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벌고 싶었어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채

by 보통사람

사기는 당하고 나서야 그게 사귀였다느 것을 알게 된다. 늘 그렇듯이 나 역시도 사기인 줄 몰랐다.


때는 2015년에서 2016년으로 넘어가는 겨울. 난방비. 식비. 의류비 등에서 지출을 줄이려는 시도는 한계에 부딪혔다. 아무리 줄여봐야 소득이 늘지 않으면 상방이 막혀있었다. 좌절하고 싶지 않았다. 아내의 뱃속에는 첫째 아이가 잘 자라고 있었고. 이 아이에게 "아들아. 라떼는 말이야. 이렇게 해서 부자가 되었어"라는 허세 섞인 이야기를 들려주는 꿈을 꾸고 싶었다.


소득을 늘려야 했다.


어떻게 할까? 밤에 대리운전을 뛰어야 하나? 편의점 알바를 해야 하나? 우유배달? 뭘 하지.. 이런 걸 해서 돈이 들어오면 좋기는 한데. 오래는 못할 것 같다. 대리 운전해서 얼마나 벌지? 근데 나 교사인데 다른 일 해도 되나?


이런 생각을 이어갔다. 겸직을 해도 괜찮은지에 대한 확신이 필요했고, 학교에서 겸직금지에 대한 조항을 살펴보면서 눈에 들어오는 게 있었다. '임대업' 이거다. 본업에 지장을 주지 않을 정도의 임대업은 괜찮다는 건데. 그래 월세를 받자.


자세한 투자의 메커니즘은 몰랐다. 그냥 월세수익률의 관점에서만 접근했다. 와이프가 결혼 전까지 살았던 안양에서 월세수익률이 괜찮아 보이는 놈으로 골라 매수했다. 첫 투자였고 무서웠지만 이내 곧 두려움은 달콤함으로 변했다. 매달 월급 외 통장에 꽂히는 50만 원은 신세계였다.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이자를 제외하면 실제로는 30여만 원이었는데 중요한 건. 일을 하지 않아도 돈이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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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고 싶었다. 또 하고 싶었는데 수중에 돈이 없어 아파트나 오피스텔 등은 사지 못할 것 같았다. 서른 살에 혼자 힘으로 부동산까지 투자해본 몸인데 못할게 뭐가 있어?라는 갑작스러운 자신감은 나를 흥분되게 만들었다. 약간의 근거 있는 자신감은 '하면 된다'라는 격언이 진리가 되어 내게 다가왔고. 그 과정에서 '무엇이든 하면 된다'로 변질되었다.



P2P투자가 눈에 들어왔다. 놀라웠다.


어... 오피스텔에서 받는 수익률이 8퍼센트 정도인데. 여기는 18퍼센트? 아. 이게 자본주의의 승자가 되는 방법이었어. 훗 남들은 하지 않는 분야에 과감하게 뛰어들 줄 아는 게 남자지.


수중에는 돈이 없었고. 바로 다음날 농협에 들러 3천만 원을 대출받았다. 입금받은 돈으로 매달 부수입을 받을 생각에 부풀어 있었다.


나름 리스크를 헷징 한다고 3천만 원을 6개 정도의 상품에 5백만 원씩 나누어 담았다. 기가 막히는 전략이었다. 만약 하나가 잘못되어도 안전하게 6개로 나누어 담자. 달걀은 한 바구니에 담지 말랬으니깐.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었지만. 그 6개의 계란은 사실 한 바구니에 담겨있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처음 1년가량은 행복했다. 매달 원금 일부와 이자가 상환되었다. 단조롭던 내 월급의 입금내역이 지저분해지기 시작했다. 좋았다. 수입원이 여러 개가 되고 나니 금세 부자가 될 것만 같았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P2P의 상환방식은 만기 시 원금 일시 상환 또는 매 회차마다 원금을 쪼개서 상환하는 2가지 방식이 있다.


내가 투자했던 다수의 상품은 원금을 만기에 일시 상환하는 방식이었는데. 상환받기로 되어 있는 날짜가 다가오자 내 뛰어난 투자 성과를 여기저기에 자랑하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만기일이 다가왔다. 그리고 약속한 날짜에 들어오기로 한 돈은 들어오지 않았다. 나는 좌절하지 않았다. 다만 시기가 약간 밀린 거라고. 흔히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지나갔다. 뭐 그럴 수도 있지. 어떻게 딱딱 맞아떨어져.


한 달. 두 달. 반년이 지났다. 돈은 들어오지 않았다. 뭔가 느낌이 좋지 않았다. 마음속 한 구석이 찝찝했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불편함이 갈수록 커져갔다. 그 설명하기 힘든 불편함이 내 가슴을 꽉 채워갈 때 즈음. 내 머릿속에서는 하나의 단어가 떠올랐다.


'사기'


'투자가 아닌 사기'


'돈을 버는 투자가 아닌 돈을 날린 사기'


'철저하고 영리하게 연구한 끝에 돈을 버는 투자가 아닌 공부도 없이 수익률만 보고 달려들었다가 돈을 날린 사기'


그래 그건 사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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