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1그램

단편소설

by 수요일

단편소설 사랑 1그램.

사람에게
가장 가벼운 감정을 꼽으라면
사랑을,

바라만 봐도 행복해지는 사람을 만나면 헬륨 풍선을 탄 것처럼 하늘 끝까지 세상 어디라도 날아갈 것 같은데 왜 어느 날, 갑자기 돌덩이를 매단 것처럼 추락하는 걸까. 한 없이 가벼운 존재가 되어 미련 없이 떠나고 떠나보내는 걸까.

사랑을 바라는 남자,
사랑을 바라보는 여자,

문이 열려있어도 날아가지 않는 새장 속 카나리아 같은 남자,
푸른 들 하늘 끝까지 날아오르는 종달새 같은 여자.

1그램의 사랑만 있어도 기꺼이 마지막 그 순간까지 기쁘게 사랑하려는 그 남자의 사랑은 무엇으로 지켜질까, 사랑의 시작과 끝, 그리고 나머지.

행복, 희망 : 불행, 절망, 그리고 기다림. 언제까지나.

무관심만 아니라면 떠나간 사랑은 꼭 돌아올 것입니다.

1

들녘의 푸른 하늘을 솟구쳤다가 내리꽂혔다가 하는 종달새를 보며 새장 안의 카나리아는 무척 재밌겠다고 생각했다. 어느 날 주인이 먹이를 주고 새장 문닫는 걸 잊었지만 카나리아는 그 푸른 들녘으로 날아가지 않았다.

문이 열려있어도 스스로를 새장 안에 가두는 것, 사랑. *

이백만 원이 생겼다.

하늘에서 떨어지듯 그렇게 아버지의 죽음과 함께 내게 내려진 유산은 단돈 이백만 원이었다. 들리는 소리로 이런 저런 암투가 많았던 것 같았다. 난 진흙탕 싸움이 싫어서 굳이 외면하고 있었다. 몇십 억의 재산을 죽는 그 순간까지 손에 쥐고 내놓지 않은 아버지는 현명했다. 나는 그런 아버지를 존경했다. 아니 존경이라기 보단 경외라고 할까. 남들처럼 수백억도 아니고 수십억으로 자식들을 쥐락펴락 하며 여생을 누렸으니 대단한 분이다. 하지만 결국 떠날 땐 빈털터리가 되어 가셨다. 그리고 외면의 대가로 내겐 이백만 원이란 공돈이 생겼다.

누구에게 얼마가 가고 누가 억울해서 난리를 피웠는진 관심 밖이었다. 난 철저히 내 힘으로 살고 있었고 아들 넷 딸 셋 중 유일하게 미혼이고 또 가장 끝인 막내였으므로 유산 따위엔 해당사항 극히 미미함을 알고 있었지만 그조차도 관심 밖이었다. 유일하게 자식들 중 아버지의 마지막 위세에 휘둘리지 않은 나였기에 아버지는 그런 내가 아마도 건방져보였을 거였다. 어쨌든 난 아버지의 죽음을 진심으로 슬퍼하고 활활 타오르는 아버지의 육신을 보내며 한참이나 오열했다.

그리고 아버지의 배려 덕분에 난 바라나시의 갠지스 강이 보이는 이 호텔에서 며칠간의 휴가를 보내기로 작정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 단지 어슬렁거리기 위한 여행으로 선택한 인도의 한 호텔 레스토랑 카페에서 3일 만에 그가 빈둥거리는 내게 이렇게 말을 걸어왔다.

여행 안 해요?

연유가 잔뜩 든 커피를 스트로로 빨아먹으며 커피믹스 맛 같다고 생각하던 나에게 옆 테이블 남자가 말을 걸어왔다. 나는 짙은 선글래스 안에서 주의 깊게 그를 살펴보았다.

여행 온 거 아니에요? 하루 종일 여기 앉아서 그 걸쭉한 커피만 마시네요.

그가 끼고 있던 선글라스를 올려 머리에 걸치고 말했다. 잘 생긴 얼굴 부드러운 목소리 깊은 눈매, 어딘지 모르게 블러드 믹스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머리색과 눈동자.

하긴, 여긴 여자 혼자 다니기엔 좀 위험한 곳이긴 하죠. 잘못 디디면 지저분하기도 하고. 하하. 내가 가이드 해줄까요?

가이드...요?

그랬어. 먹이를 주어서가 아니라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는 것. 그의 손이 차가워도 좋아, 마음으로부터 일어나 눈으로 차오르기 시작하는 것. 사랑은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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