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따르라'는 말

소호 단상_3

by 김소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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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다 보면 엄마도 아이들 프로그램을 같이 보게 된다. 펭귄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마다가스카의 펭귄'은 아이가 어렸을 때 같이 즐겨 봤던 애니메이션이었다. 거기 등장하는 캐릭터들 중에서 나는 펭귄 대장인 스키퍼를 특히 좋아했다. 똑똑한 코왈스키, 행동대장 리코, 귀염둥이 프라이빗, 이 세 친구들을 이끄는 대장 스키퍼는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어떤 위험에서도 돌파구를 찾아내는 용감한 리더다. 스키퍼가 "나를 따르라~!" 외치면서 몸을 날릴 때는 나도 덩달아 신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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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곳저곳에서 새로운 리더를 뽑겠다는 현수막이 내걸리고 있다. 자신의 공약과 가치만을 부각시키는 착한 선거전도 있지만, 덩치가 큰 선거일수록 전쟁과 흡사해서 전략 전술이란 핑계로 상대를 비방하고 중상모략하는 흑색선전이 필살기다. 여기에 대고 리더의 덕목을 읊는 것은 투전판에서 군자의 예(禮)를 강론하는 것과 같으니, 다만 리더란 단어를 음미해보는 것으로 선거전을 바라보는 피로를 식히려 한다.


리더(leader)란 말은 '이끌다'란 동사 lead에 사람을 뜻하는 접미사 er이 붙어 만들어진 말이다. 그래서 리더는 이끌어주는 사람, 방향을 제시하고 행동하는 사람을 뜻한다. 지시하는 사람, 명령하는 사람이 아니다. 내가 펭귄대장 스키퍼를 좋아하는 것은 스키퍼는 명령하지 않고 행동하기 때문이다. 스키퍼는 "나를 따르라" 소리만 지르고 뒤로 빠지거나 책임을 미루지 않고 자신부터 몸을 내던진다. 그리고 일의 성패에 따라 책임을 질 줄 안다. 그래서 그의 "나를 따르라"는 말에는 무게가 있다. 저절로 따르고 싶어진다. 게다가 부하들을 각자의 장점대로 아끼고 제 목숨처럼 위해주는 리더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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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처럼 단순하고 명쾌하게 세상의 일들을 처리할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그렇다면 리더의 상(像)도 베트맨이나 아이언맨처럼 쉽게 그려 보일 수 있을 텐데. 리더로서 행동이 쉽지 않다면 리더의 자세만이라도 갖추자. 자세가 어떤지는 말을 어떻게 하는지만 보아도 알 수 있다. <리더의 언어로 말하기>란 책에서는 '리더들은 거만하지 않지만 자신감 넘치고, 비굴하지 않지만 겸손하게 말한다'고 정의한다. 리더로서의 아우라는 누가 얹어주는 것이 아닌 스스로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것. 남을 깎아내리지 않고도 스스로의 행동력으로 가치를 증명해 보이는 리더를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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