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단편소설

by 수요일

단편소설 한 달

21.
*
한강일병,

누구보다 빠른 첫 휴가를 받으려고 기를 쓰고 악에 바쳐서 시간을 보냈다. 생리통이라며 결국 나의 입대를 바라보지도 못 하고 인공호흡기 속에서 웃던 누나.

누나를 기다렸었다. 6주 훈련을 마치고 있었던 면회 시간. 난 내무반에서 한강을 호출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기다림은 다른 동기들이 부모님이 싸온 치킨을 나눠먹을 때까지 계속 되었었다.

자랑하고 싶었다. 내 여자요. 이 사람이 내 사랑, 내 연인, 나의 생명이고 미래고 희망이에요.

사랑도 연인도 생명도 희망도,
없었다.

저녁점호가 끝날 때까지 달이 누나는 오지 않았다.
원망도 미움도 아닌 걱정, 군의관은 그랬다.

생리통으로 죽는 사람은 없어 인마.

사격, 태권도, 전술훈련, 행군. 뭐든 무조건 일등이 목표였다. 발톱이 빠져 달아났어도 내색하지 않았다. 그리고 누구보다 먼저 휴가를 나왔다. 누나를 만나기 위해.

누나를 만났다. 아빠가 가르쳐준 곳에서 나는 개처럼 킁킁거리며 누나의 냄새를 찾았다. 아니 킁킁거리지 않아도 누나의 몸이 재가 되어 자리 잡은 곳은 금방 알 수 있었다. 아름다웠으니까.

퇴원을 했다. 달이가 걷더구나. 걸어서 집으로 왔다. 그리고 집에 온 다음 날 아이들이 달이 언니가 움직이지 않는다고. 얼굴은 환하게 웃고 있는데 안 움직인다고.

마지막까지 우리 강아지 잘 보살펴달라고 그랬다. 강아, 너는 행여나 딴 맘 먹지 말고 꿋꿋하게 달이 누나 몫까지 살아야 한다. 더는 아빠 가슴에 못을 박지 말아다오.

아빠는 간절하게 내 어깨를 잡고 울며 말하셨다. 하지만,
내 모든 건 오직 누나를 위해서였다. 줄곧 일등을 놓지 않은 것도, 수석을 한 것도 오직 누나의 웃는 얼굴을 보기 위해. 기뻐하는 누나를 보기 위해.

누나가 없으면 그 모든 것들이 무의미해지는 것이다.

한강, 아빠는 누나를 한강에 뿌렸다고 했다. 누나가 죽어서도 한강 안에 있고 싶다고 그랬단다. 나는 누나를 품은 것인가. 나는 누나를 가진 것인가.

강물에 비치는 누나의 모습이 보였다. 누나는 손을 흔들고 있다. 오지 말란다. 귓가에 바람이 되어 속삭인다. 우리 강아지 나중에 보자. 나중에 보자. 아직 오지 마. 갈대 사이로 바람이 온다. 바람으로 숨을 쉰다.
내가 한강인가 한강이 나인가

단편소설 한 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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