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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운다

by YYMassart
Y. Y. Massart, <우는 사람들>, 2021년 3월



과거 나는 가끔 왠지 모를 슬픔이 밀려올 때면, 폴 베를렌(Paul Verlaine, 1844-1896)의 시 「거리에 비 내리듯」을 읽으며 동감했었다. “울적한 내 마음에, 까닭 모를 눈물 내린다, 웬일인가! 쌓인 한도 없는데, 이 슬픔은 까닭도 없다. 이 슬픔 까닭 모르는 괴로운 고통, 사랑도 증오도 없는데, 한없이 괴로운 마음이여!” 그런데 지금은 내 눈가에선 까닭을 알아버린 눈물이 내린다. 그리고 한도 생겼다. 이렇게 내 슬픔엔 한없이 괴로운 까닭이 생겨버렸다.


과거 나는 가끔 외로운 날엔, 레조 세레스(Rizso Seress, 1899~1966)의 「Gloomy Sunday(우울한 일요일)」를 리메이크한 빌리 홀리데이(1915-1959)의 노래를 들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나를 끌어당겼다. 가랑비에 옷 젖듯이 슬픈 선율에 마음을 흠씬 적셔보곤 했었다. 애잔한 리듬과 노랫말에 공감한 내 눈가는 어느새 촉촉해져 뜨거운 눈물이 흐르곤 했었다. 마음이 아프면 아플수록 슬프면 슬플수록 홀리데이의 목소리는 내 마음을 더 울렸었다. 그런데 지금은 이 노래를 피한다. 마음이 너무 아파 들을 수 없기 때문이다.


과거 나는 펑펑 울고 싶은 날엔, 영화 「러브 스토리」(1970년)를 봤다. 사랑하는 청춘 남녀 올리버와 제니는 집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혼식을 올린다. 두 사람은 꿈같은 행복을 만끽한다. 하지만 운명은 그들에게 불행을 안긴다. 의사로부터 백혈병을 앓는 제니의 죽음이 임박하다는 말을 듣게 된 후, 가슴 절절한 그들의 러브 스토리로 전개된다. 낭만적인 설경의 장면과 아름다운 운율 OST 스노우 플로릭(Snow Frolic)은 남주인공 올리버의 사랑과 추억 그리고 그리움을 담아 울려 퍼졌다. 나는 그들에게 닥친 잔인한 운명이 슬펐다. 올리버의 아픔에 감정 이입된 나는 눈물을 끝없이 흘려보곤 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내 사랑과 추억 그리고 그림움을 담은 눈물이 끝없이 흐를 뿐이다.


까닭 모를 마음이 우는 날.

나는 마음껏 울고 싶어 눈물샘을 자극할 것들을 찾아 헤맨 적도 있었다.

그러면 마음속에 가두어 두었던 검고 단단한 응어리가 액체가 되어 흘렀었다.

그런데 지금은 다 필요 없다. 사별 후 나는 매일 마음이 울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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