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오랜 우울에게
[2024. 01. 14.]
수면제를 질끈 삼킨다.
별사탕처럼 입에 녹여 먹으면 더 나을까
연신 혀를 굴려보지만
효과는 똑같다.
잠이 오지 않는 사람 여럿이 한 공간에 모여
담배를 태운다.
서로 약기운에 옛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도 할 때면
마치 어수선한 술자리 같기도 하다.
그랬던 분위기도 잠시, 몇몇이 자리를 비우고
사람 둘셋 정도 남게 되었을 때,
누군가 내 오랜 우울에 대해 묻는다.
그때쯤이면 꼭,
내가 이 자리에서
불청객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있어야 할 사람이 있지 않고,
네가 왜 이곳에 있느냐며
기억하기 싫어 깊은 곳에 묻어 놓은 기억을
열심히 꺼내어 먼지를 털고
난 입을 떼기 시작한다.
나는 ‘우울하다‘라는 그 감정을
인지하고 지낸 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내 첫마디에 모두가 숨 죽여 경청한다.
무턱대고 부모를 탓할 수는 없다고.
하지만 내 오래된 병은
그동안의 방치로 인해 발현됐고,
어릴 적 다잡았어야 했던 정서를
때맞춰 제대로 잡지 못해서
아프고 나약한 어른이 되었다고.
이 병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이
한 명 없어서 열심히 찾아봤는데
나는 부모에게도 버림받은 적 없으면서
타인에게 버림받을까 봐
늘 걱정하고 불안해하는 병에 걸렸다고
그렇게 이야기했다.
속으로 담아두고 있을 때에는 미처 몰랐다.
입 밖으로 내뱉고, 토해내니 그제야 알았다.
누군가에게 버림받게 된다면
나는 저 나락까지 갈 것을 이미 알고 있어서
그래서 애초에 사람을 가까이에 두지 않았다고.
그 순간 누군가 내게 말하기를,
“그러게, 너는 사람을 참 좋아할 것 같은데.”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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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사랑해서, 나는 인간을 경멸한다.
혐오하고, 경계한다.
내가 그토록 애증 하는 인간 때문에,
나는 인간이기에 혼자를 택했다.
ー 그랬나? 그 때문이었나?
나와 사이좋게 어깨동무를 하고
세상을 순례했던 오래된 우울은
참 변덕스럽고, 꽤나 극단적이다.
충동적이고 고집이 세서
말릴 수조차 없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지금에도,
지금도 내게 벗은 말한다.
“네가 조명 삼아 바라보고 있는
저 앞에 보이는 야경에,
네가 빠져 죽으려 했었잖아.
저기에 빛나는 대교에서 말이야. “
그만 입 닥치라 소리쳐도
막상 주변을 살펴보면 아무도 없다.
전부, 약 때문이다.
전부, 아까 씹어 삼킨 수면제 때문이야.
내 벗은
내가 지쳐 쓰러진 채 잠을 청할 때쯔음,
그 모습을 전부 지켜보다
다시 내 품으로 돌아와서는
그 뒤에 잠든다.
잘 자, 좋은 꿈 꿔.
우리 내일은 늦게 일어나자.
딱 오늘 하루만 오래오래 자자.
내 오랜 벗에게,
너무 불면에 미처 잠에 들지 못하는 걸 알아.
그래서 사실 슬퍼.
너도 내가 토닥토닥,
마치 소중한 것을 다루듯 재워주면
네 마음도 조금은 사그라들지 않을까?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마음이 뒤숭숭해,
고통에 몸부림치다 못 자는 나를
토닥이며 애써 재웠던 엄마 생각이 났다.
너도 그렇게 달래면,
순수한 어린아이같이 잠에 들지 않을까
물음표 없이 확신하는 듯한 목소리로
나의 우울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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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흔적이 싫고,
너의 기억이 싫지만
ー 그래도 네가 편안했으면 좋겠어.
안 좋은 생각하지 않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