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파와 말아 파로 보는 심리, 그리고 조합
지금처럼 날씨가 쌀쌀할 때면 유독 생각나는 음식이 하나 있다. 바로 나의 최애 음식, 따로국밥이다. 밥과 국이 따로 나오기 때문에, 국물의 깊은 맛을 온전히 음미는 '따로 파'와 밥알이 국물을 머금은 맛을 선호하는 '말아 파'를 충족시키게 된다. 따로국밥처럼 밥과 국이 따로 나오면, 먹는 이는 말아먹을지 따로 먹을지 선택할 자유를 가진다. 더 이상 주문 시 자신의 선호를 일일이 설명할 필요도 없다.
나는 '따로 파'에 속한다. 우선 국밥 안에 있는 건더기와 국물의 맛을 충분히 음미하고, 그 뒤에 남은 밥과 국물로 밥을 말아먹기 시작한다. 처음부터 밥을 말아먹으면, 밥알에 국물이 과도하게 흡수되어 국물 양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국밥의 정체성이 흐려진다. 이는 라면을 먹을 때도 면부터 건져 먹지, 처음부터 밥을 말아먹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남은 국물에 밥을 말아먹는 것은 일종의 완벽한 마무리이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는 '따로 파'는 신중함, 과정 중시, 그리고 본질 존중이라는 가치를 중시하는 이들이다. 이들은 어떤 대상의 본질을 처음부터 끝까지 충분히 음미하고 천천히 소화하려는 태도를 보인다. 타인의 시선이나 속도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만의 속도로 삶의 맛을 즐기며, 다양성과 개별성을 존중하는 포용성을 지니고 있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고유함을 유지하는 유연한 공동체 의식을 갖는 것이 바로 이들의 특징이다.
반면 '말아 파'는 성급함, 결과 지향, 획일화를 중시한다. 이들은 모든 것을 성급하게 뒤섞어 한 번에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하며, 과정의 세밀함을 놓친 채 결과를 쫓는 경우가 많다. '빨리빨리' 문화에 익숙해 속도만을 중시하다 보니, 모든 것을 뒤섞음으로써 깊이와 고유의 맛을 잃어버리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이는 결국 섞임을 '하나의 맛'으로 단정 지으려는 경향으로 이어진다. 더 나아가 조직 안에서는 동질성과 획일적인 단합을 강조하여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지 않으며, 개별의 가치가 인정되기 힘든 환경을 조성하기도 한다.
물론, 국밥 한 그릇만으로 모든 성향을 단정 지을 수는 없으며 심리적인 측면도 간과할 수 없다. 하지만 '말아 파'의 성급함이 기술 발전에 큰 동력이 되었고, '따로 파'의 신중함이 그 성급함을 제어하며 적당한 속도의 균형 있는 발전을 이루어냈듯이, 두 태도가 서로의 장단점을 보완하는 관계로 발전하기를 소망한다. 우리는 이 '다름'을 인정해야 하지만, 결코 '틀림'으로 잘못 받아들이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따로국밥 한 그릇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고유함을 잃지 않고, 서로를 존중하며, 함께 살아가는 법. 바로 우리 시대가 추구해야 할 가장 맛있는 공존의 방식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