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론 웃었지만 속으로 울었다
지금 연재되는 에세이는 사실을 바탕으로 작성되었고 일부 그룹명과 이름은 가명으로 대체되었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많은 관심 바랍니다.
그 당시 자기소개서 양식은 단순했다. 성장과정, 성격의 장단점, 지원동기, 입사 후 포부. 지원자라면 누구나 채워 넣어야 하는 네 개의 칸이었다. 나는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그 종이를 붙들었다. 수십 번 고쳐 썼지만 여전히 부족해 보였다. 꾸밈도, 화려한 표현도 사라지고 결국 이렇게 남았다.
"부모님 회사 문제로 여러 지역을 옮겨 다니며 학교를 다녔습니다. 그 지역만의 특색을 잘 이해하고 전학 가는 곳마다 친구들과 잘 어울려 지냈습니다. 현재까지도 연락을 하며 지내는 친구들이 20명 정도 될 정도로 친화력이 좋습니다."
"사소한 일에도 그냥 지나치치 않고, 한 가지 일에 몰입하는 단점이 있습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다시 일어서는 끈기와 승부근성이 제 장점입니다."
"회계 전공을 살려 귀사의 회계 업무에 도움이 되고자 지원했습니다."
"입사 후에는 어떤 일이든 맡은 바 최선을 다하고, 상사와 선배, 동료들과 융화하며 근무할 마음가짐이 되어 있고, 지방이든 수도권이든 어느 곳에 배치되더라도 잘 적응할 수 있습니다."
수없이 떨어졌던 이유를 곱씹어 봤다. 이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을 정확히는 몰랐지만 대략적인 분위기는 알 것 같았다. '직원들과 얼마나 융화할 수 있는가, 지방근무도 가능한가, 얼마나 책임감이 있는가?' 그 점을 강조했던 것이 어필이 된 것 같았다. 그날의 자기소개서는 나의 마지막 기록 같았고, 마침내 전화벨이 울렸다.
"유블리안님, 해피그룹 1차 면접 대상자입니다. 늦지 않게 와주시기 바랍니다."
그 한마디에 그동안의 마음고생이 씻겨 내려갔고, 눈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흘러내렸다.
면접 날 아침, 거울 앞에서 파란색 넥타이를 골라 매며 스스로 다짐을 했다.
"오늘이 마지막 면접이다."
지하철 창밖 풍경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머릿속에는 내가 써 내려간 문장들이 주마등처럼 흘러가고 있었다.
면접장에 도착하자 긴장한 지원자들로 대기실이 가득했다. 누군가는 서류를 붙잡고 중얼거렸고, 누군가는 눈을 감고 답변을 연습했다. 나 역시 손바닥에 번지는 땀을 닦으며 '나만 이런 게 아니구나' 하고 마음을 다잡았지만 그날 심장의 위치가 어디인지 정확히 알 수 있었다. 진행 요원이 내게 건넨 말이 아직도 기억난다.
"떨어지면 다음에 또 보면 되니까, 편하게 보세요. ^^"
그 당시에는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 보면, 긴장을 풀어주려는 말이었다. 본인도 면접을 치러봤던 경험이 있기에, 누구보다 그 순간의 심정을 잘 알았던 게 아닐까. 유독 긴장했던 내게 건네던 그 한마디가 후에 내 직장 생활에서 가장 큰 터닝포인트가 되었다.
드디어 문이 열리고 내 이름이 불렸다. 면접관 네 명의 시선이 동시에 나를 향했다.
"본인 소개부터 해 보세요."
가장 흔한 질문이었지만, 그날은 가슴을 후벼 팠다. 입을 열자 목소리가 떨렸고 눈가가 젖어 왔다.
"저는 수많은 곳에 입사 지원을 했지만, 면접을 보는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오늘이 처음이자 마지막 면접이 될 수 있도록 잘해보고 싶습니다."
겉으로는 억지로 미소를 지었지만, 속으로는 무너지고 있었다. 그 눈물은 두려움이 아니라, 수많은 탈락과 반복 끝에 버텨온 날들이 한꺼번에 몰려와 터져 나온 감격이었다.
그러자 면접관이 한마디 했다.
"다음에 한 번 더 면접이 있는데, 그럼 여기서 떨어지겠다는 건가요?"
"아! 아닙니다. 한 번은 더 보고 싶습니다." 머리를 긁적이며 당황해하는 나의 모습이 면접관 입장에서 귀엽게 보였는지, 면접관들이 한꺼번에 웃음을 터뜨렸고 옆에 있던 동료들도 웃음을 터뜨렸다. 분위기는 화기애애했고 나의 긴장도 풀리기 시작했다. 나머지 질문도 잘 마무리하고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결국 나는 한번 더 심화 면접까지 볼 수 있게 되었다. 두 번째 면접에서는 조금 더 담당하게 나를 말할 수 있었다. 그리고 한마디도 안 하던 면접관 한분이 한 마디 했다. 계속 웃고만 계시던 그분의 첫마디는
"마지막으로 할 말 있는 사람, 손들고 얘기해 보세요."
무슨 용기였을까 내가 제일 먼저 망설임 없이 손을 들고 얘기했고 모두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저는 세무회계 전공을 했지만, 다른 회사에서는 제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얻지 못했습니다. 여기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다면, 회계 업무뿐 아니라 어느 업무든 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인재가 되고 싶습니다."
사람의 운명이란 게 이런 거 아닐까? 후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 질문을 던졌던 분이 바로 재무팀의 가장 높은 자리에서 계신 분이었다. 마침 회계 경리 쪽 인원이 필요했는데 내가 그에 적합한 인원이었던 것이다. 돌이켜 보면 그날의 눈물과 약간의 실수, 그리고 먼저 손을 들어 자기 어필할 수 있는 용기가 모여서 합격의 기쁨을 누릴 수 있었던 것 같다.
그 모든 과정들이 결국 나의 첫 직장이자 마지막 직장이 된 회사의 문을 활짝 열어 주었다.
드디어 최종 합격 후 4박 5일간의 합숙 교육의 긴장감, 교육을 수료하고 나서 감격의 입사식현장, 그리고 시작된 부서배치와 인턴생활의 기록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