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의 온도가 이십 도가 넘지 않는 날들이 이어지고 있어. 계절은 느리게 오는데 속수무책 몸살을 앓는다. 공격보다는 수비의 자세에 익숙해졌는데, 익숙해짐과 능숙함은 다른 영역의 문제인 걸까. 지키느라 지켰는데도 쉽게 지고 있어. 線아, 아프지 마라, 아프지 마. 혼자 있는 곳에서 아픈 것만큼 서글픈 것도 없으니까.
며칠 전만 해도 종일 창을 열어 두었는데 어제는 아침과 저녁에만 겨우 창을 열고 닫았어. 오늘 아침에는 창 열기를 저어했어. 시린 것들이 창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거든. 차가운 것들은 몸피를 줄이고 쪼그라든다던데, 어째서인지 아침의 공기는 차가우면서도 한껏 부풀어 있어. 창이 열리기를 기다리면서, 창이 열리는 순간 쏟아져 오려고.
어쩔 수 없이 창을 열고는 한 발짝 물러났어. 아래로 깔리며 번지는 찬 공기가 맨발을 덮칠까 봐, 뿌리라고 말할 만한 것이 차가워질까 봐. 보이지 않는 것에 발이 잠기면, 마음이 그대로 묶여 버릴 것 같았거든.
미닫이창. 그래, 線아, 너는 미닫이창 같아. 앞과 뒤가 아니라, 옆으로 열리는 사람. 앞으로든 뒤로든 타인을 침범하지 않는, 부딪지 않고 부딪히지 않으려고 비켜서는 사람, 뭐든 점유하지 않으려 스스로 밀려난 사람. 나무 창틀 위를 굴러가는 소리는 꼭 네 목소리 같아. 아무것도 해하지 않으려는 뭉툭하게 무뎌진 어두운 갈색 같은 목소리. 옆으로 창을 열면서 네 생각을 했어. 내 머릿속의 너는, 오늘도 벽 뒤로 사라져 있어. 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숨어버렸니.
어떤 미닫이창은, 너무 밀려 들어가 버려 곤혹스럽잖아. 창틀과 창틀 사이에 손끝을 밀어 넣고 긁듯이 창틀을 끄집어내야 해. 손가락이 발갛게 부풀며 성을 내는데, 어쩔 수가 없어, 창이 꿈틀 할 때까지는 어쩌면 울컥거릴 때까지 끄집어 당겨야 하니까. 겨우 나온 창을 달래듯 닫고 나면, 線아, 나는 궁금해져. 창은 열리라고 있는 것인지, 닫히라고 있는 것인지. 그리고 너는 어떠한지, 열리는지 닫히는지. 가만히 닫아 둔 창을 지나 밖에 시선을 두면, 아, 그 또한 너 같구나. 열리고 닫히는 너, 열리지도 닫히지도 않는 너, 닫혔으나 열려 있는 너. 괜히 마른 얼굴 같은 창을 닦아 보려는데, 차가워서 놀란다. 너답지 않다는 생각을 하면서, 너는 따뜻하니까.
오늘은 창을 닫아 두었어, 지켜야 할 것에는 온기도 있더라. 네가 닫혔다 생각하면 내 마음의 추워질 것 같았는데, 오늘은 조금 다르게 생각해야겠다. 밀려 들어가 숨었던 네가 다시 돌아 나왔고, 우리는 얼굴을 마주했다고. 네 덕분에 나는 보온하는 중이라고. 열리고 닫히는 일이 모두 어떤 것을 지키는 일이라면, 둘은 다른 일이 아닐 거라고. 線아, 그러니 너무 오래 숨어 있지 마, 조금만 숨어 있다가 창처럼 다시 나와 주면 좋겠다.
따뜻하게 지내자, 우리. 열리기도 닫히기도 하면서. 이왕이면 말갛고 깨끗하게. 겨울이 오기 전에는 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