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질 거라는 말을 굳게 믿으러, 믿으면서.

사라지는 것들에 대하여

by 영주






큰길 건너에 있는 병원에 간다. 건널목 신호가 맞지 않아 일단 계속 걷는다. 건널목 세 개. 건널 수 있는 곳에서 타이밍이 맞지 않는다며 계속 걷는다. 마지막 건널목. 이제는 건너야 한다. 기다리더라도, 한참을 서 있더라도 건너야지. 이번을 지나치면 어디까지 걸어가야 할지, 멀어져야 할지, 얼마나 다시 돌아와야 할지 모르니까. 건너서 닿아야 할 곳이 당신인데, 변명하느라 나는 몇 번의 기회를 놓쳤는지도 모르겠다.

병원에 와서 어르신들을 보면, 쓸쓸해진다. 그들은 대체로 귀가 어두운데, 다 듣지 못하고 의료진의 말에 끄덕거린다. 그들은 무력할까. 자신의 고통의 향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의 불안은 어떠하며, 어떻게든 불안을 떨쳐 내며 누군가를 믿고 의지해야 할 때의 감정적 소모는 어떻게 감당해야 할까. 그럼에도 희망적으로ㅡ이 희망은 내가 생각하는 희망과 결이 같을까ㅡ 돌아갈 때의 스산함은 어떨까. 나도 그들과 같이 잘 듣지도 보지도 못하게 될 텐데, 그때 나는 나를 어떻게 느낄까. 늙은 나를 사랑할 수 있을까. 삶이 버겁기만 한 것은 아니겠지.

찍고 나서 확인하니 함박눈이 아니라 한박눈이었다. 한박눈은 하얀 새 이름 같구나, 봄과 여름과 가을에는 어디엔가 숨어 있다가 겨울에만 나타나는 하얀 새. 주먹보다 작은 몸으로 더 작고 하얀 박 같은 알을 낳는 새. 그런 새가 있으면 어떨까. 함박눈이든 한박눈이든 당신과 함께 보고 싶은 밤. 하얀 새가 울면 다시 첫눈이 내리려나.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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