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어디로 가야 하지? 어디서부터 출발해야 하지?”
해피의 말에 럭키가 허공을 한참 바라보더니 몸을 돌려 방향을 가리켰다. 멀리 보이는 도로위를 차들이 쌩쌩 달리고 있었다. 까만밤 차들의 불빛은 어딘가를 향해 열심히 달려가고 있었다.
“차를 타고 간다고?”
“그럼 걸어갈 거야? 거기가 얼마나 먼 덴지 알기나 해?”
“어떤 차를 타는데?”
“버스.”
“버스?”
“응, 고양이 얼굴들이 크게 그려진 버스야. 내가 언젠가 본 적이 있는데 고양이들의 행복백화점 행이라고 쓰여 있었어.”
“정말? 그런 버스가 있어?”
“응, 그렇다니까.”
‘그런 신기한 버스가 있다는 것도 흥미진진한데 그 버스를 타고 간다고?’ 해피의 가슴이 점점 부풀어올랐다.
“어서 빨리 가보자.”
해피가 재촉했다.
“그래. 그럼 출발해 보자. 밤이 길지 않으니 서둘러야지.”
그렇게 두 고양이는 밤으로 나섰다.
도시의 밤은 시끄럽고도 조용했다. 쌩쌩 달리는 차들의 소리만 요란할 뿐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버스정류장에도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봄바람에 떨어진 꽃잎들만 주위를 떠돌고 있었다. 두 고양이는 봄밤을 휘감고 있는 향기를 음미하며 정류장 벤치에 앉아 한참 동안 버스를 기다렸다.
“저기 버스가 온다.”
럭키가 갑자기 흥분해서 외쳤다. 멀리서 달려오던 커다란 버스가 속도를 줄이며 다가오고 있었다.
“하지만 어떻게 타?”
해피가 걱정을 하자 럭키가 속삭이듯 작은 소리로 말했다.
“조용히 올라타면 되지. 밤처럼… 쥐도 새도 모르게.”
끼익 소리를 내며 버스가 멈춰서자 해피가 입을 크게 벌리고 감탄을 했다.
“정말 온통 다 고양이 얼굴이네!”
“어서 올라타자!”
럭키는 앞문이 열리자 쏜살같이 계단을 올라갔다. 해피도 얼떨결에 럭키를 뒤따랐다. 스르르 문이 닫히고 버스는 부드럽게 출발했다. 버스 안도 온통 고양이 얼굴로 도배가 되어 있었다. 해피와 럭키의 모험을 응원하는 듯 웃는 얼굴의 고양이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이를 드러내고 웃는 몇몇 고양이들의 짓궂은 표정은 좀 섬뜩한 느낌을 주기도 했다.
좌석에 앉아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해피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이상하다. 왜 아무도 안 타고 있지?”
“밤이니까 그렇지. 모두들 자는 밤이니까. 그런 밤에도 누군가는 깨어 있는 거니까.”
럭키가 낮은 소리로 속삭였다.
“그런데 이 차가 고행점에 가는 게 맞아? 차 안에 우리 둘밖에 없다고! 게다가 봐봐, 운전사가 없어! 그런데 차가 저절로 가고 있다니까!”
해피가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정말 꿈 같구나! 운전사 없이 자동으로 가는 차가 있다고 하더니 이 차가 바로 그런 찬가 보다. 차가 저절로 가다니…”
럭키의 눈도 호기심으로 가득찼다. 해피와 럭키의 존재를 아는지 모르는지 고양이 버스는 계속 앞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어느 순간 주위에 반짝이던 차의 불빛들이 모두 사라졌다. 그래도 고양이 버스는 묵묵히 어두운 밤의 터널을 내달려갔다.
멀리 검은 밤 속에 거대한 피라미드 형태의 건물이 나타났다. 울퉁불퉁 뒤틀린 기묘한 모양이 무너질 듯 위태로워 보이면서도 한편으론 절대로 무너지지 않을 철옹성처럼 견고해 보였다. 노란 불빛이 군데군데 보이지만 전체적으로 어둡고 칙칙한 분위기의 건물은 밤의 파수꾼처럼 홀로 우뚝 서 있었다. 버스가 건물 앞에 멈춰서자 뒷문이 저절로 열렸다. 해피와 럭키는 서둘러 버스에서 내렸다. 문이 닫혔고 버스는 다시 꿈처럼 제 갈 길로 사라져 버렸다.
“우와! 정말 대단하다! 여기가 그 유명한 고행점이구나!”
고행점 앞 광장에 선 럭키는 놀라움에 입을 벌린 채 다물지를 못했다. 바벨탑 형태로 뒤틀린 채 올라간 피라미드형 건물은 그 자체로 신기한 거대 조형물 같았다. 화려함과 기괴함이 묘하게 뒤섞인 건축 양식은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는 새로운 것이었고 위로 갈수록 좁아지는 건물의 꼭대기는 하늘에 닿을 듯 아득해서 끝이 보이지 않았다.
“저 안에 행복이 있다는 거야?”
해피가 기대와 의심이 교차하는 표정을 지었다.
“글쎄, 있길 바래 봐야지.”
럭키의 어투도 확신이 없는 듯했다.
“그런데 저 안에 어떻게 들어가지? 쥐구멍이라도 찾아봐야 하나?”
해피의 말에 럭키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지. 그건 아니지. 우린 고양인데…”
“그래. 그건 네 말이 맞아. 하지만 문이 닫혀 있지 않을까?”
“닫혀 있으면 열어야지.”
“어떻게 열어?”
“어떻게든 열리니까 문이겠지. 사람들이 들어가는 곳이니까.”
럭키가 명쾌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저 앞에 누군가 보초를 서고 있잖아.”
거대한 정문 앞에 검은 정장을 갖춰 입은 보안요원이 부동자세로 서 있었다.
“잠깐만, 그러니까 작전을 세워야 해.”
럭키가 낮게 속삭였다.
“작전?”
“응, 교란 작전.”
“교란 작전?”
“쉽게 말하자면 저 사람을 정신없게 만든다는 소리야.”
“어떻게 그렇게 만드는데?”
“우리의 노래소리로.”
“노래?”
“응. 우리의 야옹 이중창으로 저 사람을 정신없게 만들어서 저 사람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문 속으로 쏜살같이 들어가는 거지.”
럭키가 작전을 지시하는 장수처럼 설명했다.
“그거 좋은 생각인데!”
해피의 눈이 호기심으로 반짝였다.
“내가 신호를 할 테니까 너는 큰 목소리로 노래만 하면 되는 거야. 어때, 할 수 있겠지?”
“응, 해 볼게. 난 목소리의 마술사거든. 우리 집사도 그렇게 인정했어. 높은 음부터 낮은 음까지, 아기부터 할아버지까지 백 가지 목소리가 가능해.”
럭키의 흥미진진한 계획에 신이 난 해피가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좋아, 어쩐지 느낌이 좋다. 자, 그럼 작전을 시작해 보자. 넌 일단 조심조심 건물 왼쪽으로 가서 내 신호를 기다려. 신호가 떨어지면 노래를 부르는 거야. 알겠지?”
“오케이, 알았어.”
해피가 살금살금 낮은 포복으로 왼쪽으로 가는 사이 럭키는 문 앞으로 곧장 달려갔다. 갑작스런 고양이의 등장에 놀란 보안요원이 눈을 크게 뜨자 럭키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야~옹!’ 했다. 보안요원이 깜짝 놀라 럭키에게 다가오려 하는 순간 멀리 건물 왼쪽 모퉁이에서 목청 좋은 해피가 굵은 목소리로 ‘냐~옹!’ 했다. 눈이 휘둥그레진 보안요원이 허둥대며 왼쪽으로 뛰어가기 시작하자 럭키는 건물의 오른쪽으로 달려가며 거칠게 ‘야~옹 야~~옹!’ 소리를 질렀다. 해피는 이제 보안요원을 피해 건물 앞으로 뛰어오며 우렁찬 목소리로 ‘냐~옹 냐~~옹!’ 했다. 보안요원이 다시 앞쪽으로 뛰어오는 사이 해피는 오른쪽으로 그리고 럭키는 왼쪽으로 교차하듯 달려가며 ‘야~옹! 냐~옹!’ 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야옹, 냐옹’ 소리는 어느새 가늠할 수 없는 숫자가 되어 밤을 어지럽혔다.
건물 양옆 모퉁이를 향해 헐레벌떡 왔다갔다 하던 보안요원이 핵핵거리며 숨을 고르는 사이 두 고양이는 쪼르르 문 앞으로 달려갔다. 주문을 외지 않았는데도 육중한 철문이 양옆으로 스르르 열렸다. 두 고양이는 안으로 뛰어들어갔고 다시 문이 자동으로 닫혔다.
“믿을 수가 없어! 작전 성공이야!”
럭키가 숨을 헐떡이며 흥분된 얼굴로 소리쳤다.
“우와, 정말 대단한 걸! 럭키, 우리가 해냈어! 우리가 고행점에 들어왔어!”
해피도 들뜬 목소리로 맞장구를 쳤다.
“달밤에 신나는 술래잡기라니! 너무 열심히 뛰었나봐, 숨이 차!”
럭키가 심호흡을 하고 숨을 고르며 말했다.
“나도 그래. 목소리를 바꿔내면서 뛰느라 더 힘들었어.”
해피도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해피, 너 같은 아이는 처음 봐. 넌 백 가지가 아니라 천의 목소리를 가졌어. 우리의 멋들어진 이중창에 문지기가 나가떨어졌잖아.”
“럭키, 너의 작전 덕분이야. 나 혼자였으면 없는 쥐구멍을 찾느라 지금도 고행점 주위를 빙빙 돌고 있었을지도 몰라.”
두 고양이는 마주보며 환한 웃음을 터뜨렸다.
백화점 로비는 거대한 회색 동굴 같았다. 동굴 안을 빙 둘러 울퉁불퉁한 벽에 높이가 다른 문들이 있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럭키가 문 수를 셌다. 모양과 색깔이 제각각인 일곱 개 문이었다.
“일곱 빛깔 무지개를 표현한 것 같아!”
럭키가 말했다.
“다 너무 특이하고 멋진데! 어느 문으로 들어가는 게 좋을까?”
해피가 럭키에게 물었다.
“무지개 너머 어디로 가든 다 통해 있겠지. 그곳은 아주 다른 세상일 테니까. 그러니 네가 원하는 문을 골라봐.”
럭키의 말에 해피는 한참 생각을 하더니 그 중에서도 가장 높은 노란색 문을 가리켰다. 달처럼 둥근 원형의 문이었다. 그 아래로 나선형의 계단이 놓여 있었다.
“그럼 올라가 볼까? 근데 좀 떨린다.”
해피가 걱정과 기대가 교차하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왜?”
“저 안에 뭐가 있을지 몰라서…”
“왜 행복이 너를 잡아먹기라도 할까봐?”
럭키의 말에 해피의 눈이 커졌다.
“왜 그렇게 무서운 말을 해?”
“아니, 난 우스운 말을 한 거야. 네가 너무 긴장하는 거 같아서… 걱정 마, 해피. 행복백화점인데 설마 불행이 있을라고.”
럭키가 미소 지으며 해피의 등을 두들겨 주었다.
“좋아. 가보자.”
해피는 씩씩하게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했고 럭키도 조용히 해피를 뒤따랐다.
“내가 열어 볼게.”
해피가 조심스레 노란 문을 밀자 회전문처럼 문이 돌아가며 열렸고 두 고양이는 자연스럽게 안으로 들어갔다.
“와~~~~!”
해피와 럭키는 입을 벌린 채 두 눈을 의심했다. 층고가 엄청나게 높은 방의 네 벽면이 사료와 간식 진열대로 꾸며져 있었다.
“이게 다 뭐야? 우리의 먹거리가 다 모여 있는 곳이네!”
해피가 방을 휘둘러 보더니 다시 춤추듯 몇 바퀴를 빙빙 돌며 감탄을 했다.
“이게 다 고양이들의 사료와 간식이라고? 이렇게나 많은 게 다?”
럭키도 믿을 수 없다는 듯 흥분된 목소리였다. 세상의 모든 고양이 간식과 사료들이 다 모여 있는 곳, 그곳은 고행점의 꽃이라 불리는 식품관이었다. 고양이 모델을 내세운 다양한 브랜드의 광고용 현수막과 입간판들이 곳곳에 놓여 있었다. 진열장을 가득 메운 여러 종류의 사료와 간식들은 포장과 패키지도 아주 다채롭고 화려했다.
모든 상품은 세계 각지에서 생산된 최고급 유기농 재료와 안심 축산물, 그리고 청정 해역의 수산물을 이용해 만들어진 것들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 입점된 것들이었다.
해피와 럭키는 방을 찬찬히 둘러보았다. 참치와 연어, 고등어와 새우, 닭가슴살과 쇠고기, 칠면조와 오리 등 일반적인 조합의 사료가 많은 데 비해 ‘의외의 조합’이라는 푯말이 붙은 간식 코너에는 참치와 참외를 섞은 퓨전간식 ‘참참’과 연어와 옥수수의 조합 ‘연옥’ 등 특이한 간식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건 참참이래. 참치와 참외를 섞은 맛이라니 상상할 수가 없네. 정말 별의별 간식이 다 있어. 연어와 옥수수를 섞은 연옥의 맛은 어떨까? 지옥보다야 당연히 낫겠지.”
럭키가 중얼거렸다.
“난 참치와 참외를 좋아해서 참참은 좀 궁금하긴 한데 연옥은 별로일 거 같아. 연어와 옥수수를 둘다 좋아하지만 둘을 섞은 맛은 상상이 안돼. 우리 집사가 가끔 어울리지 않게 이런 저런 사료를 섞어주곤 하는데 나는 그럼 안 먹고 버텨. 그럴 때마다 우리 집사는 내가 입맛이 너무 까다롭다며 투덜대거든. 하지만 그렇게 취급받는 건 좀 억울해. 나는 그저 미각이 좀 발달한 고양이일 뿐인데 어쩌겠어. 와, 저건 우리 집사가 자주 사 오는 거야!”
알래스카 연어와 태평양 참치로 만든 영양 간식 통조림을 보고 해피가 외쳤다. 해피가 즐겨 먹는 간식이어서 금방 알아볼 수 있었다.
“내겐 모든 게 신세계야. 다 처음 보는 것들이니까. 정말 놀라워.”
럭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주차장 고양이인 럭키는 사료와 물 외엔 따로 먹는 것이 별로 없었다. 별미라고는 가끔 명절 같은 특별한 날에 집사의 배려로 특별간식을 먹어 보는 정도가 다였다. 그러니 사료와 간식의 종류가 이렇게 많다는 건 꿈에도 생각 못한 것이었다.
‘이렇게 많은 사료 중에서 내가 좋아할 걸 어떻게 알고 골라오는 걸까? 먹어 보지도 않고 어떻게 맛을 알겠냐고.’ 해피는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방에 가득한 사료와 간식을 다 맛보고 싶었으나 그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포장 용기에 담긴 것들을 열 방법이 없는 데다 계산도 안 하고 남의 걸 먹는 도둑이 될 수는 없었다. 그러니 방안 가득한 산해진미가 어차피 다 그림의 떡이었다.
파란 문 앞에 서서 벌써 다른 방으로 넘어갈 생각을 하고 있는 해피를 럭키가 급히 불렀다.
“해피, 이리 와봐. 여기 작은 문이 하나 있어!”
“뭐? 다른 문이 있다고?”
“그래. 이 근처에서 뭔가 좋은 냄새가 나.”
해피는 럭키가 말하는 문쪽으로 서둘러 달려갔다.
“정말 여기 작은 문이 있네!”
비건 사료 코너의 진열장 뒤로 작은 문이 숨겨져 있었다. 나무로 만든 작고 평범한 문이었다.
“잠깐만, 여기 뭐라고 쓰여 있어.”
럭키가 문에 가까이 다가가더니 글씨를 가리켰다.
“뭐라고 쓰여 있는데?”
해피도 문 가까이로 다가가며 물었다.
“관계자외 출입금지라고 쓰여 있어.”
“출입금지? 그럼 들어가지 말란 소리 아냐?”
“아니 근데 봐봐, 그 밑에 작은 글씨로 ‘고양이만 들어오시오.’라고 쓰여 있어.”
“뭐? 정말?”
“그래. 분명 그렇게 쓰여 있다니까.”
“그럼 어떡하지? 혹시 우리가 들어온 걸 아는 사람이 있는 거 아냐? 여긴 원래 고양이 입장금지잖아. 근데 고양이만 들어오라고?”
해피가 의심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그러니까 우릴 유인해서 잡으려고?”
럭키가 한발 더 나아갔다.
“그래! 이러다 쥐도 새도 모르게 어디론가 잡혀가는 거 아닐까?”
해피가 한걱정을 했다. 고양이 입장금지라고 했으면 의심없이 그 안으로 들어갔을 두 고양이는 아이러니하게도 입장권유의 문구에 오히려 행동을 머뭇거렸다.
해피와 럭키는 갑자기 두려움에 휩싸였다. 숨을 죽인 채 귀를 쫑긋 세우고 레이더를 작동시켰다. 그러나 아무 소리도 어떤 움직임도 포착되지 않았다. 사방이 고요했다. 네 면의 벽을 두르고 있는 사료와 간식들은 모두 오래된 도서관 서가의 책들처럼 아무런 동요도 없이 조용하고 평안했다.
“이 문을 열어보자.”
럭키가 제안을 했다.
“하지만 그러면 우리는 저 파란 문을 포기해야 되잖아. 이 방에 있는 두 개의 문 중 어떤 문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 좀 해 봐야 되는 거 아닐까?”
해피의 생각에 럭키도 동감을 했다.
“하긴 두 문으로 동시에 들어갈 수 있는 재주는 없지. 우리가 헤어져서 각자 다른 길로 가지 않는다면…”
“럭키, 그건 안 돼! 그럴 순 없어. 우린 함께 해야 해. 우리의 모험이 이제 시작된 건데…”
해피가 강하게 반발했다.
“네 말이 맞아, 해피. 우리는 시작부터 선택의 기로에 선 거야.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해.”
“네가 선택하는 게 좋겠어, 럭키. 넌 운이 좋으니까.”
해피가 선택을 미뤘다.
“나라면 작은 문을 선택하겠어. ‘좁은 문으로 들어가기를 힘쓰라.’고 어느 작가의 책에서도 말했지. 저 문은 우리를 유인하는 덫이 될 수도 있지만 어쩌면 우리를 초대하는 누군가의 은밀한 메시지일 수도 있지 않을까?”
“우리를 초대하는 누군가라니? 누구?”
“글쎄 알 수는 없지만 이 백화점을 움직이는 누군가겠지.”
럭키의 말에 해피도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처음 들어서는 순간부터 고행점이 어떤 힘에 의해 움직이는 거대한 생명체처럼 여겨졌기 때문이다.
“시작부터 쉽지 않네. 하지만 저 안에서 뭔가 맛있는 냄새가 풍겨나오고 있는 건 확실해. 그러니 궁금해서 가보지 않을 수가 있겠냐고.”
해피가 코를 킁킁거리며 말했다.
“네가 문을 열어봐, 해피.”
럭키의 말에 해피가 작은 문의 손잡이를 건드리자 문이 부드럽게 열렸다.
“안이 캄캄한데!”
갑작스런 어둠에 당황한 해피가 들어가기를 주저하자 럭키가 나섰다.
“그래도 일단 들어가 보자. 문이 열렸으니까.”
럭키가 앞장을 서자 해피도 뒤를 따랐다. 두 고양이가 안으로 들어서자 저절로 문이 닫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