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학과' 에서는 해리포터와 같은 수업을 배운다?

경희대학교 약학대학 한약학과 수업 엿보기

by 한약여신
영화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 론 위즐리가 소리지르는 멘드레이크 식물을 들고있다.

우리는 신생아 인간 같은 형태를 띤 식물 뿌리가 기괴한 울음 소리를 내며 학생들은 마법실험복에 귀마개를 하고있는 영화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의 호그와트 2학년 약초학 수업을 기억하고 있다.

이 신생아 인간 같은 형태를 띤 식물의 이름은 ‘멘드레이크’로 뿌리의 기괴한 울음 소리는 매우 치명적인데 사람을 기절시키며 성체는 죽일 수도 있다. 아울러 이 멘드레이크 뿌리를 잘라서 달이면 강력한 의식 회복제가 만들어지고, 초대형 뱀 바실리스크로 인해 굳어버린 희생자들을 풀어주는 해독제로 쓰인다. 물론 해리포터 영화 속 마법계에서 말이다.

지중해와 레반트 지방에서 실제로 서식하는'Atropa mandragora'

하지만 놀랍게도 실제 인간계인 우리 머글 세상에도 이 ‘멘드레이크’는 실존하는데
지중해와 레반트 지방이 원산지인 허브의 한 종류인 멘드레이크는 학명 Atropa mandragora로 영화에서와 같이 마치 사람의 하반신 모습을 하고 있으며 우울증·불안·불면증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희대학교 약학대학 한약학과 교과목

그리고 이 곳, 대한민국 서울에 위치한 한 약학대학 한약학과에서도 영화 해리포터 속 신비한 약초학 과 같은 수업이 열리고 있다.

약용식물학, 생약학1.2, 천연물화학1.2

‘베로니카 롱기폴리아 핑크 쉐이드’
‘미스칸타스 시넨시스 스펙타블리스’


해리포터 속 윙가르디움레비오~우사 주문같기도, 커피 프렌차이즈 전문점 메뉴판 같기도 한 이 약초들을 배우는 한약학과 교과과정에 포함된 교과목은 전공기초과목 ‘약용식물학’과 전공필수과목 ‘천연물화학’ ,‘생약학’ 으로 위 과목의 수업에서는 인류의 역사 속 에서 다양한 질병을 치료하는데 사용되어 온 약용식물에 대한 지식을 배우게 된다.

약학대학 한약학과 2학년 2학기와 3학년 1학기에는 전공필수 과목인 ‘생약학1,2’ 교과목을 이수하게 되는데 생약학 시간에는 생약들을 약용부위별로 나누어 근류, 근경류, 종자류, 전초류, 엽류, 피류, 화류를 체계적으로 학습한다.


또한 주로 식물들의 이름과 학명, 그리고 약재명에 대해 배우고 각 약용식물의 부위에 어떤 유효성분이 있으며 효능은 무엇인지 배우게된다.

아울러 3학년 1학기와 2학기에 걸쳐 배우게되는 전공필수과목 ‘천연물화학1,2’는 천연물의 추출 및 분리, 물리적 화학적 성질의 분석과 구조결정에 대한 교과목이다.


흔히 화학구조라고하면 떠오르는 벌집모양의 정육각형 벤젠고리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 그림체를 통째로 암기해야하는 극한의 암기과목이기도 하다. 그래서 3학년 교과과정이 끝나면 미술실력이 향상 돼있다는 속설까지 있을 정도.

보통 둥근잎천남성 Arisaema amurense Maxim [아리사메마아뮤렌스맥심] 와 같은 약용식물의 학명을 한글 발음대로 적어 보아도 그 암기량과 효능에 대한 학습량은 어마 어마해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에서 헤르미온느가 사용한 시간을 되돌리는 모레시계가 있어도 부족하고 또 부족한 마법같은 시험공부기간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


경희대학교 약학대학 지하2층에 위치한 '약초원'

그래서일까 경희대학교 약학대학 로비에는 이런 학생들의 학업스트레스를 해소해줄 비밀의 한약정원 ‘약초원’이 있는데 약초원은 약용식물 약170종을 소유하고 있는 곳으로 약학대학 지하 2층에 위치한다. 약학대학 지하 2층의 로비로 가면 유리창 너머로 나무와 풀이우거진 도심 속 약초정원이 펼쳐져있는데 이곳이 바로 약초원이다.

약초원에는 상추와 같이 일상에서 잘 알려져 있는 작물에서부터 소엽맥문동, 가시오가피, 은방울꽃, 층층갈고리둥글레 등 특별한 약초도 심어져 있고 약초마다 각각 피는 시기가 다르기 때문에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에 카멜레온처럼 변화하는 약초원의 색감을 담은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약초 옆 팻말에는 약초의 이름, 학명, QR코드가 있어 학생들이보다 정확하게 약초에 대한 공부를 할 수있다. 아울러 한약학과 학생들은 동아리 등을 통해 약초 사진을 찍거나 그림을 그리는 활동으로 여가활동을 하기도 한다.



또한 한약학과에서는 해리포터시리즈 전편에 걸친 최고의 반전이자 그 누구도 상상도 못한 사랑꾼이었던 혼혈왕자 스네이프교수의 전담과목이었던 ‘마법약’ 수업도 진행되고 있는데

해리포터 시리즈의 폭발 사나이 '시무스 피니간'
경희대학교 약학대학 한약학과 '본초포제학실험' 에서 한약재 육두구肉荳蔲를 염자법으로 포제하고있다
본초포제학실험, 천연물화학실험, 약제학실험


해리포터 시리즈의 감초 등장인물 ‘시무스 피니간’이 수업을 함께 들었다면 어김없이 앞머리 가득 태워먹었을 ‘본초포제학실험’.


본초포제학 실습시간에는 한약재를 직접 외피를 벗겨 약용부위를 선별해 큰 냄비의 불에 초炒(굽고), 밀가루에 외제법으로 포제해 백반 등 약수에 보관하는 실습을 통해 한약재 원료가 환자에게 보급되기 전 약용부위를 처방용도에 맞게 가공하는 과정인 포제를 직접 체험하게 된다.


해리포터의 여섯 번째 시리즈 해리포터와 혼혈왕자에서 다뤄진 사랑의 묘약인 ‘아모텐시아’같이 아직까지 사랑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신비의 한약은 없지만 오늘밤 뜨거운 사랑이 가능하도록 기꺼이 도와주는 탕약은 조제 가능하다는 사실!


‘생약학 실험’ 생약학 실습과정에서는 신약개발의 중요한 자원으로써 생약의 특성과 그 활용법의 습득을 위해 실제적인 지식을 함양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 생약의 형태학적인 감별로 부터 유효성분의 추출과 분리, 그리고 분리된 단일 성분의 화학구조를 규명하기 위한 실험을 수행한다.

지난 3학년 1학기 생약학 실습 시간에는 한약재 황련黃連의 베르베린이라는 성분을 분리해내기 위해 쇠라도 울고 갈 점묘법으로 추출물을 TLC판에 찍고, 실험조의 남학우들이 기숙사에서 드라이기를 가져와 열심히 말려 온 우주의 기운을 모아 유효성분을 긁어내던 추억의 한 자락이 스쳐지나간다.

해리포터 시리즈에서 '마법약' 전임교수였던 세베루스 스네이프
경희대학교 약학대학 한약학과 '약제학실험' 실습 중 합시법으로 약을 포장 조제하고있다.

‘약제학실험’에서는 실제로 약국에서 조제하는 알약, 가루약, 피부약 등을 직접 만들어보는 과정을 거치는데 약제학실습시간에는 소위 ‘빵모자’라고하는 위생모를 반드시써야만 해 50여명의 제빵왕 김탁구가 따로없는 장관이 펼쳐진다.(빵모자 안쓰면 감점, 잃어버려도 감점!)

경희대학교 약학대학 한약학과 '약제학실험'과목의 실습레포트

어릴 때는 쓰고 먹기싫던 그 가루약을 직접 만들기 위해서는 12호 채, 100호 채, 200호 채 를 이용해 손으로 타이레놀의 유효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과 부형제, 결합제, 붕해제 등을 정밀하게 칭량해 섞은 뒤 채로 한시간 가량 고르게 친다.


이렇게 조제된 ‘산제’를 쏟았을 때 산모양의 형성되면 산 귀퉁이의 각도를 재어 가루약의 흐름성을 측정해 수분함량의 적정성 조제과정의 오류 및 실습 당시의 정전기 유무까지 파악해 ‘산제’(가루약) 조제에 대한 기나긴 보고서를 작성해 내야한다.



해리포터가 동양에서 만들어졌다면 드레이코 말포이가 요술망토 대신 선비두루마기 입고 들었을 ‘마법의 역사학’ 시간에 분명 등장했을 법한 동양의학의 고서인 동의보감, 황제내경, 동의수세보원, 금궤요략 등 이 대거 등장하는 본격 한약과목 ‘본초학’ ‘방제학’ 본초포제학‘ 과목 등이 있다.

한약학과에서는 보통 세 학과의 교수들이 강의를 하는데 약학대학 소속의 한약학과 교수, 약학과 교수, 나아가 한의과대학 교수진도 한약학과 본초학 수업을 진행 한다.

본초학1.2.3, 본초포제학1.2 , 방제학1,2


2학년1학기부터 3학년1학기에 걸쳐 이수하게되는 전공필수과목인 ‘본초학1,2,3’ 은 한약의 원재료 되는 약용식물 등의 본초의 역사와, 본초의 기원, 성상, 효능, 주치를 중심으로 본초의 배합이론과 임상응용에 대해배운다.

'방제학'수업 때 배우는 허준의 '동의보감' 원전

나아가 500여개의 한약재를 청열약, 사하약, 거풍습약, 방향화습약, 이수삼습약 등의 배속으로 나누어 매학기 3번에 걸쳐 한자로 약재 이름을 테스트하는 시험을 본다. 이때 한 획이라도 틀리거나 부수의 방향이 잘못되면 가차없이 가혹한 감점을 받는다.

아울러 본초학1,2,3이 이론 수업이다면 본초의 효능별 배속을 이해하고 관찰함으로써 기원, 성상, 성미, 품질에 대한 관능적인 이해를 위한 실습으로 500여 가지의 한약재를 보고, 만지고 냄새 및 식감까지 맛 보며 관찰을 하는 ‘본초학실습’ 교과목이 2학년1기에 열린다.

실습 후에는 레포트를 작성하게 되는데 discussion에는 한약재를 직접 오감으로 체험한 느낌을 생생하게 적을 수록 점수가 높다. 예를 들면 생김새는 구운 오징어 몸통을 잘게썬 모양이며, 냄새는 크레파스향이 나고 질감은 분필을 만지는 느낌이며, 색은 지렁이 색을 띄고, 맛은 첫 맛은 고소하나 끝 맛은 혀 끝이 아리도록 쓰고, 음료수 '솔의 눈'의 향기가 난다.라고 쓰면 A+!

한약학과 4년 과정 중 압권인 본초학실습의 시험은 일명 '땡시'로 진행되는데 대강의실에 실습 때 배운 약재를 테이블당 쫙 갈아두고 옆에는 A4용지에 약재의 설명이 맞는지 객관식 문제 혹은 OX 퀴즈가 놓여있고, 해당약재의 한자명을 쓰는 문제가 적혀있다.

경희대학교 약학대학 한약학과 '본초학' 시험 범위인 한약재 샘플과 목차

50명의 학생이 1분간격으로 강의실에들어가 한사람에 한문제씩 1분동안 풀고 땡 종소리가 울리면 다음문제를 위해 줄지어 테이블을 이동해 가는 식으로 진행된다.


이 땡시는 상당히 심리적 부담이 큰 데 그래서인지 시험대기실에서는 가방 한가득 약재를 담아온 학생들이 주섬주섬 약재 감별 벼락치기를 하는가 하면 땡시를 다 치루고나면 진이 다 빠져 탈진하기도 한다.

영화'해리포터와 혼혈왕자'에서의 알버스 덤블도어와 해리포터

해리포터 마지막 시리즈에서 덤블도어 교수는 해리에게 이제 자신의 모든 것을 놓고 호그와트를 떠나 목숨을 잃을지도 모르는 볼트모트와의 마지막 전쟁을 위해 일곱 개의 호크룩스와 죽음의 성물을 찾아나서는 여정을 떠나기 앞서 볼드모트가 해리의 부모를 계획적으로 살인한 기억에 대해 알려준다.


그리고 나서 해리의 독백은 뇌리에 박혀 삶을 사는 동안 위기의 순간에 떠오르곤 했는데



콜로세움 경기장에 사냥감 처럼 끌려 가느냐, 아니면 내가 스스로 사자를 무찌르기 위해 검투사로 참전 하느냐는 같은 상황이지만 완전히 다른 것이라.


17과목에 달하는 국가고시와 매학기 한 획이라도 틀리면 가차 없이 그어지는 500여개의 한약재명 한자테스트, 매일 밤을 새워 쓰는 실험 레포트, 벌집보다 복잡한 천연물의 화학 구조와 화학식 명을 통으로 암기해야하고 약전, 약사법규 등의 법학 과목까지 마스터해야하는 한약학과의 교과과정을 지내며 전사처럼 쓰러져 나가는 학우들도 종종 발생했는데

나 또한 한학기 10과목을 수강하며 젖 먹던 힘을 일찌감치 다 쓰고 정신없어 미칠 것 같은 힘으로 버티다 결국 3학년 2학기 천연물화학2 마지막 수업 종강 날 계단에서 미주신경실신으로 의식을 잃고 쓰러지기도 했다.

그러기에 이 고된 학업과의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해리가 깨달은 복수심 만큼이나 강렬한 불씨가 심장에 새겨져 있어야 하는 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곤했다.

영화 '해리포터와 죽음의성물'속 죽음의 성물 표식

내가 한약사가 되기 위해, 한약사가 되어서 찾아야하는 호크룩스가 의료인으로써의 사명감일 수도 사회적 지위일 수도 환자에 대한 진심일 수도 한약에 대한 전문성일 수도 있다. 해리포터에서 죽음을 지배하는 세가지 성물이 어떤 승부에서도 이길 수있는 마법지팡이, 죽은 영혼은 불러오는 마법의 돌, 죽음도 알아볼수 없는 투명망토 이듯 인간계에서 생명을 다루는 의료인으로써 ‘생명의 성물’ 은 무엇이 될까?

이 글에 소개한 한약학과에서의 교과목을 통해 내가 지금 더 배워나가야 할 부분이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교과서의 텍스트를 너머 내가 직접 실신해 가면서 죽음의 공포를 느끼고 처방받은 한약의 가치를 체험해봤다. 그때의 경험이 지금의 대학병원 약제과 원내약국에서 자신의 상태를 서툴게 설명하며도움을 청하는 환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원천이 되었다.

경희대학교 한약학과 ‘본초학’ 수업에서는 매번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마지막 문제에 ‘한약의 장점과 나의 장점을 쓰시오’라는 문제가 출제된다.

한의학은 양의학의 약리학적 메카니즘을 너머 정(精), 기(氣), 신(神) 태초의 생명의 기운을 통해 음양오행의 사상을 바탕으로 삶을 둘러싼 기의 흐름을 치료에 담고있다. 그러므로 한약은 몸과 아울러 마음까지 치료 할 수 있는 장점을 지닌다.

상처 난 마음에 보약 한 첩 짓는 것. 이제는 어쩔 수 없는 삶의 흉터에도 때로 위로가, 처방이 필요하기에. 그래서 오늘도 나는 공부한다. 대학병원 약제과에서 마음까지 건강하게 할 수 있는 한약사가 되기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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