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오랜 우울에게

결국 영원한 건 너밖에 없는 걸까

by 호연

우울과 사이좋게 세상을 순례하는 자가, 한번 말도 안되는 사랑을 시작하면ー이렇게 수십 명 만만 명이 아픈 건 당연한 거야. 그래서 시작조차 하지 않으려 했던 거고.


난 그래서 이미 나 자신과 전에 약속했어.


난 모든 게 너무 지쳐서 다 내려놓았으니까 누가 날 일으켜주려 해도 마음 따위 열지 않을 거라고.


사랑 같은 건 너네들이나 실컷 해.


나에 대해 잘 모르는 한 인간이 내게 걸어와 문득 든 생각이라며 이야기하기를


"너는 인생에 있어서 행복을 우선 삼아 살아가는 것 같아. 아주아주 열심히 말이야."라 말했다.


그래도 나는 내 삶에 있어, 눈이 부시게 반짝이는 일들이 가득할 거라 생각했다.


집을 나오고 나서, 완전한 어른이 될 수 없었어도

ー 언젠가, 누군가에게 떳떳하리만큼 자랑스러운 삶을 살고 있을 것이라 내 미래를 예견하곤 했었다.


우정에 있어서는 손에 꼽을 만큼의 소박하고도 소중한 동료들이 곁에 존재한다 이야기하고,

사랑에 있어서는 내게 행복을 알려준 누군가 존재한다 이야기하고,

내 혈육에 있어서는 내가 그들의 행복으로서 존재한다 이야기할 수 있을 상상을 하곤 했다.

누군가에게 ‘행복’, 나는 일시적으로라도 그들의 삶 속에서 행복으로 존재할 수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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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가치를 책정한다면, 나였기에 그들에게 불운이 아니었을까? 거친 소리를 내며 아무런 쓸모없는 고물단지 같은 존재 말이다. ​


그리고, 또다시 그 인간이 말하기를


"어쩌면 너는 누구보다 건강했을지 몰라.

정말 아픈 사람은 자신의 병조차 인정하지 않으니까. 너는 네 발로 병원에 찾아가 아프다 이야기했고, 그걸 고치려 노력했잖아. 너는 누구보다 강하고, 건강한 사람일지 몰라. 나는 널 안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왠지 확신할 수 있을 것 같아. 너는 강해. 단단한 사람이고."


ー모두 나름의 아픔을 갖고 있다.

그 아픔을 어떤 방법과 수단으로 딛고 일어나 세상을 재량껏 잘 살아가느냐에 따라 길이 달라지겠고, 눈에 보이는 하늘의 색깔 또한 다르겠지.


내 하늘은 한없이 어두웠고,

모든 것들이 부정적이게 느껴지기 마련이었다.


오만 떨지마 뭣도 모르는 주제에.


"모두가 그러고 살아."라는 말이,

“네 인생은 불행한 인생이 아니야."로 들리지 않고,

“누구나 다 겪는 일을 넌 이겨내지 못하는 거야."로 들렸고,


"행복이 뭔지 모르겠어요"라는 말에

"나도 행복이 뭔지 모르는데?"라는 대답을 들을 때면, 나 자신이 이 세계의 별종같이 느껴졌다.


별나고, 우스운 아이.

나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었나? ​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플 때면, 더 미친 듯이 아파 내 머릿속 자잘한 생각들이 모두 무너지길 바랬고,


머리가 아프다 못해 의식을 잃고 쓰러질 찰나에는, 이제 내가 죽는구나 ー생각하며 잠시 기쁘기도 했다.


발을 헛디딘 것처럼 제 힘쓰지 못하고 하찮게 쓰러지는 과정에서 내 머리맡에는 단단하거나 뾰족한 무언가가 자리했으면 좋겠다는 생각.

ー그땐 자살이 아닌 사고사로 불리울 수 있게.


이 세상 드디어 떠날 수 있게. ​


나는 누군가에게 행복이 아니었다. 불운이었고, 짐덩어리였다.


내 남은 희망마저 모두 짓밟혔을 때에는 어떻게 해야 무책임한 사람이 되지 않을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나를 사랑한다던 이의 곁을 완전히 떠나버린다면 나는 무책임한 사람이 될 테니, 관계의 연을 완전히 끊어내고서 세상을 떠나야 하지 않겠는가.


내가 이승에서 빌린 돈을 모조리 갚고 나서야, 나의 마지막 모습이 비로소 책임감 강한 사람이라 비출 수 있지 않은가.


완벽한 죽음을 위해 열심히 사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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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인간이 내게 말했다. 어쩌면 나는 건강하고도 단단한 사람일지 모르겠다고. 이에 대해 확신한다고 말이다.


정말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에게 이러한 고민 따위가 존재하겠느냐고.


ー나는 생각했다. 나의 이런 생각을 괴짜 같다며 같잖게 여기는 이들의 생각을 전해 들었을 때, 진심을 다해 고민했다.


나는 정말 죽음을 원하는가? 그러다 결국 죽음에 대하여 끝없이 생각하다 머리가 아파 그만 잠에 들었지만.​


나는 남들에 비해 다소 생각이 많은 편에 속한 댔다.


누군가 곁에서 잡아주지 않는다면, 끝없는 미궁 속으로 빠져 저 밑바닥까지 나 자신을 끌어내린다.

그러다 결국 나락으로 떨어져 죽음을 계획한다.


삶을 무계획적이게 산 탓인지, 죽음 또한 고민하다 계획을 완성하지 못하고 저 구석에 박아두는 순간이 대부분이었다.


한참을 웃음 가득하게 살다가도, 또다시 생각에 빠질 때면 구석에 있는 얄팍한 계획을 꺼내어 먼지를 털고 그대로 실행할 수 있게.

을 실현할 수 있게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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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나를 구석 가까이에 가지 않을 수 있도록 잡아주었으면 좋겠단 생각을 잠시 했다.


그런 생각을 하다가, 유일하게 생각을 멈추어 나의 박약함에 대해 돌아봤다.


누군가 잡아주어야 생각을 멈출 수 있는 인간이면서, 누군가 곁에 존재할 수 없도록 하였다.

돈이 뭐라고, 잠깐의 상처가 뭐라고 ー 같은 인간을 혐오하면서 내 가까이에 올 수 없도록 멀리했다. ​


잠깐 쉬어도 된다며 내 상처 난 팔목 잡고서 일으켜주려는 인간의 손이 뭐가 그리 겁난다고 뿌리쳤을까


후회를 하다가도, 후회 없는 선택이었다며 나의 나약함을 인정하고, 현실을 수긍하는 척 포장하고서 나는 다시 혼자 걸었다.


계속 걷다가, 나는 그 인간이 말했던 것처럼 잠시 건강한 생각을 했다.

/다시 병원에 가서, 약을 처방받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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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곧, 돈이 아깝다는 생각을 하며 멈추지 않고 걸었다. 다리가 시릴 만큼 걷고 나니 땀이 나기 시작했고, 편안한 수면을 상상하며 열심히 걷다 집에 도착하고 나니, 잠에 들 수 없었다.


나의 어둠은 내 잠자리 위에 앉아 내가 편히 누울 수 없도록 하였고, 나는 눈물 한숨 애써 숨기며 웃음 지었다.

영원한 건 너밖에 없구나.

그래, 네가 달아나길 바라고 애쓰는 게 더 고생스럽지. 오늘은 그냥 내 옆에서 곤히 잠들길 바래. 얌전하게 자. 소란스럽게 굴지 말고

그냥 가만히 있자.

우울할 수 있는 시간도 필요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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