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려다니는 삶에서 벗어나 스스로 방향을 찾는 인생 후반전
"잘 살기보다, 잘 죽기 위해 사는 거야."
이 문장도 강렬했지만, 제 마음을 가장 흔든 건 '돈키호테'였습니다.
미쳤다는 조롱을 받아도, 모두가 무의미하다고 말해도 끝끝내 자신만의 정의를 향해 돌진하는 모습 그게 어쩌면 우리가 잃어버린 용기 아닐까요?
고명환 작가의 『고전이 답했다』는 그렇게, 오래된 이야기 속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법을 알려주는 책입니다.
돈키호테의 나이는 쉰. 지금 우리의 쉰과는 다른, 삶의 끝을 앞둔 나이. 죽음을 의식한 그 시점에서야 비로소 자신을 향한 질문이 시작되었죠. 그리고 깨닫습니다.
녹슬어 사라지지 않고 닳아서 사라지는 게 훨씬 아름다운 삶이다.
(돈키호테 중에서)
결국, 삶은 누가 대신 살아주는 게 아니라 내가 직접 주도할 때 비로소 의미가 생긴다는 걸, 그는 이미 알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자꾸 ‘편안한 행복’을 꿈꿉니다. 하지만 뇌는 고통과 쾌락을 같은 회로에서 처리합니다. 쉽게 얻은 쾌락은 쉽게 사라지고, 고통을 통과한 쾌감만이 오래 남게 되어 있죠. 매운맛을 즐기는 것도, 운동 후의 짜릿함도, 사실은 ‘고통을 견딘 후에야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죠.
모든 문제는 고통을 피하려 들기 때문에 생깁니다. 고통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한 사람만이 비로소 진짜 쾌락이 무엇인지 알게 됩니다.
수백 마디의 말보다, 한 편의 글이 더 깊이 마음에 닿을 때가 있습니다. 고명환 작가는
"지금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던 건, 글을 썼기 때문"
이라고 말하는데요, 그 말이 참 크게 다가왔습니다. 말은 지나가지만, 글은 내 안에 남아 다시 꺼내보게 하니까요.
읽기는 남들이 써놓은 글이 내게로 들어와 나로 하여금 생각하게 만든다.
그래서 저도 씁니다. 읽고, 쓰고, 생각하는 이 작은 습관이 나를 더 단단하고 자유롭게 만든다는 걸 믿기 때문입니다. 제가 브런치와 글쓰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유가의 철학자들은 늘 스스로를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 말했습니다. 결국 내 자신을 다스리지 못하면 천하를 다스릴 수도 없다는 뜻이죠. 고전 속 인물들은 그 말의 무게를 아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조용히, 그러나 끈질기게 자기 삶을 성찰하고 변화의 여정을 걸어갔습니다.
그들로부터 우리는 독서, 성찰, 행동이라는 삶의 길을 배웁니다. 이제는 우리 차례입니다. 스스로에게 방향을 묻는 연습을 시작해야 할 시간입니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문장은 이것이었습니다.
“‘아니요’보다 ‘예’라는 답이 나올 수 있는 질문을 연습하라.”
질문은 결국 나를 마주하게 만들고, 그 질문의 깊이만큼 내 삶도 깊어지게 하니까요. 저도 그렇게, 더 좋은 질문을 던질 수 있도록 조금씩, 꾸준히 연습해보려 합니다. 《고전이 답했다》는 단순한 고전 요약서가 아닙니다. 고전 속 문장으로 지금 이곳의 삶을 다시 바라보게 해주는, 매우 현실적인 인생 수업서입니다.
특히 40대 이후, 인생 후반전을 고민하는 분들께 진심으로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고민이 많을수록, 질문이 많을수록 이 책은 가장 조용하지만 깊은 친구가 되어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