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에 밀려 걷다

가을길에서 만난 노년의 표정

by 수요일

시간에 밀려 걷다


느린 햇살이 빗겨 내리는
낙엽 가득한 길을 걷는다는 건
한 해의 쇠락을 걷는 것이다
겨울의 땅을 파고드는 쇠락의 빛은
위험을 피해 부리를 파묻는 새처럼
뿌리를 파묻고 다음 계절을 무사히
보내려는 것

사람의 쇠락 또한 다음 계절을
쉬었다가 그 봄에 돌아오려는 것 아니냐
해넘이의 그늘에서 노인들의 표정을 보며
쇠락의 길을 걷기란 좌절이 아니라
되돌아 올 희망을 걷는 것 같다

희망이 없다 해도 뭐라겠어
어차피 원해서 살아온 노인이란
세상의 몇 프로, 나머지는
그냥 시간에 밀려 살아왔을 것
시간이 미는 대로 어서 가면 그만이다

어서 가자. 쇠락의 계절을 지나
햇살 빗기는 평온의 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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