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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곳곳이 아픔의 장소

by YYMassart
Y. Y. Massart, <기다림>, 2021년 2월



마레(Le Marais) 지역을 걷다가 센 강 쪽으로 발길을 돌리면 웅장한 노트르담 대성당이 나온다. 나는 고딕 대성당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을 뒤로하고 센 강을 건너곤 했다. 그런데 2019년 4월 15일 노트르담 대성당에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거대한 불길이 솟아올라 지붕의 첨탑이 붕괴되고 말았다. 역사의 한 부분이 파괴되는 장면은 온 국민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센 강을 건너면 영화 『비포 선셋』에 등장한 노란색 간판의 초록색 서점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가 보인다. 작지만 100년의 역사가 느껴지는 이 서점 안으로 들어가면 이곳을 자주 찾아왔다는 소설가 헤밍웨이가 떠오르곤 했다. 좁은 공간을 오가며 느껴지는 묘한 기분은 나를 행복하게 했었다. 그런데 이 서점 또한 코로나 19로 인해 심한 재정난을 겪고 있다고 한다. 펜데믹이 길어지고 있다. 추억의 한 장소가 역사 속으로 사라질까 걱정하는 사람들의 애가 탄다.


서점을 나와 5분 정도 걸어가면 생 미셸 광장(Place Saint-Michel)이 나온다. 그곳의 분수대는 나폴레옹 3세 시절 오스만(Haussmann)이 주도한 파리 개조 사업의 일부였다고 한다. 광장은 역사적인 장소이기도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애용하는 만남의 장소이기도 하다. 나의 남편은 그 근처에서 일했다. 그래서 나에게도 이 광장은 가끔 남편의 퇴근을 기다리는 만남의 장소이기도 했다. 그때마다 나는 카페테라스에 멍하니 앉아 사람 구경을 했다. 커피 한잔을 마시며 분수대를 바라보면 내 눈에 들어오는 관광객들. 사진을 찍고 있는 관광객들의 행복한 표정은 나에게도 전해졌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내 입가엔 연한 미소가 지어지곤 했었다. 그런데 코로나로 인해 관광객들이 사라졌다. 그리고 나의 남편도 사라졌다. 관광객은 언젠가는 다시 돌아오겠지만 남편은 아니다. 나는 이제 다시는 카페테라스에서 남편을 기다릴 수 없게 되었다.


파리 곳곳이 아픔의 장소로 변해 버렸다. 누구의 시련이 누구의 아픔이 더 크다 작다 논할 수는 없다. 각자에게 닥친 시련을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감당하고 이겨내고 있을 뿐이다. 그것이 인생이라고 받아들이며 새로운 삶에 적응하려고 노력할 뿐이다. 그럼에도 아픈 마음은 어쩔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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