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발단
오랫동안 살던 동네가 재개발이 된다고 했다
술에 취해있을 때는 다 나가라더니
제정신일 때는 또 가족끼리
다 같이 뭉쳐 살아야 된다는
궁예 외삼촌의 명을 받들어
엄마가 고생하며 땅을 알아보고
재개발 덕에 값도 후하게 받아
그렇게 해서 좋은 땅을 사고
쌍둥이 건물 두 채를 지어 올렸다
평생을 반지하에서 살 줄 알았는데
나에게도 이런 순간이 오는구나
집이 지어지는 걸 보며
감격스러우며 매우 기뻤다
이사 가는 집에서는
행복한 일들만 가득하겠다 싶었지
1층은 외갓집
2층은 사촌언니네 가족이
맞은편 1층은 사촌오빠네
2층은 우리 집
외관은 정말 번쩍번쩍 드라마 속에
나오는 으리으리한 부잣집이었다
실상은 개판 오 분 전 집구석인데 말이다 하하
그걸 알 리 없는 사람들은 너무나 부러워했고
그럴수록 내 속은 썩어 물들어갔다
이사 간 3개월 정도는 아주 행복했다
매일을 집을 쓸고 닦고
집이 너무 커져서 달리기 해도 될 만큼
나에게는 너무나 큰 집이었다 내방 테라스까지 있어
엄마랑 여유롭게
차 한잔 마시면서 여유도 부릴 줄 알고
갑작스러운 신분상승?으로 인해
나도 내가 뭐가 된 줄 알았지
이사 오기 전 궁예 삼촌이 난리를 치더니
이사 오니까 이번엔 숙모가 미처 날뛰기 시작했다
히스테리를 우리 엄마에게 부리는데
새집을 줬다는 이유에서였을까?
이사 오기 전에 엄마는 나와 함께 도망치고 싶었다
하지만 궁예 삼촌은 온 가족이 다 함께 하길 원했다
그때는 몰랐는데 이제야 알 것 같아
아마 본인의 노후를 자식들이 케어를 못할 것 같으니
우리 엄마한테 바랬을 수도 있고 거기에 더불어
전세금 주기 싫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진짜 대단한 사람들이다
가스라이팅을 심하게 당한 우리는
그 삐까뻔쩍한 집에서
그들이 시키는 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숙모는 본인이 아프다는 핑계로
엄마를 많이 부려먹었다 아주 교묘하게 말이다
엄마는 그런 숙모의 비위를 또 맞추기 위해
다리 골절 당해서 깁스한 상태인데 불구하고
궁예 삼촌 밥을 삼시세끼 다 차려드렸다
삼시 세 끼도 그냥 삼시 세끼가 아니다
한정식 코스로 그날그날 한 나물 반찬과
메인 요리 따듯한 국이 솔솔 올라와야
잡수시는 궁예 삼촌님이셨다
그래서 장수하시나 봐 하하하
모든 걸 그저 우리 엄마한테
다 맡기고 자기 일 아닌 척
자식들 그 누구 하나 나서지를 않았다
사촌언니 사촌오빠라고 부르고 싶지도 않다
그놈들은 인간이 아니었다지
행복한 일들만 가득한 것 같았던 집이
어느새 엄마와 나에게
숨이 턱턱 막히는 불구덩이 같았다
눅눅한 반지하가 그리울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새끼 고양이 한 마리를 데려왔고
사건은 시작된다 두둥 -
숙모는
온갖 트집을 잡기 시작하며
사람을 아주 못살게 괴롭혔다
역시 독한 여자 크으으..
“고양이는 악령인데 왜 키우냐”
“털이 1층까지 날려온다”
“고양이를 말도 없이 키우는 게 말이 되는 것이냐”
다 같이 사는 집이지만
현관문 따로 1층 2층 나뉘어 있어
완전히 독립된 공간이었다
나는 너무나 서글펐다
숙모의 횡포는 그냥 내가 싫어서 그런 것이었다
그게 아니면 말이 안 되잖아..!
그렇게 하루하루 살얼음을 걷는 것처럼
불안과 초조함이 극대화되던 어느 날
그날따라 엄마는 외출하고
나도 약속이 있어 나갈 준비를 하던 중에
숙모의 괴성이 들려왔다
밑에 층에서 소리를 바락바락 지르며
온 동네가 떠나가도록 난동을 부리길래
불안한 마음에 1층으로 내려가 숙모 상태를 확인했다
“숙모 왜 그래요 무슨 일이에요?? “
다짜고짜 우리 엄마 욕을 때려 박는 숙모
내가 그때까지 숙모를 참 많이 사랑했지만
우리 엄마 욕을 하는 숙모를 보며
또다시 바보같이 당하고 참을 수만은 없었다
용기 내어 소리 질렀다
후 지금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살면서 그렇게 소리 질러본 적은 없어서
내 인생에서 몇 안 되는 가장 짜릿한 순간이랄까
난 우리 엄마 다음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숙모였다 숙모의 실체를 알기 전까지는..
“숙모 그러지 마 울 엄마 다리 깁스한 상태에서 삼시세끼 밥 다 차려드리고 자식들 누구 하나 안 나서는데 엄마가 다 하잖아!!”
“우리 엄마한테 대체 왜 그러는 거야!?”
그러자 숙모의 급발진 버튼을 눌렀는지
샤우팅을 뽐내며
맞은편에 사는 사촌언니를 소환시켰다
역시나 그 엄마에 그 딸이라고
날 보자마자 머리채를 휙 휙 잡아
정신없이 개 패듯 날 때렸다
맞으면서도 내가 왜 맞은 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맞고 나서 경찰에 전화를 했는데
딱히 도와줄 수 있는 게 없다고 한다
전화를 끊고 한참을 울었다 진짜 너무 절망적이잖아
이대로 내가 이성을 잃고 무슨 짓이 든 할 것만 같았다
‘이 집에 더 이상 있으면 엄마랑 나는 죽을 수도 있겠다 나가야 해 ‘
그래 나가야 해 근데 나가야 하는데
나가려면 돈이 필요해!
전세금은 안 줄게 뻔하고
당장 보증금도 없는데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해야 할까?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내가 도움을 요청할 사람이라곤
우리 작은 이모밖에 없었다
‘이모가 도와주실까...?’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이 뺨 저 뺨 맞아 양볼이 팅팅 부어오른 채
눈물 콧물 범벅으로 무작정 집을 나섰다
머릿속으로 계속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이모 저 좀 도와주세요’
‘이모 돈 좀 빌려주세요’
‘이모...’!@@##@$#%$^%^&
거절당하는 시뮬레이션도 여러 차례
어떤 대답을 하실지 모르니 말이다
이모네 집에 다다랐을 때
착잡한 심경으로 몸이 너무나 떨렸다
천천히 심호흡을 하며
‘떨지 말자 할 수 있어’
심장을 부여잡고 초인종을 눌렀다
띵 - 동
문이 활짝 열렸다
‘가보자고...!‘
“.........., 이모 저 왔어요 “
“ 아가 어서 와라 이게 무슨 일이냐 대체 ”
이모는 걱정 어린 눈빛으로 나를 안아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