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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나의 20대에게

나태주 시인 다시 중학생에게 변주 시

by 유블리안

길을 걷다 보면
지하철을 놓칠 때가 있다
분명 열심히 뛰었는데도
문은 차갑게 닫히고 만다

사랑했으나 닿지 못하고
애썼으나 돌아오지 않으며
무릎이 깨져도
그 누구도 박수치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내 청춘아
잠시 숨을 고르거라

다음 열차도 오고
그다음 열차는
더 한적하고 더 시원할지 모른다
무리 속에 끼지 않아도
너만의 자리는 반드시 있다

늦게 피는 꽃은
오래 향기롭고
길을 잃은 자만이
진짜 지도를 그릴 수 있다

그러니 내 청춘아
실패를 사랑하되
자신을 미워하지는 마라

이 세상 무엇보다 귀한 것은
너 자신이라는 사실
그걸 잊지 말거라

밤이 어두울수록
별은 더욱 빛나고
흔들릴수록
청춘은 너답게 찬란하니까


[작가의 말]


나태주 시인의 「다시 중학생에게」는 '놓친 버스'를 이야기하며 괜찮다고, 다음 버스가 올 거라고 다독여 주었습니다. 그 따뜻한 위로에 기대어 어른이 되었지만, 20대의 저는 눈앞에서 닫히는 '지하철 문' 앞에서 더 자주 좌절하곤 했습니다.


​분명 열심히 뛰었는데도 가닿지 못했던 사랑, 무릎이 깨져라 노력해도 박수받지 못했던 순간들. 세상의 속도에 맞추지 못하고 나만 뒤처지는 것 같은 불안함에 휩싸일 때가 많았습니다.


​이 시는 그런 저의 20대에게 건네는 일종의 '주문'이자 지금의 나에 대한 다짐입니다. 시인의 위로를 지금의 내 언어로, 내 아픔으로, 내 희망으로 다시 써 내려가고 싶었습니다.


​혹시 지금 저와 같이 길을 잃은 기분이 드는 청춘이 있다면, 이 시가 작은 등불이 되었으면 합니다. 우리만의 자리는 반드시 있고, 늦게 피는 꽃은 자신만의 향기가 있으며, 흔들리는 지금 이 순간이야말로 가장 너답게 찬란하다는 것을. ​넘어진 자신을 미워하지 마세요. 우리, 실패를 사랑하되 스스로를 가장 귀하게 여기는 청춘이 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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