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마흔 스타트업 적응기 3
출근 첫 날 회사에 도착하니 iMac이 내 책상에 설치되어 있었다.
"앗, Mac이네요?"
"네, 기획, 디자인할 때 스케치 Sketch라는 툴을 쓰거든요. 그게 맥에서만 작동해요." 동료 기획자의 답변...
아이패드와 아이폰을 사용한 적은 있지만 Mac 컴퓨터는 처음인데, 스케치라니 그건 또 뭐지? 기획안은 ppt 장표에만 그려봤는데 ...
첫 날부터 세팅할 것도 한 가득이었다.
메일 계정부터 커뮤니케이션 도구인 슬랙, 근태 등록을 위한 시프티, 업무 관리툴인 지라, 스케치와 제플린까지. 머리가 어질 어질.
당장 그 주 주말에 Mac 기초 수업을 신청하여 2일 동안 들었다. 한영키 바꾸는 것부터 차근 차근 익히고 열심히 필기하고. 지금 생각해보면 굳이 배울 필요없고 사용하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내용인데, 당시에는 너무 절박하고 부담이 컸던 것 같다. 어쨌든 강의를 수강한 덕분에 Mac이라는 신세계에 대한 불안함이 많이 줄어든 것은 사실.
스타트업은 각종 업무를 처리할 때 다양한 앱이나 소프트웨어를 많이 사용하는 편이다. 처음에는 각각의 사용법이 익숙하지 않아 실수를 할 때가 종종 있다. 커뮤니케이션 툴인 슬랙같은 경우 1년이 지난 후에야 메시지를 보내고 채널을 만들고 하는 것에 조금 익숙해졌다. 그 전에는 1명에게만 보내야 할 메시지를 여러 사람에게 보내거나, 누군가 나를 맨션한 것에 코멘트를 빠뜨리거나 하는 일이 꽤 있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이 모든 것들이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진다는 사실!
처음엔 어렵기만 했던 기획/디자인 툴 '스케치'도 항상 사용하는 기능을 주로 쓰다보니 기획안을 작성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 오히려 나중에는 '이 불편한 ppt로 그동안 어떻게 작업을 했었지?'하고 생각하게 될 정도. 기획 일을 할수록 깨닫는 점은 '툴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것. 만들고자 하는 내용을 어떻게 명확하게 전달하느냐가 핵심이다. 같이 일 할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다면 종이 한 장에 손으로 그려서 전달하는 것이 기획안 수십 장보다 나을 때도 있다.
간혹 UX디자이너, 서비스기획자를 뽑는 채용 공고에 '피그마, 스케치에 능숙하신 분' 이런 문구가 있더라도 쫄지 말고 과감하게 도전하시길! 나보다 젊고 빠릿 빠릿한 그대들은 순식간에 배울 수 있는 툴들일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