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게 자란 새싹은

ー금방 열매를 맺고 무르익어 터져 버렸습니다.

by 호연
우리 딸은,
사랑하는 사람에게만큼은
한없이 잘해주려 하고,
간이든 쓸개든 전부 내어줄 만큼 사랑하니까,
외롭게 만들지 않겠다 약속해요.

 무언가를 소모한다는 것과, 털어놓은 행위가 얼마나 성숙한 행동인지 인간들은 모르는 것 같다.

 그것이 정이라면 더더욱.

 만일 그게 사랑이라면 특히나.


 무턱대고 비난하는 자들의 눈초리를 피해 지금 이곳에 왔지만. 그래서 나는 진작 성숙을 그만둔 지 꽤 된 것 같다.


ー모든 게 너무 지쳐서 내려놓으려 했는데, 날 놓아주지 않으려 하니까. 그래서 하는 말이야.

 이건 내 솔직한 고백이고.

|

 당신은 나를 치유시켜. 이전에 갖고 있던 잔병들 모조리 다 없었던 것이 될 정도로.

 당장 어제 일이나 다름없는 내 아픔이 어느새, 과거가 될 정도로.​


 나는 자극이 필요한 사람이었어. 자극적인 무언가가 나를 괴롭혀야 사는 것 같이 느껴져서.

 그래서 그랬나? 내 몸에 상처나 내고 다음에는 죽을 용기 힘입어서 자살하려 들고.


 온통 자극뿐이었어, 자극적인 사건이 없을 때에는 내가 내 삶을 자극적이게 만들었거든.

 다들 내게 너무 험난한 삶을 살았다더라.

 이르게 사건, 사고가 많았다고. 고생했다고 이야기하더라. 다들 나처럼 살아왔을 줄 알았는데, 다들 나만큼 아니, 나보다 더 힘들었을 거라 생각했는데 다른 사람 눈에는 그게 아닌가 봐.


 내가 가장 불쌍하고 가엾은 사람이 되어있더라고, 어느 순간에 말이야.


 사람을 못 믿을 수밖에 없고, 증오하고 혐오할 수밖에 없는 삶을 살아온 건 맞아.

 내게 결핍은 이렇게나 많이 존재하고, 상처도 셀 수 없을 만큼 많아. 내면에도 외면에도​


 근데,

 당신은 내 상처를 가리게 만들어.

 마음속 상처를 모조리 없애버린 것 같아.


 그래서 내 몸에 남아있는 상처들을 가리고 싶어 지곤 해. 당신은 그런 사람이야.

 내 삶에 미련을 갖게 해. 내 삶을 후회하게 해.​


 난 그 자극이 좋아. 나를 살게 해.

 후회함으로써 인생을 더 열심히 살게 해.

 미련을 가짐으로써 연명을 선물하게 해 나 자신한테


 난 자극이 필요했고,

 여전히 필요한 사람이라 했잖아?


 사랑을 굳이 자극적이게 만들지 않아도, 당신이 주는 사랑은 이미 자극적이란 걸 알아.

 나는 그렇게 느꼈어. 삶에 변화를 가져다준 것만큼 큰 자극은 없을 테니까.​


 난 자존감이 그렇게 높다가도, 사랑하는 사람이 생김과 동시에 자존감이 저 바닥까지 내려가. 보이지도 않을 만큼.


 내가 나보다 관대하게 대할 수밖에 없는 어떤 존재가 생겼으니까, 내게 퍼다 줄 여유는 사실 없는 거야.

 그렇게 야박해지는 거야. 내가 나를 대하는 태도가.​


 그렇게 자존감이 낮아지고, 나는 당신을 받들기 시작해.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사람이라고. 세상에서 제일 빛나는 사람이라고.​


 근데 그게 만약 당신에게 부담으로 느껴진다면,

 사랑 아닌 부담이 돼버린다면

 나는 다시 나를 바꿀 거야. 악착같이 버티고 애써가면서까지 노력해서 바꿀 거야.


 그리고 다시 내 눈에 보이는 당신의 위치까지 올라갈 거야. 저 밑으로 내려가있는 나를 꺼내서, 당신이랑 동등한 위치에서 두 눈 마주 보고 있을 거야.


 당신에게 행복만, 밝은 에너지만 줄게.

 내가 다시 어두워지기 이전에 더 노력해서

 앞으로도 밝게 남아있을게.


 아주 밝게 나를 빛내고 있을 테니까, 때가 되면 와.

 ​그때가 되면 당신에게 가장 밝은 빛을 선물할게.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