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우울의 늪에 빠져본 적이 있나요

02. 나도 내 마음을 모르겠어 #우울

by 유시선

당신은 우울의 늪에 빠져본 적이 있나요

내가 가장 우울했던 시절을 생각해보면 20대 중반 즈음 재취업 준비를 하던 시절이다.

대학교 졸업은 간신히 이뤘지만, 1년 넘게 인턴생활을 해보니 이 길을 내 길이 아니다 싶어 일찌감치 포기했다. 그러다 굵직한 대기업 인턴, 작은 중소기업의 사무직, 온갖 다양한 알바 등을 거쳐 이제는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겠다! 하여 특정 분야의 재취업 준비를 본격적으로 하게 됐다.

언제나 취업의 문턱은 넘기 어렵다지만... 나 또한 그 시절 취업의 문턱을 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밤새 자소서도 작성하고 적당히 높지 않은 상한 선을 정해 입사 지원을 해나갔지만 결과는 줄줄이 서류 탈락. 혹시나 해서 관심 분야도 정해 놓은 선도 점차 낮춰갔지만 취업은 쉽지 않았다.

계속되는 서류 탈락에 모아 두었던 돈은 점점 떨어져 갔고, 나의 자존감도 매일매일 바닥을 쳐갔다.


돈도 어엿한 직장도 없으니 친구들과의 사이도 자연스레 멀어졌다. 더군다나 함께 지내고 있는 가족들도 점점 멀어져갔다. 취업을 하고 싶지 않아서 놀고있는 게 아닌데 다 나 잘되라고 하는 엄마의 잔소리는 늘 내 가슴을 후벼팠다. 점점 집에서 가족과 같이 살고는 있지만 얼굴을 마주할 일도 없어져 갔고, 이야기를 나누는 일도 정말 드문 일이었다.

세상과는 단절된 5평 남짓한 자그마한 내 방에서 나는 나만의 세상을 일궈나갔고 점차 방에서만 지내는 시간이 길어졌다. 식욕도, 물욕도, 친구도, 가족도 어떠한 것도 내게는 중요한 것이 없는 내 생에 가장 우울한 시기였다.




우울은 더 큰 우울을 가져오더라.

우울이라는 감정은 내가 상상한 것보다도 더 끝도 없이 깊어질 수 있는 감정이다.

나는 우울할 땐 내 주변으로 벽을 높이 쌓는다. 원래 성격 자체가 내 감정이나 힘듦을 남에게 드러내지 않는 편인데, 우울할 땐 그 감정을 더 꽁꽁 묶어 심연의 바다 깊은 곳에 숨겨버린다. 그것이 내 감정을 들키지 않기 위함인지 나를 보호하려는 자기 방어인지 모르겠으나 난 늘 그렇게 우울감이 지나가길 미련하게 버텨냈다.


우울이라는 감정은 참 이상하다. 슬픔과 괴로움과는 정말 다른 감정이다.

주로 내가 느끼는 우울감은 무기력에 가깝다. 무엇을 해도 즐겁지 않고, 또 무엇을 하고 싶지 않을 때가 많다. 당연히 무엇을 해도 즐겁지 않으니 무엇도 하고 싶지 않겠지. 자연스럽게 사람도 멀어지고 나 자신도 내게서 멀어진다. 정확히는 나의 우울한 모습이 나도 싫은 것 같다. 그렇지만 어떻게 벗어나야 할지 몰라 그냥 또 가만히 무기력해지는 거다.


우울의 감정을 다른 사람들과 나눴으면 좀 나았을까? 나는 왜 이리 나의 감정을 나누는 것이 어려운 걸까.

때로는 펑펑 울기도 하면서 나의 속상함을 드러내면서 위로를 구애했다면 조금 후련해졌을까.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나에겐 참 그런 일이 어렵다. 남과 감정을 나누더라도 달라질 게 없다는 생각에서인지, 나의 괜한 우울감이 옮아갈까 걱정되어서 인지 나도 나를 참 모르겠다.

남에겐 그렇게 관대하고 자애로운 척하면서 나 자신에겐 누구보다도 철저하고 무거운 잣대를 들이댄다. 나는 나의 우울을 들키지 않기 위해 늘 가면을 썼었기에 내 주위 사람들은 내가 우울함을 겪고 있는지 눈치채기 어려울 것이다. 그만큼 나는 누구보다 내 감정에 철저하고 집요하고 못된 사람이다.


며칠 전에는 가슴이 저미는 듯한 통증이 있었다. 무서웠다.

간혹 불면증에 시달릴 때 회사일에 스트레스를 받을 때 왼쪽 가슴이 절인 듯한 통증이 있긴 했는데, 대낮에 아무런 이유 없이 그런 통증이 있으니 조금 겁이 났다. 갑자기 나 요즘 우울한가?라고 처음으로 생각했다. 몸에서 신호를 줘야만 반응하는 어리석은 내 모습에 나조차 고개가 절레절레 저어진다.


누구에게도 이야기하지 못했지만 솔직히 나는 요즘 우울하다.

무엇을 해도 무기력하고,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있고, 여행이나 새로운 자극을 찾고 싶지도 않은... 우울의 늪에 빠질 것 같은 기로에 서 있다.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서 글을 쓰는 것으로 내 마음을 쏟아놓아 보기로 했다. 나의 우울을 인정하는 데에는 시간이 조금 걸렸지만, 인정하고 나니 극복의 의지가 꿈틀거린다.


그래도 예전처럼 바보같이

우울의 늪에 깊이 빠지는 것을 보고만 있지 않아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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