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하의 추억

작은 행복

by 싹쓰리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의 변화가 가장 잘 나타나는 집 반지하에서

엄마랑 나는 끝이 없는 터널을 걷는 것처럼 그 길고 긴 시간을 버텨냈다





여름에는 해가 쨍쨍 내리쬐는데

이겨낼 수 있었던 이유도 반지하 덕분이었다

에어컨 없이도 시원하게 보낼 수 있었다지



다만

비 오는 장마철에는 상황이 달랐다

엄마는 손에 밥그릇을 쥐고 현관 앞에 앉아

금방이라도 넘쳐 들어오는 빗물을

양동이에 가득 부어 담아 버리던 날들



난 앞으로

이 기억만큼은

아주 절망적인 그런 아픈 기억으로 추억되진 않는다

이제와 웃으며 할 수 있는 말이라

다행스러우면서도 애틋하다



내 방 창문을 열면 창고가 하나가 있는데

거기가 어둡고 참 안락해서

길 고양이들이 새끼를 낳기 일쑤였다

고양이들 밥을 챙겨주며

내가 그 고양이들과

많이 닮았다는 것을 그때 알게 되었다

그러니 더 챙겨주고 싶어서

마음이 쓰였던 게 아닐까 싶다



우리 집은 대가족인데

할머니 할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시고

가족 일부가 서울로 상경하여 자리를 잡아

반지하에는 엄마와 나

1층에는 사촌오빠 가족이

2층에는 사촌언니 가족이 살았다

걸어서 2분 거리에는 큰 삼촌네가 살고 있었고

그 속에서

나는 가족들을 참 많이 사랑했었고

그리하여 이제 증오만 남아있다




그 어린 게 눈칫밥 먹는데도

사랑받고 싶어서 더 사랑했다더라

그 옛날을 회상하니 어린 내가 가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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