참고한다.

내레이션이 내 취향이 아니긴 하지만 - 요리 진행과정을 비교적 자세히 해주는 편이고 편집도 깔끔해서(+르 꼬르동 블루 본교 디플롬 믿어봄), 주로 소리 낮추고 한글 자막 띄워 보면서 따라한다. 차-함 쉽져잉.


4.

그제 한 가지버섯애호박라자냐.

넣은 재료는 라자냐면(사랑해요 데체코), 다진 한우순살(feat. 한살림), 토마토소스, 내가 만든 베샤멜 소스, 모짜렐라, 강판 노가다한 파마산. 맛이 없을 수가 읍서요.

구글에 '라자냐 에어프라이어' 쳐서 나오는 레서피 세 개 참조해서 막 만듦. 가족들 반응이 여태까진 제일 좋았다.


국가비 레서피 https://www.youtube.com/watch?v=k-Y1qq1d77M (이건 라자냐면 없이 애호박/가지만으로)

https://m.blog.naver.com/PostView.nhn?blogId=dlwndud1974&logNo=220065783635&proxyReferer=https%3A%2F%2Fwww.google.com%2F (베샤멜 소스 이용하는 가지 라자냐)


갑자기 이름 생각 안나는 올리브빵과 곁들여. 튤립이 온 날이라 화사했다.


나에게 노가다의 상처를 남기고 떠난 너.


5.

어제 한 프렌치 어니언 스프.

예전에 만든 적이 있다. 나에게 노가다의 상처를 남기고 떠난 너.

하지만. 그만큼 맛있었으니, 다시 도전. 뭣보다 스프라면 다 엄청나게 좋아한다. 소화기가 안좋은 채로 살다보니 스프러버가 되어 버렸다는 슬픈 이야기. 근데 밖에서 사먹으면 너무 비싸잖아. 보통 화가 마이 나는 가격이다. 프렌치 어니언 스프는 특히나.


사진은 딱히 찍지 않았고, 양파 캐러멜라이징만 1시간 가량 걸렸다. 이번엔 치킨 스탁을 넣지 않고 - 표고, 양파로 낸 야채육수를 넣었더니 맛이 심심하였다. 간도 별로 안 하는 편이라, 위에 올리는 치즈를 에멘탈이나 그뤼에르처럼 짭짤하고 풍미가 좋은 걸로 넣을 걸 그랬다고 백 번 후회. 어니언 스프는 특히나 치즈의 역할이 커서.


6.

드디어 오늘 한 뵈프 부르기뇽솔 뫼니에르(프랑스식 가자미버터구이) + 프랑스식 감자퓨레.

미쳤는지, 갑자기 뵈프 부르기뇽을 하고 싶었다. 원래 갈비탕을 하려다가 끓이면서 내내 위에 거품을 걷어줘야 한다는 말에 바로 의욕 상실. 한식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님. 그래서 그거랑 비슷한(?) 프랑스 갈비찜 뵈프 부르기뇽 도전!

 

역시나 국가비 레서피를 기본으로 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qnVrdV9ewT 

자취생의 브런치 https://brunch.co.kr/@ylangylang/63#comment (중간중간 설명이 자세해서 도움이 많이 되었다. 밀가루는 왜 넣는지 등)

고수의 블로그 https://nonameprojectstory.tistory.com/49 (토마토 페이스트랑 뭐가 중요한지 알려줌)


별로 어려운 건 없다....? 소고기, 여러 야채를 썰어서 하룻밤 와인에 재우고, 다음날 소고기만 먼저 구워준 다음 빼둔다. 나머지 야채 볶다가 다시 고기 넣고, 밀가루랑 토마토 페이스트 넣고 살짝 볶다가 전날 고기 재운 와인 싹 다 붓고 최소 두 시간 끓여. 그 동안 매쉬드포테이토를 하든지, 부르기뇽에 들어갈 가니쉬를 만든다.

내가 사용한 가니쉬는 통삼겹살과 다진 양파, 코스트코에서 온 겁나 큰 미쿸 양송이들.


와 근데 일단 사용한 부채살부터 1.5킬로였다. 자르는데 갑자기 현타옴. 나는 몇 마리의 소들에게 죄를 짓고 있는 건가....와인에 재고 그 다음날 굽는 것부터 일이었다. 워우. 왜 잔치음식인지 깨달음.

누군가 당신에게 부르기뇽을 대접한다면 그 사람은 당신을 사랑하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누군가 당신에게 부르기뇽을 대접한다면
그 사람은 당신을 사랑하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아래는 중간중간 억울해서 찍어둔 요리 사진들.

하루 재웠다 그 다음날 깨운 당시 사진. 고기야, 일어나렴. 굽힐 시간이란다.


겉만 살짝 익혀요. 육즙 게섰거라.


팔이 마이 아프고. 내가 왜 사서 고생을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할때쯤.


찍은 사람도 이해하지 못하는 구도. 끓이던 중간이라 김이 뿌옇다.


가니쉬 준비. 라돈이 없는 자는 통삼겹으로 도전. 근데 추천은 못하겠다. 베이컨이 나을수도.


헝. 엄마. 다 돼떠.


무조건 감자퓨레와 함께 드시라. 여긴 이론의 여지가 엄서요. 언니 말 들어.


와우. 부르기뇽. 중간에 후회 안했다면 그거슨 그짓말. 하지만 맛있어요.....

국가비 레서피상 스탁을 안 넣고 마지막에 다크 초콜릿 한 조각이 들어간다. 나는 린트 90프로짜리를 씀.



당연히 엄마의 반대가 있었다. 웬 쪼꼬렛이니. 느치마.

하지만 넣은 후엔 엄마도 만족. 확실히 깊은 맛을 더해준다는 멘션까지. 신기했다. 넣어보세요.


7.

감자 퓨레는 어제 해버리고 잤다.

장장 네 시간에 걸친 장보기를 끝내고 와서는 약간 이상한 애처럼, 굳이 그 밤에 고기를 잘라서 재우고. 왠지 모르지만 탄력 받아서 감자 800그램을 찌고 으깬 후 이즈니 버터 50그램에 생크림 100밀리. 이거 추천합니다. 하지만 버터는 훨씬 덜 넣으시는 게 낫겠어요. 마이 느끼해요. 이거슨 국가비 레서피 온리.

https://www.youtube.com/watch?v=udxInBmWp7w&t=305s


아닛 다 먹었네?


8.

마지막으로는 가자미쓰.........(솔 뫼니에르)

망할 수 음는 요리라고 생각한 가자미를 망쵸버렸어요.

가자미를 손질한 후 밀가루를 이쁘게 입혀서 패셔니스타를 만들어준다. 그리고 보통은 버터에 구우면서 레몬을 뿌리면 끝. 근데 뭐 좀 어렵게 해보겠다고 올리브유에 구워서 레몬버터소스를 따로 만들었어요?

근데 레몬 반개 짜래서 아무생각 없이 짰더니 너무 셨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헝....


깝치지 않으면 망하지 않을 것 같은 요리, 솔 뫼니에르.


이제 앞으로 해보고 싶은 건, 크로크 무슈와 버섯크림스프.

해봅시당.


p.s. 취직했다. 시험만 붙으면 된다.

p.s.2 어제 새벽 삘받아서 르 코르동 블루 숙명 캠퍼스 입학 관련 검색한 건 비밀. 네? 학비가 천만원이라구여? ㅂㄷㅂㄷ..

......and p.s.3 줄리&줄리아를 다시 봤다. 이번 요리병은 언제 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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