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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연 Jul 06. 2023

[직관과 단상] 1.시작하며

생각의 힘

  최근 깨달은 사실 중 하나가 오십 줄에 들어설 때까지 생각하는 힘을 제대로 기르지 못 한 채 살아왔다는 거다. 여기서 ‘생각’이란 올곧이 딱 떨어지게 스스로 이른 어떤 결론과 그 과정을 말한다.    

   

   그간 내게 ‘생각’이란 다른 사람의 생각을 빌려 공감하는 정도거나 앞선 사람들의 이야기 중 마음에 드는 것을 취사선택하는 능력이었던 것 같다. 나도 잘 모르는 나의 생각을 남이 더 명료하게 해줬던 삶이었다고나 할까.      


   물론 우여곡절 속에 켜켜이 쌓인 경험, 지혜, 관점 등 직관이 더 강하게 작용했던 탓도 있을 테다. 허나 뭔가 영 개운하지 않다. 어떤 생각을 글로 쓰고자 할 때 더욱 그렇다. 전개가 되지 않고 막히고 괴로워하는 일이 반복됐다.      


   나의 괴로움을 지인들에게 털어놓자 생각이란 게 지구상에 떠도는 무수히 많은 정보, 사건, 상황 등을 선별해 자신만의 해석과 해법을 전하는 일 아니겠냐며, 어쩌면 딱 떨어지는 순수창작물과 같은 ‘생각’이란 건 너의 강박과 욕심일 수 있으니 마음을 비우라고 충고했다. 글로 쓸 때 막히는 건 생각이 잘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한번 생각을 말처럼 그대로 글로 옮겨 적어 보라는 교과서적인 코멘트도 덧붙였다.      


  그들의 충고와 조언을 뒤로 집으로 향하는 길에 생각했다. 판단이 선 일에 대해서는 강하게 결론부터 힘주어 전달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는 나로썬 어쩌면 당연한 현상일지 모른다. 결론에 더 힘을 주니 과정은 상대적으로 미약해 보일 수는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결론 자체보다는 그 결론에 이르게 된 과정과 배경을 때로는 더 궁금해 한다는 것을 알게 되니 자꾸 자신감이 떨어지는 것 같다. 근거나 사례, 결론에 이르게 된 배경, 감정, 느낌 등이 적절히 어우러질 때 쏙쏙 들어오는데 나는 그런 부분에서는 많이 부족하다는 자각인지도 모르겠다.       


  다른 사람을 설득하려는 시도나 내가 좀 더 강한 사람으로, 관철하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처럼 보이고픈 욕망과 습관을 바꿔볼 생각이다. 어려운 일이겠지만 가급적 매일, 말하듯 내 생각을 적어볼 생각이다. 내 생각을 글로 명료히 표현하고자 더 많이 생각하게 될 것이다. 비록 시답잖은 단상일지라도, 나의 경험과 느낌, 관점, 지식 등 그 모든 직관을 객관화하게 될 거다. 직관과 단상의 결합이 나을 또다른 나와 마주하는 시간이 시작된다. 


2023년 7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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