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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비 Jan 14. 2020

표정을 바꾼다는 것


며칠 아픈 아이를 간호하느라 체력이 떨어졌는지 지난밤부터 목이 칼칼했다. 올겨울 들어 벌써 세 번째 목감기에 걸렸다. 남편도 며칠 째 감기로 고생 중이다. 열감기에서 탈출해 겨우 퇴원한 아이는 아침에 배도라지 차 한잔을 마시곤 다시 콜록거린다. 어느 광고 카피에서 그랬지. 지긋지긋한 감기라고. 정말 올겨울은 지긋지긋한 감기 때문에 얼른 지나갔으면 좋겠다. 길게는 아이가 얼른 자랐으면 좋겠다. 가벼운 감기쯤은 거뜬히 이길 수 있는 힘이 생길 만큼.


이 시간이 얼른 지났으면 생각할 때가 많다. 아픔이나 고통이 일상을 뒤흔들 때 그렇게 생각한다. 흘러가는 물처럼 평화롭고 경쾌한 삶을 꿈꾸기 때문이다. 원하는 것은 평화로움이면서 고통을 더 자주 느끼며 살아간다.

아침에 세수하고 나오는 나를 보며 남편이 묻는다.


"뭐 안 좋은 일 있어?"

"아니 왜?"

"인상을 너무 쓰고 있어서."

"내가? 아닌데..."


 거울을 보다가 문득 생각했다. 정말 미간에 주름이 깊어졌다. 직장 다닐 때는 종일 스트레스받으며 일에 집중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양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주름이 생길까 봐 책상 앞에 거울을 두고 수시로 내 얼굴을 체크했다. 한참 일하다가 웃거나 입꼬리를 올리는 행동이 오히려 어색했다. 나이 들수록 인상이 그 사람을 말한댔는데 이러다간 화난 사람의 얼굴을 가지게 될 것 같았다. 보톡스를 맞아볼까 필러를 넣어볼까 피부과의 광고들을 눈여겨보기도 했다.

주름 고민은 퇴사와 함께 오래 잊고  지냈다. 스트레스받을 일이 없으니 인상 쓰는 순간도 별로 없었다. 그런데 오늘 문득 아무 일 없이 인상 쓰고 있는 나를 마주했다. 표정의 기본 옵션이 찌푸린 얼굴이다. 밝은 표정을 위해서는 억지로 얼굴 근육에 힘을 줘야 했다. 왜 이렇게 됐을까 싶은데 아마도 현재를 고통스러워하기 때문인 것 같았다.

마음이 원하는 속도보다 조금 천천히 살아야겠다. 알아채지 못하고 지나친 보물들을 발견해야 웃을 것이다. 웃어야 미간의 주름도 펴질 것이다.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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