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화. 우리가 세 사람이 되는 순간 (최종화)

지구 최강 주니어의 탄생(유블리안 × 은나무)

by 유블리안




결혼 2년 차. 우리는 여전히 투닥거리고, 화해하고, 서로의 찌질함을 사랑하며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주말 아침, 은하가 화장실에서 비명에 가까운 소리로 나를 불렀다.

“오빠!! 야! 구도환!! 빨리 와봐!!”

나는 자다 깬 머리로, 혹시라도 바퀴벌레가 나왔나 싶어 파리채를 들고 화장실로 뛰어갔다.

하지만 은하의 손에 들린 건 파리채가 아니라, 두 줄이 선명한 임신 테스트기였다.


“어...? 이게... 코로나 키트야?”
“아니야! 임신 테스트기라고! 두 줄이라고!”


순간 내 뇌세포가 일시 정지했다. 두 줄? 임신? 내가 아빠가 된다고?

나는 그 자리에서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고 말았다.

“으아아 앙! 은하야! 진짜야? 우리 아기 생긴 거야?”

나는 은하의 배를 붙잡고 오열하기 시작했다.

정작 임신한 은하는 멀쩡한데, 내가 입덧이라도 하는 사람처럼 엉엉 울었다.

은하는 “아이고, 내가 아들 둘을 키우게 생겼네”라며 내 등짝을 스매싱했다.


임신 기간은 스펙터클 그 자체였다.

나의 ‘과몰입’ 본능이 다시 깨어났다.
은하가 “딸기 먹고 싶다”라고 하면, 나는 한겨울에 딸기를 구하기 위해 동네 마트 5곳을 뒤지고 다녔다.

태교 음악이랍시고 클래식을 틀어놓고는 내가 먼저 잠들기 일쑤였고, 튼살 크림을 발라준다며 은하 배를 문지르다가 또 감격해서 울먹거렸다.

그리고 대망의 출산일.
진통이 시작되자 나는 은하보다 더 사색이 되었다.

“의사 선생님! 우리 아내 죽어요! 무통 주사 놔주세요! 제발요!”

분만실 밖에서 내가 하도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간호사 선생님이

“산모님보다 남편분이 더 문제예요, 좀 진정하세요!”

라고 혼을 냈다. 은하는 진통 중에도

“오빠, 제발 쪽팔리게 하지 말고 조용히 좀 해...”

라고 나를 타박했다.

몇 시간의 사투 끝에, 우렁찬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응애- 응애-”

간호사 선생님이 핏덩이 같은 아기를 보여주었다.
꼬물거리는 손가락, 힘차게 차는 발길질. 세상에, 이 작은 생명체가 우리 아이라니.

“축하합니다. 아빠를 쏙 빼닮은 왕자님이네요.”

아빠를 닮았다는 말에 나는 기쁘면서도 덜컥 겁이 났다.

‘안 되는데... 나 닮으면 안 되는데... 눈은 엄마 닮아야 하고, 성격도 엄마 닮아야 하는데... 나처럼 캡처하다 걸리고 프러포즈 망치면 안 되는데...’

하지만 아기를 품에 안는 순간, 그런 걱정은 눈 녹듯 사라졌다.

나를 보며 방긋 웃는(사실은 배냇짓이겠지만) 아기의 얼굴은, 내 인생에서 본 그 어떤 오류 없는, 가장 완벽한 파일이었다.

병실 침대에 누운 은하가 땀에 젖은 얼굴로 나를 보며 웃었다.

“오빠야, 수고했어. 이제 우리 셋이네.”
“은하야... 고마워. 진짜 고마워. 내가 평생 잘할게.”

나는 은하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우리는 이제 완벽한 ‘지구 최강 가족’이 되었다.

가끔은 아기가 사고를 치고, 내가 덩달아 실수를 해서 은하의 뒷목을 잡게 하겠지만, 우리는 서로의 부족함을 웃음으로 채우며 살아갈 것이다.

“안녕, 아가야. 환영해. 이 엉뚱하고 시끄러운 지구에 온 걸.”

나의 엉망진창 로맨스는 이제 육아 전쟁이라는 새로운 장르로 바뀌겠지만,

주인공이 은하와 나, 그리고 우리 아이라면... 그 또한 최고의 해피엔딩일 것이다.

지은하 구도환의 주니어 구민호
러브스토리 끝.



[작가의 말]


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너를 읽는 시간, 나를 쓰는 시간>을 함께 써 내려간 유블리안 & 은나무입니다.

처음 이 이야기를 시작할 때, 우리는 ‘완벽한 사랑’보다는 ‘보통의 사랑’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멋진 재벌 2세도, 신데렐라도 아니지만, 실수를 연발하고 서로의 민낯을 보며 웃어주는 도환과 은하의 이야기가 여러분께 작은 위로가 되길 바랐습니다.

도환이처럼 조금 서툴러도 괜찮습니다. 은하처럼 겉으론 쿨한 척해도 속은 따뜻하면 충분합니다.

세상에 오류 없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중요한 건, 그 오류마저도 “귀엽네”라고 말해주는 단 한 사람을 만나는 것 아닐까요?

지난 15화 동안 ‘지구 커플' 지은하와 구도환을 사랑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두 사람의 이야기는 여기서 마침표를 찍지만, 어딘가에서 아기 기저귀를 갈며 멘붕에 빠진 도환과 그를 보며 깔깔 웃는 은하가 여전히 살아가고 있을 거라 믿습니다.

이제 또 다른 따뜻한 이야기로 찾아오겠습니다.
모두, 자신만의 ‘지구 짝꿍’과 함께 행복하세요!

- 유블리안 & 은나무 올림 -


너를 읽는 시간, 나를 쓰는 시간 OST

[한 사람을 향한 진심]


https://youtu.be/TstKmfODNL8?si=f5pshU8ht8Xnk3U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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