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한 장수

무너지는 집을 온몸으로 받은 최영

by 유블리안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라.


우리는 이 한 문장을 그저 위인의 청렴결백함을 강조하는 교훈 정도로 쉽게 기억합니다.

하지만 이미 안에서부터 무너져 내리던 고려의 한복판에서,

열여섯 살의 최영이 아버지에게 넘겨받은 이 유언은 그를 평생 옭아맨 가장 묵직한 족쇄이자

고독한 신념이었습니다.

세상의 균열이 커지고 나라가 기울어질수록,

사람들은 각자의 살길을 찾기 바빴습니다. 누군가는 앞장서서 새 질서를 설계했고,

누군가는 권력의 향방을 좇아 기민하게 움직였습니다.

모두가 조금씩 자기 몫의 황금을 챙겨 무너지는 집을 빠져나갈 때,

최영은 "황금을 돌같이 하라"는 그 미련한 원칙 하나를 품고 끝내 옛 시대를 버리지 못했습니다.

"나 자신에게 탐욕이 있었다면 무덤에 풀이 자랄 것이고, 결백하다면 무덤에 풀이 자라지 않을 것이다."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며 그가 남긴 유언은 헛된 호언장담이 아니었습니다.

실제로 오랜 시간 풀 한 포기 자라지 않아 붉은 흙을 드러내고 있던 그의 무덤,

적분(赤墳)은 그가 어떤 마음으로 무너져가는 고려를 마지막까지 떠받치려 했는지 보여주는

처절한 증거였습니다.


빛은 늘 앞에 선 사람에게 먼저 닿지만, 시대의 무게는 종종 그 뒤에 선 사람들이 더 오래 견뎌냅니다.


최영은 새 시대를 열어젖히는 대신, 무너지는 시대의 끔찍한 무게를 온몸으로 견뎌내다

기꺼이 붉은 무덤 속으로 가라앉은 사람이었습니다.


누군가는 그를 융통성 없다고,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한 시대는 결코 한 사람만으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빛이 가장 앞에 선 사람에게 먼저 닿을 때,

시대의 끔찍한 무게는 종종 그 뒤에 선 사람들이 더 오래, 온몸으로 견뎌냅니다.

최영은 고려라는 거대한 집이 주저앉으려 할 때,

제 어깨로 그 파편들을 다 받아내며 끝까지 버티려 했던 마지막 기둥이었습니다.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 소식을 듣고 늙은 몸으로 무너지는 궁궐을 지키려 칼을 빼 들었던

그의 마지막 전투는, 자신이 평생 짊어진 무게를 끝까지 남에게 떠넘기지 않으려는 처절한 버팀이었습니다.

오늘날 우리의 삶에도 조직이 흔들리고 모두가 먼저 빠져나갈 계산기를 두드릴 때,

끝까지 남아 아무도 안 하려는 궂은일을 도맡고 책임의 무게를 홀로 감당하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시대는 달라졌지만 사람의 고민은 그리 많이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최영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은, 이렇듯 미련하리만치 끝까지 지키려다 무너진

누군가의 외로운 뒷모습을 만나는 일입니다.

결국 그가 돌같이 여긴 것은 그저 황금이 아니라 '적당한 타협'이었고,
그가 끝까지 지키려 한 것은 낡은 나라가 아니라 자신이 짊어져야 할 '책임의 무게'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