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한 마음으로 비판을 넘기기
예전에 학원 강사로 일할 때, 중요한 자료를 정리하다가 실수로 싹 다 지운 적이 있었다. 그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고, 당황한 나는 바로 원장님께 솔직히 사과한 뒤 다행히 일부 파일을 복구하며 일을 마무리했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따로 있었다. 동료 강사 A가, 내가 한 실수보다 훨씬 크게 부풀려진 얘기를 듣고는 나에게 “괜찮냐?”라고 물어온 것이다. A 말로는 B에게서 들었다 했는데, 나는 B와도 가깝지 않았다. 아마 B도 또 다른 누군가에게 들은 얘기를 전했을 것이다. 그렇게 소문은 눈덩이처럼 커져, 내가 하지도 않은 실수까지 내가 한 것처럼 퍼져 있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되자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이제 막 일을 시작한 신참이었던 나는 내 편이 되어줄 사람도 없었고, 약한 사람은 쉽게 공격받는다는 현실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사람들은 대부분 강한 사람 앞에서는 잘 보이고 싶어 한다. 그게 사회적 동물로서의 본능일 것이다. 반대로 힘이 약하거나 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에게는 냉담하거나 무심해지기 쉽다. 특히 그런 사람이 실수라도 하면 ‘이해’라는 단어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뒤에서 수군거리며 깎아내리기 바쁘다.
그 시절, 친구가 선물해 준 '미움받을 용기'라는 책을 자주 꺼내 읽곤 했다. 특히 인간은 타인의 기대에서 벗어나 진짜 나로 살 용기를 가져야 한다는 말이 가슴에 깊이 남았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때 비로소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데, 나는 아직 그 경지에 오르진 못했음을 안다. 그래서 힘들 때마다 그 구절을 다시 읽으며 불필요한 시선을 떨쳐내고 나 자신을 지켜야 한다는 사실을 되새긴다. 지금도 나는 주변의 비판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고 도움이 되는 말만 남기려 노력한다. 물론 완벽하진 않지만 그 책 덕분에 ‘미움받을 용기’를 조금은 배우게 된 셈이다.
“강한 자 앞에서는 겸손하고, 약한 자 앞에서는 냉정하다”는 속담이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도 인간은 인정받기 위해 경쟁하는 존재라고 했다. 결국 우리 모두는 때때로 그런 사람이 되기도 하고, 또 그런 사람들과 함께 살아간다. 학교든 직장이든 맞지 않는 사람과 협력해야 할 때가 많다. 그럴 땐 마음을 단단히 먹고 좋은 조언은 귀담아들으면서 쓸데없는 비판은 바람처럼 흘려보낼 줄 알아야 한다.
나는 이제 남의 비판을 모조리 받아들이면 내 마음만 지쳐버린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내게 힘이 되는 말만 남기고 나머지는 바람처럼 스쳐가게 두는 지혜가 필요한데 아직은 그 지혜를 열심히 찾고 있다. 나 역시 완벽하지 않은 인간이기에 나도 모르게 남을 무시하거나 흉볼 때가 있지만, 그 본성을 인정하는 것에서 변화가 시작된다고 믿는다. 상대의 약점이나 실수를 봤을 때 험담 대신 이해하려는 마음이 결국 내가 일하는 집단을, 그리고 더 나아가 내가 속한 사회를 조금은 따뜻하게 만든다고 믿는다.
그래서 나는 흔들리지 않는 마음을 가진 사람, 비판 속에서도 자신을 지키면서도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모든 사람에게 다 맞출 수는 없지만 최소한의 예의와 존중은 잃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의 불완전함을 이해하며 함께 살아가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언젠가 나도 누군가에게 “네 곁에 있으면 마음이 단단해지는 것 같아”라는 말을 듣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