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는 세상,빠르게 변하다
2023년 7월 5일
비온 뒤 불어오는 바람이 차창 밖 나무를 흔들어대는 아침.
잠시 신호대기에 걸려있던 차, 잠자리 한마리가 요란하게 앞자리 차 창문을 툭툭 건드렸다.
웬 잠자리?
모르긴 해도 잠자리는 봄, 가을 노을 지는 하늘아래 바람과 함께 너울너울 대야 정상이 아니겠는가.
다시 한 번 요란한 그 움직임을 살폈다. 길쭉한 꼬리며 하늘하늘한 날개, 잠자리가 분명하다.
계절이 명확한 선을 긋지 않는 탓에 잠자리가 오늘을 봄이나 가을쯤으로 여긴 것인지, 아니면 다른 곤충을 잘못 본 나의 무지함인지 모르겠으나 하여간 잠자리라 믿고 잠시 잠자리에 대해 생각했다.
잠자리채는 연과 함께 한때 집의 필수품 가운데 하나였던 시절이 있었다. 집 앞에 깻잎이며 각종 채소를 심어 기르던 외할머니 집에도, 서울 도심에 사는 친할머니 집에도 아이들은 없어도 잠자리채는 있었다.
잠자리채를 어깨에 걸치고 해지는 거리를 돌아다니며 너는 몇 마리, 나는 몇 마리 하던 시절에 나는 늘 빨간 잠자리를 잡는 게 꿈이었다. 빨간 빛깔도 천차만별이라 개중 선명하고 몸집은 그리 크지도 작지도 않은 빨간 잠자리를 잡으면 그리 기분이 좋을 수 없었다. 날개를 검지와 중지 사이에 끼어 잡고 돌아와 집 방안에 풀어놓고 그들의 움직임을 감상하는 건 큰 즐거움이었다.
이제는 어쩌다 볼 수밖에 없는 사정이 되었다.
문득 메뚜기, 귀뚜라미, 나비, 잠자리 등 주변에 널려있던 곤충들의 안부가 궁금해진다.
그들은 지난 수십 년 간 어떤 변화들을 겪고 있는 것인지.
몇 년 전 영국잠자리협회가 영국잠자리 개체수가 50년간 40%나 증가했다는 발표를 한 적이 있다. 지구 온난화로 잠자리가 북쪽으로 이동한 탓이라고 했다.
최근 북한산을 뒤덮은 러브버그 떼가 화재다. 러그버그는 익충이긴 해도 사체가 차량페인트 부식 등을 일으켜 미국 일부 지역에서는 해충으로 취급된다고 한다. 한 두 마리 정도라면 부식을 일으킬 정도는 아닐테다.
뭐든 떼로 몰려들면 무서운 법이다. 아프가니스탄은 엄청난 규모의 메뚜기 떼 습격으로 심각한 식량난을 겪고 있기도 하다. 기후변화로 인한 지구 온난화는 더 이상 곤충과 함께 하던 낭만적이던 시대는 사라졌다고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