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기침 소리를 내었는가?
우리 가문의 자랑이자 수치
큰 외삼촌
그는 스님 땡중이자 알코올중독자였다
주님이 들어갈 때마다
항상 가족들과 불안에 떨어야만 했다
누구라도 책잡히는 날에는
그날은 하루가 끝나는 날이었다
“삼촌이 또 술을 드셔 얼른 다 피해! “
누군가 sos를 외치면
우리 가족들은 쥐새끼 마냥 숨기 바빴다
이 얘기는 내가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이야기다
늘 그렇듯 외삼촌은 술에 절어 사촌오빠네 집으로 왔다
어린 나는
도망갈 겨를도 없이 황급히 방 안으로 들어가
숨죽이고 조용히 숨어있었다
심장이 너무나 빠르게 뛰는데
내 귀까지 심장소리가 쿵쾅쿵쾅 들리면서
공포감은 더 극대화가 되었다
얼마 지나지 않고 방문이 끼익 하고 열리는 소리에
나는 그 자리에서 얼어버렸다
“ 이 요망한 년아 네가 왜 여깄냐? “
“ 넌 아주 더러운 종자 피를 지녔어 “
“ 내 집에서 당장 나가 “ 어쩌고 저쩌고 ~!@##% ”
아주 못된 말을 불경처럼 읊어주던 외삼촌
공포감에 사로잡혀 너무나 무서운 마음에
신발도 못 신고 집으로 도망친 그때를 생각하니
다시 그때로 돌아간 것처럼 울컥하며 울음을 토해낸다
모진 폭언과 욕설 각종 물건 던지고 깨부수기
본인 마음에 들지 않으면 폭행은 기본
술만 먹었다 하면 가족들은 초 비상사태에
타깃은 누가 될지 모른다
궁예 앞에서 신하가 기침을 하여
심기를 건드려 바로 죽여버리는 것처럼
외삼촌은 즉 궁예였다
우리 가족은
그런 망나니 궁예를 떠받드는 신하들이었다
제일 슬픈 건
우리 엄마는 나를 지켜줄 수가 없었고
나 또한 엄마를 지켜줄 수 없었다
나에겐 너무 슬픈 말이다
엄마는 바삐 일하느라 나를 외삼촌네 집에 맡겼고
그때마다 숙모는 나를 엄마처럼 잘 보살펴주었는데
이건 비하인드지만
숙모는 나에게 잘해줬던 이유가 있었다
난 그게 이유 없는 사랑인 줄 알았고
그 사랑을 받아 잠시 행복했다
숙모는 단 한 번도 나를 사랑한 적이 없었는데 말이다
까마득하게 몰랐다
엄마도 일을 해야 하니
나를 보살펴줄 곳이 필요했고
그곳이 바로 외삼촌네였다
엄마는 숙모에게 잘 부탁한다며
큰돈을 맡겼는데 우리 숙모는 이 돈을 가지고
엄마 몰래 자기 아들 차를 사주게 된다
아무것도 모른 채
이용당하며 그런 가족들을 진심으로 사랑했던
그때의 내가 안타깝고 싫다
나에게 가족은 그렇다
사랑할수록 아픈 상처로만 남아있다
외삼촌이 한참 숙모를 못 잡아먹어 안달 났던 시절
술만 먹으면 못살게 굴었다
그럴 때면 숙모는 나를 데리고
떡볶이 파는 분식집으로 도망갔다
숙모와 나만의 피신 장소 상황은 아찔하지만
숙모랑 떡볶이에 어묵 먹는 게 참 좋았어
할머니가 살아계셨다면 이런 사랑을 주셨을까?
나는 숙모가 우리 할머니라 생각하며
숙모를 많이 사랑했었다
삼촌네 집에
큰딸 식구와 아들 식구
엄마와 나 이렇게 얹혀사는 지경이니
자식은 그렇다 치고 삼촌 눈에 제일 눈엣가시는
바로 엄마와 나였을 것
억울했다..!
공짜로 얹혀사는 것도 아니고
당당히 전세금 내고 살았는데도
자기네 집이라는 이유로
너무 아픈 상처를 주었던
나의 궁예 삼촌
“ 엄마 있잖아 나는 삼촌이 만약 죽어도 절대 장례식장 가지 않을 거야 “
“ 엄마도 삼촌 죽으면 절대 갈 생각하지 마 ”
“ 내가 그 집에서 어떤 수모를 겪었는지를 생각해 줘 ”
엄마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지만
그래도 어찌 오빠를?이라는 마음과
정에 이끌려 어쩔 수 없겠구나 싶다
그 뭣 같은 정 때문에 나를 이렇게 망쳤구나
엄마가 너무 미웠다..
엄마는 내가 얼마나 모진 수모를 당했는지
잘 모를 것이다 하나하나 다 말하면
엄마 마음이 많이 아플 테니
난 항상 아픔을 쌓아둘 수밖에 없었다
그런 나를 어찌 위로하는지도 모른 채..
가족이란 무엇일까 생각하게 될 때
증오와 애증이 섞여 나온다
그리고 다시 이만큼 커진 그리운 마음을 숨긴 채 진심을 다해 사랑했던 시절로 돌아가는 것 같다
눈엣가시의 삶
사랑받고 싶어서 눈칫밥 먹던 습관들이
성인이 된 이후에도 아직 내게 많이 보인다
나는 그런 아픔을 애써 외면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