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짐

by 이베뜨

우리 집은 책이 많다. 정말 많다.


대청소를 할 때마다 우리 가족들의 대화는,


아빠: 우와, 정말 책이 한가득이구나.

엄마: 그동안 공부했던 기록들이니
어쩔 수 없지~

나: 천장에 책들을 다 붙여 보는 건 어때?


그렇게 차곡차곡 정리된 책들을

다시 재배치하려고 옮기던 중에


작은 베란다 한 켠에서

엄청 큰 박스를 발견했다.


“와, 이게 뭐야?

책은 큰 박스에 담으면 옮기기 힘들 텐데,

어쩌지?”

하면서 열어 봤는데,



많은 일기장과 스케치북,

그리고 종이들이 쌓여 있었다.


"이게 뭐야?"


하면서 하나하나 열어 보니


달력 뒤편, 큰 종이라고 신이 난 듯

알록달록 낙서해 놓은 지도와 그림.


‘베뜨 연필’이라고 삐뚤삐뚤 쓴 글씨가 적힌

견출지가 붙어 있는 몽당연필.



‘엄마 아빠 사랑해요’라고

발로 쓴 것 같이 적어 놓은 광고지.




‘베뜨 천재 왔다가다’라고

도대체 왜 적은지 모르겠는 신문지.





어린 아이인 내가 그 안에 있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면서

마음껏 웃다가

또 한편으로는 따뜻한 그리움에 살포시 젖다가

그렇게 한참을 앉아 있었다.


그리고 며칠 후,


"엄마, 그, 나 어렸을 때 그,
모아둔 것들 말이야~"


고맙다고 말하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엄마가 웃으며 단박에

"아~그거? 너 시집갈 때 다 들고 가~"


......


몽글몽글 피어났던 추억들이

한순간에

엄청난 짐으로 뒤바뀌는 순간이었다.


근데 엄마,

그게 가능할까......?







ㅣ이베뜨

일러스트ㅣ이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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