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 중 누군가가 아프면
자연스럽게 다른 가족들은 보호자가 된다.
그리고 아빠가 연세가 드시면서
내가 보호자로 병원에 함께 가는 일이 종종 있다.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어린 시절을 지나는 어느 순간부터
인도를 걸을 땐 내가 바깥에서 걷는다든지,
아빠가 먼저 들어가실 수 있도록 문을 열고 기다린다든지,
엘리베이터 등에 탈 때면 나도 모르게
아빠 쪽으로 팔을 뻗어
조심히 타실 수 있게 하는 행동들을 하고 있다.
어렴풋이 기억이 나는 건
이제 나도 컸으니
내가 엄마, 아빠를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었는데,
그때는 아마 ‘내가 컸다’에 초점이 맞춰져 있던 것 같다.
그런데 지금은 가끔씩
‘아빠가 작아지셨다’라는 생각이 든다.
많은 사람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하는 생각 중 하나가
부모님이 작아지셨다는 생각일 것이다.
나도 그 중 한 사람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병원을 가는 날은
유독 더 크게 느껴져서 마음이 아릴 때가 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그런 순간엔
나도 작아지는 기분이 든다.
그런 기분도 잠시,
병원에서 이것저것 신경을 쓰다 보면
어느 순간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그때마다 아빠는 늘 내게
고생 많았다고, 고맙다고 말씀해 주신다.
마치 내가 보호자가 된 기분.
그러나 그 기분도 잠시,
집에 모셔다 드리고 내가 외출을 할 때면
어렸을 때부터 쭉 이어진
애정이 듬뿍 담긴 아빠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길 건널 땐 왼쪽, 오른쪽 잘 보고 다녀.”
“오늘 비가 오니까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해. 발 밑 잘 보고 다녀.”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다녀.”
“조심히 다니고, 너무 무리하지 말고.”
“혹시 힘들면 전화해. 아빠가 갈게.”
엄마, 아빠에게는 항상 어린 아이에 머물러 있는 나.
여전한 나의 보호자, 우리 부모님.
아빠께 알겠다는 대답을 드린 후
현관문을 닫으며 나서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냥 누군가가 커지고 작아지는 것이 아닌
어렵고 힘들 때면 자연스럽게
서로가 서로의 보호자가 되어 주는 것.
그게 가족이 아닐까.
그러니 마음이 무거워지는 순간도 있지만,
그 순간에 머물지 말고
서로 보호자가 되어 줄 수 있는,
늘 보호자가 되어 주는 서로에게
감사와 사랑의 마음을 예쁘게 담아두면 되지 않을까.
그것이 곧 가족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앞으로도 우리 가족은 서로의 보호자이자
세상에서 제일 친한 친구들로 지내며
우리의 삶을 그려나갈 것이다.
서로가 서로의 삶에
사랑을 차곡차곡 담아 주면서,
감사의 마음을 함께 나눠가면서
그렇게 행복을 그리며 살아갈 것이다.
이토록 아름다운
가족, 사랑 그리고 삶.
오늘도 이 하루에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