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병 안에 쪽지를 넣어 띄운다

0X2A: 어딘가에 닿길 바라며

by 귀남

지난 한 달은 아주 즐겁고 뜻깊은 경험이었다. 하지만 이제 무언가를 더 도전하기 힘든 상황이다. 지금이 마지막이라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택한 것이 소설 써보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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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에 구입한 복권 한 장에 남은 한 주가 기분 좋은 상상으로 채워지듯, 내 소설의 완성과 함께, 잠시 기분 좋은 상상을 해보았다. 기대보다 이 소설이 훨씬 재미있어서, 누군가에게 주목받는 상상. 미숙함에 가려진 가능성이 확인되어 이 소설이 다른 어떤 계기로 이어지는 상상.


머리가 차갑게 식은 뒤에는 한결 냉정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상상을 실현하기에는 턱도 없는 불완전한 모습이었지만, 가치가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는 나의 일부가 보인다. 내가 쓴 작품이기에 관대해지는 판단과, 내 것이라 더 엄격해지는 양가적인 감정 속에서 내가 쓴 이야기의 가치를 찾아보고자 했다.


그래서 브런치를 개설했다. 이곳에 내 이야기의 배경이나, 그 과정에 있었던 몇몇 감상을 기록형식으로 남겼다. 그리고 이 기록의 연장으로, 내가 쓴 이야기, 소설 0X2A가 이어진다.


0X2A는 나의 첫 작품이자 마지막 작품이다. 삶의 벼랑 끝에서 나로부터 떨어져 나온 나의 일부다. 서투른 나로부터 탈락되어 나온 나의 흔적. 이대로 디지털 공간을 표류하며 영속되는 무언가로 남게 될 것이다. 13만 자의 활자는 디지털 공해처럼 여겨질 수도 있을 테지만 언젠가 단 한 명에게라도 ‘나쁘지 않다’라는 느낌을 줄 수 있길 바라며, 이 병을 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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