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단편소설 사랑 1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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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에요, 아니요, 근데
네,
그 반지 꼭 빼가야 하나요?
아,
남겨진 것들 그렇게 무슨 샤머니즘 의식처럼 걷어가야 하나요?
억지로, 억지로 되는 게 없더라고요.
억지로라도 갖고 싶은 거, 한 번도 없었나요?
억지로라도 갖고 싶은 게 일생 처음으로 생겼지만,
그럼 왜 포기해요?
사랑은요,
네,
사랑은 혼자 하면 참 슬퍼요. 아파요. 점점 더 사랑하게 되잖아요. 슬프고 아프니까. 점점 더 깊이 빠져들게 돼요. 그러다가 나도 모르게 어느새 삶의 모든 게 그 중심이 나로부터 옮겨가요. 그... 몰입되는 느낌, 뭐랄까, 탄광이 무너졌어요. 그 안에 나만 갇혀있어요. 다른 사람들은 용케 피신하고 나만 거기에. 그런 느낌이 되는 거니까 많이 힘들어요. 하지만 그래도 괜찮은 건 나 자신에게, 내 사랑에 당당하니까. 하지만 반대편에선 아니겠죠. 싫고 부담스럽고 지겹고 성가시고 귀찮은 거.
귀찮다고요?
마음이 따르지 않는데 누가 자꾸 건드리면 처음엔 안쓰러워서 받아들여주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귀찮고 성가시게 되고, 시간이 더 지나면 스토커라도 된 것처럼 취급하게 되고.
하지만 상대방이 아닐 수도 있잖아요.
그렇다면 그건 나타나요. 아무리 감춰도 드러나요. 주머니 속에 송곳처럼 뚫고 나와요. 그래서 알 수 있어요.
그럼 내 송곳은 날카로운 그 끝이 없는 건가요,
그가 의아한 눈으로 나를 보았다. 송곳이 있어요? 라고 묻는 듯.
저울질 하는 거 사랑은 아니겠죠?
사랑은 수치로 환산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근데 저에겐 1그램의 사랑이라도, 라고 했잖아요.
사랑이라면 그게 1그램이든 100킬로든 같은 거라고 알려주고 싶었어요. 아무리 무거운 쇳덩이라도 작은 쇠구슬과 낙하속도는 같잖아요. 지구의 중력에 의지하며 사는 우리에겐 사랑이란 1그램이나 100킬로나 같은 거라고.
사실은 육백 억과 당신을 저울질하고 있어요. 나란 여자.
육백 억...이요?
당신이 육백 억의 가치가 있다고, 있을 거라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보고 있는 중이에요.
아...육백 억이라니, 그 돈이 있으면 정말 잘 살 수 있겠군요. 지금 사는 데 돈이 많이 필요한가요?
아뇨... 그렇진 않아요. 하지만 많으면 좋은 게 돈이잖아요. 그 돈으로 더 많은 아이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고.
아이들에게 혜택을... 좋군요. 멋져요.
네. 저는 저를 위할까 많은 사람들을 위할 것인가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는데 그 어느 쪽도 확신이 없어요. 아니 많은 아이들에게 희망을 만들어줄 확신은 있어요. 당신이 내게 확신을 안 준 거죠. 나를 사랑한 일주일이 사실인가요. 단지 사랑의 가이드였을 뿐인가요.
반지... 왜 뺐느냐고 물었죠?
네
다른 반지를 끼워주고 싶었어요.
그가 품에서 작은 사각박스를 꺼냈다. 박스를 내 앞으로 밀어놓고 말했다.
이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