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쏘기에 대한 글은 사실 내가 활쏘기를 게을리하다가 끝내 활을 놓게 될까봐 두려워서 쓰는 것이다.
나보다 훨씬 힘도 좋고 운동신경이 좋은 사람들도 (사실 난 비교대상조차 못 된다) 그만두는 경우가 허다한데, 난 비실비실한 데다가 열심히 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더 정직하게 얘기하자면... 만약 내가 활쏘기대회에 나간다면 그건 '인간승리'다.
활쏘기대회에 나가려면 평타 5시에 3중 (보통 실력으로 5발을 쏘면 3발은 명중하는 수준)정도는 되어야 하는데 내가 그 정도 실력이 되려면 정말, 진짜 열심히 해야 하기 때문이다.
내가 왜이리 지지부진한지 생각하다가 오늘 그 이유를 깨달았다.
내게 활은 (지금까지는) '운동'이 아니었다.
그냥 운동이라는 항목에 속해있다 뿐이지, 뭐랄까, 정신적인 에너지원... 뭐, 그런 식의 느낌이었다.
그래서 브런치에 글을 쓴 뒤 #을 붙이려 할 때마다 속으로 난감해 하곤 했다.
활이 운동이야?스포츠야?... 내겐 그 느낌이 아니었던 거다. (아니 그럼 무엇?)
그래서 오늘 머리속을 정리하였다.
활은 운동이다. 머리로 운동하지 말자. 운동은 몸으로, 손으로 하는 거다.
규칙적으로 하지 않으면 소용없는 모든 운동들처럼 활도 매일같이 규칙적으로 하지 않으면 못 한다.
(활터에는 매일같이 못 가더라도, 집에서 활 당기기 연습은 할 수 있다)
활도 제대로 쏘지 못하면서 신라화랑, 호연지기... 그럴듯한 말 갖다붙임 뭐하나. 다 꽝이지.
그래서 결론을 내렸다. 생각 앞세우지 말고 그냥 운동하자!
예전 글에서 '궁사가 된다는 것과 궁사로 사는 것은 다르다'고도 썼지만, 오늘 다시 새롭게 깨달았다.
'활은 잘 쏘든지 말든지, 둘 중 하나로구나. 어설프고 어정쩡하게 할 수는 없는 거로구나.'
하다 말다 하면, 활쏘기를 할 때마다 새롭게 어려워서 끙끙거리게 된다.
그리고 이 과정을 몇 번 되풀이하다 보면 지레 풀이 죽고 흥미를 잃게 된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그만두곤 하는 것이다.
자신의 일상 속으로 끌어들여서 '일상적으로' 하지 않으면 '궁사'는 언제든지 과거형으로 돌아간다.
활은 마치 아주 샘이 많고 까다로운 애인과도 같다.
연락을 자주 하지도 않고 자주 들여다보지도 않으면 쌩~ 하고 돌아서버리는 애인.
근사한 연애시를 바쳐도 소용없다.
둘 중 어느 쪽을 택할지, 나는 결정했다.
그리고 확실하게 '활은 운동'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매일 시간을 정해놓고 해야 하는 운동.
남에게 자랑하기 좋은 관상용 애인이 아니라, 라면을 같이 끓여 먹어야 하는 애인인 셈이다.
그동안에는 활터에 가야만 활을 쏠 수 있는 것처럼 생각하고 (물론 활을 쏘는 것 자체는 활터에 가야만 하지만) 집에서는 활을 거의 잡지 않았는데, 이제 내 마음과 태도를 바꾸었다.
내 목표는 3중이다. 집궁한 뒤 대개 첫 목표로 삼는 것이기도 하다. (3중례)
목표 달성까지 얼마나 걸리는지 봐야겠다.
규칙적으로 집에서 활 당기는 연습을 하고 일주일에 최소 2~3번은 활터에 가고.
내 삶의 중심으로 활을 들여놓아야겠다. 내보내지 않을 거라면 말이다.
그 다짐 첫날로, 엊저녁에 당기기 연습을 조금 했다.
잠깐씩이라도 매일같이 해보자.
나는 궁사다.