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단편소설 사랑 1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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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째 날,
약속시간이 다가올수록 난 그 시간에 맞춰나가기가 싫어졌다. 끝. 사랑에도 끝이 있다면, 사랑을 느끼게 해준다던 가이드의 말이 그대로라면 오늘은 혹시 사랑의 끝이 아닐까. 탁자 위에 올려놓은 양말과 신발이 보인다. 저걸 신고 나가야 하는 걸까. 내가 넘겨짚은 건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는 오늘 나에게 프러포즈를 할지도 모른다. 사랑의 끝은 이별일까 프러포즈일까. 시간은 차곡차곡 결말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나는 우변아저씨에게 전화를 걸어 왜 사진을 안 줬는가 물었다. 원하지 않더라고 했다. 사진을 보면 선입견이 생길지도 몰라서, 편견이 생길지도 몰라서랬다. 검색하면 다 나오지 않나요? 라고 물었다. 검색해봤어요? 라고 했다. 아뇨 라고 대답했다. 거봐요. 랬다. 뭐가요? 라고 물으니 검색해도 안 나올 거예요. 란다.
왜요?
차단시켜놨을 거니까요.
그럼 전혀 얼굴을 알 방법이 없나요?
있죠!
뭔데요?
만나 봐요.
아... 그거 말고는요?
없어요.
학교 게시판 같은 곳에 있진 않을까요?
휴식년이라 아마 대체되었을 걸요.
아,
궁금하면 보내줘요?
어떻게요?
지난번에 혹시나 싶어 제가 몰카로 찍어둔 게 있어요.
네, 보내줘요.
잠시 후 폰으로 사진 전송이 되었다. 열었는데 흐릿해서 알아볼 수가 없다.
시간이 다 되었다. 나는 어느새 약속장소 앞까지 와있었다. 언제 여기까지 왔는지는 나도 알 수가 없다. 저절로 그냥.
왔어요?
네,
오늘은 또 왜 심각해요?
그냥 마지막 날이라서 생각이 많았어요.
아, 신발이
그냥요 그래야할 거 같아서,
말 없는 말 같아요.
네?
이제 이별을 고하자는 통보 같아요.
아,
그동안 즐거웠어요?
아, 네, 네.
다행이에요.
그가 가지런히 웃었다. 그리곤 손을 달라고 했다. 손을 내밀자 내 엄지에서 반지를 빼갔다. 입술을 달랬다. 입술을 주었다. 내 입술에 그 입술을 대고 빨아들이는 소리를 냈다. 내 가슴에 손을 얹었다. 손동작으로 뭔가를 걷어내는 제스처를 했다. 내 이마에 그 이마를 대고 입속으로 뭔가를 중얼거렸다. 난 무슨 말을 해야 하는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무슨... 의식... 이에요?
걷어 들이는 거예요. 남겨지면 힘든 것들 말끔하게,
그런다고 그게,
그냥 뭐 의미로라도 하는 게 좋을 거 같아서 했어요.
또 가지런히 웃었다.
전,
네,
전 가영요.
네?
전, 가영이에요.
아, 가영 씨 이름 참 예뻐요.
그쪽은요 이름이... 혹시
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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